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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ON+View | 방송] '해피투게더3-제목학원‘, 정말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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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

사진=KBS2 '해피투게더3'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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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온뉴스 이소희 기자] ‘해피투게더3’가 ‘통하였느냐, 불통하였느냐’는 멘트가 담긴 오프닝 영상과 함께 ‘제목학원’이라는 코너를 새로 도입했다. 과연 ‘해피투게더3’는 시청자들과 통하고 있을까.

KBS2 예능프로그램 ‘해피투게더3’는 목요일 심야예능 시청률 1위 자리를 놓고 동시간대 방송되는 SBS ‘자기야 백년손님’(이하 ‘자기야’)과 접전을 벌여왔다. 시청률 10%대를 웃돌며 목요일 강자로 우뚝 서기도 했다.

그러나 ‘해피투게더3’의 선전은 사우나 토크, 야간매점 포맷까지였다. 지난 8월에는 시청률 5%대를 유지하다가 최저 시청률인 3%대까지 찍었다. 지난달 8일에는 3.7%를 기록했고, 6.5%의 이례적인 시청률을 보인 29일을 제외하고는 4%를 넘나들었다.

이달의 성적도 마찬가지다. 3~5%대를 오가며 불안한 수치를 보였다. 그래서인지 ‘해피투게더3’는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끊임없이 변화를 꾀하고 있다. 이전에도 수많은 코너들을 도입해 신선함을 불어넣었다.

지난해 개편 때는 ‘정리의 발견’ 포맷으로 대대적인 새 단장을 했고, 반응이 좋지 않자 다시 앉아서 진행하는 토크쇼로 돌아왔다. 최근에는 MC 전현무와 박명수가 토크 대결을 펼치는 ‘전박대첩’ 형식을 도입했고, 지난 20일 방송에서는 ‘제목학원: 백문이 불여일짤’(이하 ‘제목학원’)이라는 코너로 확장했다.

◇ 11년 전 게임방식...트렌드의 역행

‘제목학원’은 지난 2005년 ‘상상플러스’의 ‘올드 앤 뉴(Old & New)’ 코너 때 사용됐던 세트장에서 진행된다. MC 유재석은 제작진을 대변해 세트장이 있는데 굳이 새로 지을 필요가 없어 사용하게 됐다고 솔직하게 밝혔다.

효율성을 위한 선택은 오히려 독이 됐다. 무려 10여 년 전 세트장은 시대를 역행하게 만들었고, ‘올드 앤 뉴’가 아닌 올드한 느낌만 줬다. 실제 시청자 게시판에도 ‘언제적 코너냐’는 식의 글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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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K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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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방식도 두 코너 모두 어느 정도 유사하다. ‘올드 앤 뉴’에서는 게스트들이 제시된 신조어의 뜻을 알아차리면 MC에게 달려가 귓속말로 정답을 속삭였고, ‘해피투게더3’에서는 진행자가 제시된 단어와 알맞은 그림을 그리면 게스트들이 MC에게 귓속말로 정답을 맞힌다.

‘올드 앤 뉴’는 당시 큰 사랑을 받은 코너이긴 했지만, 지금은 2016년이다. 시청자들이 더 이상 흥미를 느끼지 못해 사라진 예능방식을 왜 굳이 지금 차용했는지 의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제목학원’의 오답자에게는 얼굴에 먹물을 칠하는 벌칙이 주어지는데, 옛날 예능이나 코미디에서나 볼 수 있던 재미요소다. 이는 트렌드의 역행이라고 볼 수 있다.

◇ 언어유희 없는 ‘캐치마인드’식 게임

그림이 핵심이 되는 게임인 ‘제목학원’에서는 웹툰작가 기안84가 그림을 그리고 있는데, 참 ‘쓸데없이 고퀄’이다. 뛰어난 결과물을 보며 감탄할 수도 있지만, 예능을 보며 재미보다 놀라움을 추구하는 시청자들이 몇이나 될까.

‘제목학원’은 예전에 한창 유행했던 온라인 게임 넷마블 ‘캐치마인드’와 똑같은 방식이다. 게임 유저들은 언어유희를 적절히 이용해 예상 밖의 표현을 하며 게임을 즐겼다. ‘샴푸’라는 단어는 캐릭터 푸우 두 마리가 붙어 있는 모습으로, ‘용의자’라는 단어는 용이 의자에 앉아있는 모습으로 그리는 식이다.

상상초월의 ‘드립’은 ‘캐치마인드’가 어린이들이 할 법한 단순한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성인들에게 더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던 이유다. ‘제목학원’은 ‘캐치마인드’식 게임의 독특한 재미인 언어유희를 전혀 살리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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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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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학원’, 그 뜻이 아닌데요

‘캐치마인드’식 재미의 부재를 차치하더라도, 코너 내용과 이름의 뜻이 맞지 않는 것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사지 못한 가장 큰 이유다.

본디 ‘제목학원’은 SNS에서 유행하고 있는 일종의 ‘드립 페스티벌’인데, 누리꾼들이 일명 ‘짤’이라고 불리는 사진에, 말도 안 되지만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제목을 붙여 웃음과 공감을 사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절규하는 표정의 사람이 담긴 사진에 ‘레고 밟음’이라는 창의적인 제목을 붙이는 것이다.

‘해피투게더3’는 ‘짤’과 ‘제목학원’의 의미를 정확히 인지하지 못해서 혹은 새로운 의도로 혼용을 한 듯하다. 요즘 유행하는 단어를 사용해 젊은 시청자층과 소통하고 트렌디함을 부여하겠다는 시도로 보여지지만, 실제 방향과 벗어난 ‘끼워 맞추기 식’ 게임은 의아함만 남길 뿐이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해피투게더3’가 부진한 이유에 대해 “요즘은 독설이라든가 날 것 그대로를 이야기하는 시대다. 자극적인 토크쇼가 인기를 끌면서, 배려하는 착한 토크쇼는 옛날 방식이 됐고 사라져갔다”며 해당 방송이 트렌드를 따라잡지 못함을 꼬집었다.

이어 “시청률이 안 나오니 방송은 이런 저런 시도를 해보는 거다. 이런 경우 주로 게임을 집어넣는데, 토크를 하다 말고 게임을 한다는 게 뜬금없이 비춰질 수 있다”며 “더불어 ‘제목학원’ 코너의 경우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 긴장감이 별로 없기 때문에 과연 시청률을 잡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라고 짚었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소희 기자 lshsh324@entero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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