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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기록을 보라' 이대호, 허울뿐인 '플래툰의 희생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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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임종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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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VP급 실력인데...' 시애틀 이대호는 지난달 끝내기 홈런, 이달 5일 멀티홈런의 불방망이에도 팀의 플래툰 시스템에 의해 다음 날 경기에 결장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자료사진=황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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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경기에 홈런을 2개씩이나 몰아쳤는데도 벤치 신세였다. 올해 메이저리그(MLB)에 도전한 한국과 일본 최고 타자의 지위를 누린 '빅 보이' 이대호(34 · 시애틀) 얘기다.

이대호는 6일(한국 시각) 미국 미닛 메이드 파크에서 열린 휴스턴과 원정 선발 명단에서 빠졌다. 이날 시애틀은 대타를 1번도 쓰지 않아 이대호는 벤치에서 경기를 마쳤다.

전날 멀티홈런으로 대폭발한 이대호였다. 오클랜드 원정에서 시즌 3, 4호 연타석 홈런을 터뜨리며 9-8 짜릿한 대역전승의 발판을 놨다. 4타수 2안타 3타점에 상대 고의 4구까지 얻어냈다.

스캇 서비스 시애틀 감독도 "이대호의 엄청난 타격이 없었다면 이기지 못했을 것"이라며 공로를 인정했다. 이어 "이대호가 경기에 자주 나서지 못하고 있으나 팀에 공헌할 방법을 찾고 있다"고 칭찬했다.

그런 이대호였지만 6일 경기에서 불붙은 방망이를 한번도 휘두르지 못했다. 팀의 플래툰 시스템에 선의의 피해를 보고 있다.

▲이대호, 우투수에 더 강해-린드도 좌완에 선전

시애틀은 우타자인 이대호를 상대 선발이 좌완일 경우에 선발로 내보낸다. 우완 선발일 경우는 좌타자 애덤 린드가 선발 출전한다. 예전 이승엽(삼성)이 일본 지바 롯데 시절 겪은 반쪽짜리 출전이다.

일단 연봉에 따라 출전 기회가 보장되는 MLB의 방식을 따를 수밖에 없다. 린드는 연봉 800만 달러(약 92억 원)로 이대호의 최대 400만 달러의 2배에 이른다.

지난달에도 이대호는 비슷하게 억울한 결장을 한 바 있다. 14일 텍사스전에서 이대호는 연장 10회 대타 끝내기 2점 홈런으로 짜릿한 승리를 이끌었다. 그러나 다음 날 선발에서는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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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4일 텍사스와 홈 경기에서 연장 끝내기 홈런을 날린 시애틀 이대호를 대서특필한 지역 언론 인터넷 기사.(사진=시애틀 타임스)


하지만 올 시즌 성적을 보면 시애틀의 플래툰은 유명무실하다. 이대호와 린드 모두 오히려 반대의 성적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올 시즌 이대호는 좌완 상대 타율 2할5푼(20타수 5안타)보다 오히려 우완 상대 타율이 3할3푼3리(12타수 4안타)로 더 높다. 홈런과 타점은 똑같이 2개와 3개씩이다. 특히 이대호는 5일은 우완 투수들을 상대로 홈런 2개를 뽑아냈다. 오른손 투수에게도 충분히 강점을 보인 것이다.

린드도 올 시즌은 오히려 좌투수에 더 강하다. 타율 3할4푼3리(11타수 4안타)로 우투수 상대 타율 1할9푼4리(67타수 13안타)보다 훨씬 더 높다. 올 시즌 1개의 홈런도 좌투수에게 뽑아냈다.

▲슬럼프 린드-상승세 이대호, 언제까지 차별하나

물론 린드는 우투수에 상대적으로 강했던 것이 사실이다. 지난해까지 최근 3시즌 동안 린드는 우투수를 상대로 타율 3할1푼3리(1024타수 321안타) 46홈런 176타점을 올렸다. 좌투수에는 타율 1할9푼3리(233타수 45안타) 3홈런 18타점이었다.

하지만 올 시즌과 최근 컨디션을 보면 린드는 전체적으로 슬럼프다. 23경기 타율 2할3푼 1홈런 5타점 출루율 2할4푼7리에 불과하다. 5월 타율이 1할4푼3리에 그쳐 있다. 6일도 4타수 무안타 1삼진으로 무기력했다.

반면 이대호는 15경기 타율 2할8푼1리 4홈런 6타점 출루율 3할4푼3리다. 출전 기회가 많지 않음에도 린드보다 홈런과 타점이 많다. 더 많은 타석에 들어갔다면 수치도 더 늘었을 터다. 특히 이대호는 고비마다 중요한 홈런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플래툰 시스템만 고집할 게 아니다. 타격감이 좋은 이대호를 내보내 효과를 보고, 린드가 쉬면서 컨디션을 회복하게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팀이 잘 나가고 있어 일단 변화를 주기는 쉽지 않다. 시애틀은 17승11패로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1위를 달리고 있다. 그러나 팀에 고비가 오면 분명 이대호의 해결사 능력이 필요해질 시점이 온다. 과연 시애틀의 유명무실한 플래툰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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