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뉴시스】안현주 기자 = 검찰이 광주시의 투자사업 기관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수사대상 기관 직원들에게 압수품을 옮기도록 지시해 물의를 빚었다.
광주지검 특수부(부장검사 김석우)는 24일 광주시의 입체영상변환(3D 컨버팅) 분야 한·미 합작 투자사업을 추진한 '갬코(GAMCO)'와 출연기관인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GITCT)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검찰은 이날 오후 광주 남구 송하동 컴퓨터형성이미지(CGI)센터 내 3층 GITCT와 5층 GAMCO 사무실에 수사팀을 보내 사과박스 4~5개 분량의 자료를 압수했다.
수사팀은 GAMCO에 대한 압수수색을 순조롭게 마쳤지만 GITCT 사무실에서는 그렇지 못했다.
압수품을 다 챙긴 수사팀은 어찌된 영문인지 GITCT 사무실 앞에 진을 친 언론사 취재진을 보고는 발걸음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사무실 문틈으로 흘러나오는 수사팀원의 목소리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흔히 압수수색 장면에서 등장하는 '검찰'이란 로고가 찍힌 압수품 전용상자를 챙겨오지 못한 것이다.
쇼핑백에 압수품을 들고 나오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하기 싫었던 수사팀은 해서는 안 될 꼼수를 발휘했다.
압수수색 대상기관인 GITCT 직원들에게 압수품을 나르도록 지시한 것이다. 수사팀의 지시를 받은 직원과 행정인턴은 쇼핑백에 나눠 담은 압수품을 들고 퇴근을 하는 것처럼 유유히 사무실을 빠져나왔다.
그러나 이미 문틈으로 수사팀의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엿들은 취재진은 일제히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렸다.
중간에 수사팀 관계자가 취재진에게 "뭐하는 거냐? 퇴근도 못하고 있다"며 액션을 취하자 또 다른 직원이 의문의 쇼핑백을 들고 재빨리 사무실을 나섰다.
결국 첫 번째 직원은 검찰이 1층 주차장에 세워놓은 74다23XX번 스타렉스 차량에 쇼핑백을 직접 전달했으나 두 번째 직원은 현장을 포착한 취재진들에게 둘러싸여 사무실로 되돌아갔다.
두 번째 직원은 쇼핑백에 압수품이 담긴 것 아니냐는 질문에 "나는 행정인턴이어서 아무 것도 모른다"며 발뺌했지만 결국 계속되는 추궁에 "네"라고 실토했다.
압수품 운송작전에 실패한 수사팀은 할 수 없이 전용 상자를 공수해 공개적으로 압수품을 옮겼다.
현장 수사팀 관계자는 "위장하려고 했을 뿐이다"며 서둘러 현장을 빠져나갔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그런 사실을 보고 받지 못했지만 만약 사실이라면 주의를 주겠다"고 답했다.
ahj@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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