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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무쇠다리·강철멘탈로 평창 금·금·금 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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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D-1년, 열려라 평창]

쇼트트랙 이정수

밴쿠버 2관왕 뒤 부진 딛고

이번 시즌 월드컵 부활 성공

“부상·실패 겪으며 멘탈 강해져

매일 링크 100바퀴 넘게 돌면

근육통에 잘 걷지도 못하지마

멈출 수 없죠…올림픽 3관왕 위해”


한겨레

쇼트트랙 남자대표팀 맏형 이정수가 지난 6일 오후 서울 노원구 태릉빙상장에서 출발 자세를 취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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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초가 된 얼굴로 챔피언스하우스(태릉선수촌)에 나타났다. 수염도 깎지 않은 모습이었다. 시간은 오후 5시를 훌쩍 넘었다. “하루 훈련 8시간은 기본, 월요일 새벽부터 토요일 새벽까지 합니다. 물론 중간에 아침운동 쉴 때도 있지만….” 스케이트만 5시간 타고, 웨이트 등 여러 가지 지상훈련도 4시간이나 한다. 지옥훈련이 따로 없다. 길이 111.12m의 아이스링크를 하루 100바퀴 이상 돈다. 양다리 근육통 때문에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절뚝였다. “당연히 힘들죠. 그래도 해야 하는 거니까….”

한국 쇼트트랙 남자대표팀 ‘맏형’ 이정수(28·고양시청). 2016~2017 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을 통해 완전 재기에 성공한 그가 2018 평창겨울올림픽 희망가를 부르고 있다. 목표를 묻자 거침없는 답이 돌아온다. “3관왕이죠. 남자 1000m, 1500m, 계주 5000m에서 금메달을 딸 겁니다.”

도대체 이런 자신감은 어디서 오는 걸까? 지난해 12월 중국 상하이와 강원도 강릉에서 열린 2016~2017 시즌 월드컵 3, 4차 대회 연속으로 남자 1500m에서 금메달을 일궈낸 것이 2010 밴쿠버겨울올림픽 2관왕(1000·1500m 금메달, 계주 은메달) 이후 오랜 부진의 늪에 빠져 있던 그에게는 재기의 발판이 됐다. 특히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4차 대회는 평창겨울올림픽 테스트 이벤트로 열렸기 때문에 더욱 뜻깊었다. “주종목인 1500m에서 1등을 해서 평창에서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아요. 밴쿠버겨울올림픽 이후 부상이 있었고, 뜻대로 안 되는 게 많았고, 여러 실패도 겪었는데 코치님이 도와주셔서 멘탈도 좋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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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트트랙 남자대표팀 맏형 이정수가 지난 6일 오후 서울 노원구 태릉빙상장에서 동료들과 함께 훈련을 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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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의 싱키 크네흐트 등 강자들이 즐비한 1500m는 두 차례 금메달로 전성기 때의 기량에다 자신감까지 충전시켰지만, 1000m와 계주가 문제다. 이정수는 “1500m는 레이스 중 뒤에 처져 있어도 추월할 수 있는데, 1000m는 잠깐 방심하거나 한번 기회를 놓치면, 이제 외국 선수들도 워낙 체력도 좋고 스피드가 뛰어나 따라잡기 힘들다”며 “많이 타보지 않은 종목이라 제일 힘든 경기 같다”고 털어놨다.

특히 5000m 계주는 최근 몇년 동안 한국이 취약했기에 앞으로 팀워크 등 보강이 시급하다. 계주에서 한국 선수들이 부진한 이유에 대해 이정수는 이렇게 설명한다. “외국 선수들은 계주 멤버가 몇년 동안 딱 정해져 있어 그 멤버들이 호흡을 맞춥니다. 그러나 우리는 워낙 뛰어난 선수들이 많은데다 매년 국가대표 선발전을 치르기 때문에 누가 될지도 모르고…. 그러니 외국 선수들한테 뒤질 수밖에요.” 과거에는 우리가 그럼에도 절대강자였지 않냐고 되묻자 이정수는 “그때는 외국 선수들이 잘 못 탔기 때문”이라며 “지금은 외국 선수들이 빠르고 순발력도 좋고 힘도 좋다”고 했다.

이정수는 대표팀 맏형으로 2016~2017 시즌 월드컵 시리즈 남은 대회를 비롯해, 2월 삿포로겨울아시안게임(2월19~26일), 3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세계쇼트트랙선수권대회(3월10~12일) 등에 잇따라 출전할 예정이지만 2017~2018 시즌 국가대표로 월드컵과 평창겨울올림픽에 출전하기 위해서는 다시 선발전을 치러야 한다. 워낙 경쟁자들이 많기 때문에 내년 평창행 티켓도 장담할 수 없다.

그래서 그의 올해 당면 목표는 다가올 “세계쇼트트랙선수권대회 남자부 종합우승”이다. 종합우승을 하면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면제받아 2017~2018 시즌 월드컵과 내년 평창겨울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다. 이정수는 “일단 아시안게임에 처음 출전하는 것이니 잘해야 된다”며 “1000m와 1500m, 계주에 나가는데 최대한 잘 탈 것”이라고 다부지게 말했다.

이정수가 이번 세계선수권 종합우승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4월 시작되는 국가대표 선발전을 거쳐야 한다. 선발전은 1차에서는 30여명 정도 뽑고, 2차 때 다시 8명을 추리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8명이 5~6월 태릉선수촌에서 훈련을 하다가 10월 최종 3차 선발전에서 8명 중 2명을 탈락시킨다. 최종 6명이 다음 시즌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하는데, 평창겨울올림픽에는 이 중 5명만 나갈 수 있기 때문에 1명이 다시 고배를 마셔야 하는 등 가시밭길이다. 무엇보다 선발전에서 넘어지거나 실수를 하면 모든 게 끝장이다.

이 때문에 이정수는 “제가 평창에 나갈지 안 나갈지 모른다”며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최선을 다하겠지만 세계선수권까지 부상 안 당하는 게 올해 가장 큰 목표”라고 강조했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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