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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해커 잡는 해커, 정보보안 최전선에 '우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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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는 서류를 훔치려면 사무실에 잠입해야 했다. 은행을 털기 위해서는 총이 필요했다. 지금은 이 두 가지 모두 침대에서 노트북으로 할 수 있다.'

최근 '핵백(HackBack!)'이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해커 피니아스 피셔(Phineas Fisher)는 지난해 이탈리아의 해킹팀(Hacking Team)을 해킹한 주범이 자신이라고 밝히며 당시의 노하우를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해킹팀은 전 세계 정부 정보기관을 고객으로 두고 감시툴을 판매해온 업체다.

그동안 은밀하게 활동해온 해킹팀이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내게 된 계기는 아이러니하게도 그들 자신이 해킹을 당하면서다. 피셔는 오랜 시간에 걸쳐 해킹팀 내부 네트워크의 취약점을 찾아낸 후 그들이 고객과 주고받은 이메일을 빼냈다. 우리나라 국정원이 해킹팀의 고객이었던 사실도 이로써 밝혀졌다. 피셔는 자신이 해킹팀을 해킹한 것은 '윤리적인(ethical)' 목적이었음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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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커에 대한 오해는 그들을 주로 공격 주체로 분류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해커의 사전적 정의는 '컴퓨터에 대한 집요한 관심과 전문적 기술, 해박한 지식을 갖추고 시스템을 자유자재로 조작하는 사람'이다. 악의적인 해커는 수백만달러 규모의 기업도 하루아침에 무너뜨릴 수 있다. 반면, 해커 중에서는 정부, 기업 등을 대상으로 보안 문제를 제기하고, 이를 해결하는데 기여하는 이들도 있다. 음지에서 활동하는 '블랙 해커'에 맞서는 해커, 이른바 '화이트 해커'다.

일찍이 소프트웨어 교육이 발달한 미국, 유럽은 해커들의 강국으로 꼽힌다. 국내에서도 최근 몇 년간 해커 양성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정부도 우수한 해커를 발굴해 사회 진출 통로를 제공하고, 보안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데 발벗고 나섰다. 이에 발맞춰 각종 글로벌 해킹방어대회에서 한국 참가팀의 우승 소식도 잇달아 들려오고 있다.

해킹방어대회는 해커들의 축제다. 그동안 인터넷에서 정보를 교류해온 전 세계 해커들이 한 자리에 모여 해킹 실력을 겨루고, 친목을 도모하는 자리다. 해커들은 대회를 통해 실전 기술을 연마하고, 해커로서 갖춰야 할 윤리의식도 다진다. 우승 상금과 명예가 뒤따름은 물론이다.

5월 세계 해킹대회를 휩쓴 최정상급 해커들이 서울을 찾는다. 5월 2~3일 양일간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는 국제해킹방어대회'코드게이트(Codegate)'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코드게이트는 올해로 9회째를 맞아 세계 최대 수준의 규모로 성장했다. 올해 대회 예선전에만 81개국 1572개팀, 총 5110여명의 해커들이 참가했다. 치열한 예선을 뚫고, 본선에는 한국과 미국 각각 두 팀과 러시아, 스웨덴, 베트남, 프랑스, 중국, 대만 각각 한 팀씩 총 10개 팀이 출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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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주목할만한 참가자로는 '지오핫(GeoHot)'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미국의 20대 천재 해커 조지 호츠(George Hotz)가 꼽힌다. 이미 10대때 아이폰과 플레이스테이션을 해킹해 유명세를 탔고, 최근에는 혼자 자율주행차를 만들어 엘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 대적한 일화로 화제가 된 인물이다. 최대 4인까지 구성 가능한 본선 진출팀 중 유일하게 1인 팀으로 참가한 점도 눈에 띈다.

일반부 대회 외에도 올해는 대학 대항전도 마련됐다. 국내 28개 대학 정보보호 동아리가 참가해 자웅을 겨룰 예정이다. 이와 함께 19세 미만의 참여가 가능한 주니어 국제해킹방어대회도 열린다. 개인전으로 열리는 주니어 대회에는 올해 세계 52개국, 560여명의 주니어 해커들이 참가했다. 본선에는 한국, 미국, 일본의 주니어 해커 30여명이 진출했다.

한편, 대회가 펼쳐지는 24시간 동안에는 국내외 유명 보안 전문가들이 강연자로 나서는 글로벌 보안 컨퍼런스도 함께 진행된다. 기조연설은 인공지능(AI) 분야의 국내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김진형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소장과 글로벌 빅데이터 전문업체 스플렁크의 스네일 안타니(Snehal Antani) CTO가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미래 기술과 연계된 보안 이슈를 발표한다.

이외에도 전문가 수준의 지식을 겸비한 중,고등학생들이 직접 강사로 나서 강의와 토론을 진행하는 '주니어 트랙'과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코딩, 창의적 디자인 사고 등 소프트웨어 체험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키즈스쿨' 등 연령별 맞춤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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