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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금지옥엽 외동딸의 연애…'치인트' 잡은 '또 오해영'의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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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8.3% 기록하며 케이블 평일 밤 11시 시청률 경신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서현진과 예지원의 눈부신 활약은 말할 것도 없고, 네 남녀의 얽히고설킨 극적인 사랑이 성능 좋은 엔진으로 기능하고 있다.

하지만 감동 한 스푼을 추가하지 않으면 그 감칠맛이 살지 않는 법. 그 한 스푼에 풍미도 배가되고 전체적인 완성도도 더욱 탄탄해진다.

tvN '또 오해영'이 케이블 평일 밤 11시 시청률 기록을 갈아치우며 질주하고 있다.

이전 최고 기록인 '치즈 인 더 트랩'(치인트)의 7.2%를 지난 24일 넘어선 이 드라마가 '치인트'의 못다 이룬 꿈인 10%를 달성할지가 이제 새로운 관심사로 떠올랐다.

24일 8회에서 8.3%를 기록하며 호기롭게 후반전으로 접어든 '또 오해영'에는 절묘한 타이밍에 추가된 감동 한 스푼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했다.

◇ 금지옥엽 외동딸의 연애

'또 오해영'은 평범한 직장 여성 오해영(서현진 분)의 극적인 사랑 이야기를 달콤하면서도 쌉쌀하게 전개하고 있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드라마는 여러 개의 시선을 간직하고 있는데, 그중 하나는 이 평범한 직장 여성이 누군가에게는 금지옥엽 외동딸이라는 점이다. 금수저든, 흙수저든 오해영은 부모에게 끔찍하게도 어여쁘고 귀하고 애틋한 자식이다.

'또 오해영'이 8회에서 케이블 평일 밤 시청률을 다시 쓸 수 있었던 것은 '눈 안의 사과' 같은 외동딸을 바라보는 부모의 절절한 마음이 안방극장을 강타한 영향이 크다.

지금까지는 결혼식 하루 전날 파혼을 선언해버린 '범죄'를 저지른 후안무치하고 성질 고약한 딸인 줄로만 알고 온갖 구박을 하던 엄마(김미경)는 딸이 예비신랑을 찬 게 아니라, 사실은 버림받았음을 뒤늦게 알고 주저앉아 가슴을 친다.

'동네 창피한' 파혼 이후 가만히 있다가도 울화가 치밀어 딸의 뒤통수를 후려쳤던 게 한두 번이 아니었던 엄마는 금쪽같은 딸이 홀로 감당했을 엄청난 비밀과 상처에 억장이 무너져 숨을 쉴 수조차 없다.

또 평소 모녀의 지지고 볶는 일상을 한발 떨어져 지켜보고, 파혼 사건 후에도 그저 말없이 아내와 딸의 처지를 헤아리고 있던 착한 아빠(이한위)는 소리도 내지 못한 채 눈물을 줄줄 흘린다.

직장에서는 상사에게 사사건건 면박을 당하고, 결혼식 전날에는 영문도 모른 채 "네 밥 먹는 모습이 보기 싫어졌어"라며 버림받은 오해영이지만 그는 엄마, 아빠의 둘도 없는 자식이다.

발랄하고 코믹하게 달려오던 '또 오해영'은 7~8회에서 금지옥엽 외동딸의 연애를 지켜보면서 딸과 일심동체 희로애락을 느껴오던 오해영 부모의 시선을 강조하며 시청률 신기록을 세웠다.

딸의 새로운 연애를 응원하고자 불판에 삼겹살을 싸들고 딸의 자취방을 급습해 고소한 연기를 피운 오해영 부모의 회심의 전략은 배꼽 잡는 웃음을 안겨줬고, 딸이 차마 고백하지 못하고 거짓으로 위장했던 과거를 뒤늦게 알게 된 부모의 충격과 창자가 끊어지는 슬픔은 송곳으로 찌른 듯 가슴을 아리게 했다.

◇ 다양한 시선, 풍성한 이야기

이처럼 '또 오해영'이 100℃를 넘어 팔팔 끓어오른 데는 오해영을 둘러싼 다양한 시선과 풍성한 이야기가 시너지 효과를 냈기 때문이다.

이 드라마의 시청 소감을 보면 오해영과 박도경(에릭)의 사랑 이야기뿐만 아니라 다양한 이야기를 지지하는 목소리가 이어진다.

밤이면 머리를 풀어헤친 채 외계인을 찾는 박수경(예지원)을 비롯해 오해영의 부모, 수다쟁이 자유연애주의자 이진상(김지석), 잘난 오해영(전혜빈), 박도경의 회사 직원들 등 여러 등장인물에게 고루 관심이 분산되고 있다.

성공한 드라마에서 관찰할 수 있는 폭이 넓은 반응이다.

시트콤 '올드 미스 다이어리', '청담동 살아요'를 히트시켰던 박해영 작가는 '또 오해영'에서도 다양한 인물군상의 매력을 하나하나 터뜨리며 시트콤적인 '깨알' 재미를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

오해영과 박도경을 둘러싼 주변 인물들이긴 하지만, '또 오해영'의 주변 인물들은 저마다 자신들만의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어 언제든 굵직한 에피소드를 책임질 역량을 간직하고 있다.

또한 그런 인물들이 주인공을 중심으로 유기적으로 기능하면서 이야기는 여느 드라마보다 한층 풍성해진다.

다만 이제 관건은 작가의 힘 조절. 8부가 남은 상황에서 널리 뿌려놓은 다양한 씨앗들을 어떻게 취사선택해 마무리할 것인지가 포인트.

선택과 집중을 잘하지 않으면 자칫 '하다 만 이야기'라는 지적을 받을 수도 있다. 지난 겨울 국민적인 인기를 누린 '응답하라 1988'이 막판에 비난을 받았던 것과 역시 같은 맥락이다.

당장 박수경과 이진상의 이야기가 이 정도에서 끝나지는 않을 것이고, 잘난 오해영과 이제 다시 등판한 한태진(이재윤)의 협공도 기대되는 상황이다.

◇ 이번에는 10% 넘어가나

월화 밤 11시는 50대 이상은 잠자리에 드는 '마의 시간대'.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도 3~4%로 시청률이 곤두박질치는 시간이다.

앞서 지난 3월 막을 내린 '치인트'는 무서운 기세로 치고 올라가 4회에서 6%를 기록하며 케이블 평일 드라마 시청률을 경신했다. 이전까지 최고 기록은 2014년 5월13일 방송된 JTBC '밀회'의 마지막 16회로 평균 5.5%였다.

'치인트'는 다시 여세를 몰아 9회에서 7.2%를 기록하며 드라마를 넘어 케이블 평일 밤 11시 프로 최고 시청률을 잡았다. 이전까지 케이블 밤 11시대 최강자는 JTBC '비정상회담'으로 2015년 10월27일 자체 최고 기록인 6.6%를 기록했다.

원작의 인기와 일명 '치어머니'들의 응원이 워낙 뜨거웠던 터라 '치인트'는 상승세가 지속하면 10%도 넘볼 것이라 예상됐지만 아쉽게도 9회 이후 성장이 멈추고 급제동이 걸리면서 7.2%를 경신하지 못했다.

그런 상황에서 '또 오해영'이 8회 만에 8.3%로 새로운 기록을 세웠으니 이번에는 마의 10%를 넘길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마치 살풀이 굿을 하는 듯 오해영과 부모가 노래방에서 정신을 놓고 목청이 터져라 노래하는 모습과 서로 부여잡고 통곡하는 모습을 수차례 교차 편집한 8회의 연출은 '또 오해영'의 정체성과 지향점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노래방에서 가슴 속 응어리를 터뜨리고 나온 뒤 엄마가 한다는 첫 일성이 "(노래방에서) 얼마 나왔어?"라는 것이나, 노래를 너무 심하게 해 목이 쉬어버린 아빠가 "7만원…3만원 깎아준 거야"라고 조용히 답하는 장면은 '또 오해영'이 뜬구름 잡는 사랑놀이가 아니라, 바로 내 이야기일 수도 있음을 다시 확인시켜줬다.

그게 바로 '또 오해영'의 에너지다.

pretty@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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