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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핫 코너] 무료 화장품 샘플에 가려진 60만원짜리 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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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드리화장품 이벤트 꼼수

고가의 정품과 함께 보내 샘플인 줄 알고 뜯었다가 낭패

나드리화장품 "문제 될 것 없다"

조선일보

나드리화장품 59만8000원짜리 정품 크림(왼쪽)과 샘플. /인터넷 캡처


"신제품 출시 기념으로 화장품 샘플을 무료로 드려요. 50~60대 고객들을 위한 '특별 이벤트'입니다."

부산에 사는 주부 김모(59)씨는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 9일 나드리 화장품 상담원으로부터 이 같은 전화를 받았다. 공짜라는 말에 선뜻 집 주소를 알려주고 택배를 받은 김씨는 무심코 포장을 뜯고 제품을 썼다가 안내문을 보고 깜짝 놀랐다. 안내문에 깨알만 한 글씨로 '샘플만 사용하시고 정품은 상담원과 통화 후 무료로 회수해드립니다'라고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이 회사가 무료 샘플과 함께 59만8000원짜리 정품 세트를 같이 보낸 것이다.

깜짝 놀란 김씨가 고객센터에 반품을 요청했지만 상담원은 "개봉했으면 크림을 사야 한다. 반값으로 깎아주겠다"고 했다. 김씨가 그래도 반품하겠다고 하자 상담원은 "일단 사용해보고 2주 후에도 효과가 없으면 반품 접수를 해주겠다"며 차일피일 반품을 미뤘다. 김씨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20만원 넘게 주고 화장품을 샀다"며 "사기당한 기분"이라고 했다.

1990년대 인기를 끌었던 나드리화장품이 '화장품 보이스피싱(전화 사기)' 논란에 휩싸였다. 이 브랜드에 친숙한 40대 이상 여성들에게 "신제품 샘플을 무료로 보내주겠다"며 주소를 알아낸 뒤 고가의 정품을 샘플과 함께 보내는 것이다. 만일 고객이 정품을 샘플인 줄 알고 사용하면 화장품 값을 청구하는 수법이라고 피해자들은 말했다. 피해자들은 "무료 샘플이라고 선전해놓고 화장품을 뜯었다는 이유로 일부러 반품 접수를 해주지 않는 것은 사기"라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 인터넷 게시판에는 '나드리화장품 신종 사기', '중장년층 대상 화장품 샘플 주의보' 등의 글이 수십 건씩 올라오고 있다.

나드리화장품은 1979년 설립됐고, 전도연 등 톱스타를 모델로 기용해 1990년대에는 1000억원대의 연매출을 올렸다. 그러나 1997년 외환위기로 자금난에 빠져 2012년 2월 부도 처리됐다. 지금은 개인 투자자가 회사를 인수했다. 나드리화장품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샘플 이벤트는 지난해 말부터 진행된 마케팅의 일환이고 정품은 원하지 않으면 전부 회수해가기 때문에 문제 될 게 없다"고 해명했다.

[이슬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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