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난 23일 서울 반포동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내 기획전 행사장(40~50% 세일·왼쪽 사진)에는 고객들로 북적댄 반면 20~30% 브랜드 세일을 하는 여성캐주얼 매장은 한산했다. |
유통가,반값 기획전만 북적.. 30% 세일쯤은 거들떠도 안봐
유통가의 한숨 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기불황으로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녹이기 위해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세일 마케팅'에 나섰지만 이마저도 먹혀들지않기 때문이다. 백화점은 유례없는 30일 이상의 세일을 펼치고 대형마트의 경우 '일년 내내 할인'을 내걸었지만 지난 주말 찾은 백화점과 대형마트에서는 이런 유통가의 노력이 별 재미를 보지 못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백화점, 40~50% 세일에만 몰려
지난 23일 찾은 서울 반포동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서는 불황 속에서 더 싼 것을 찾는 소비자 구매심리가 확연히 나타났다. 이 백화점에서는 지난 주말부터 브랜드 세일에 돌입했지만 20~30% 할인율을 내세운 매장보다 그보다 더 많은 할인을 해주는 균일가와 기획전 행사장에 더 많은 사람이 몰리고 있었다.
특히 여성캐주얼 브랜드가 즐비한 4층 매장에서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졌다. 이 백화점의 신관과 본관을 연결하는 통로에서 진행한 여성캐주얼 샘플전과 균일가전에는 물건 고르기가 쉽지 않을 정도로 사람들이 북적였다.
이곳에서 판매되고 있던 상품들은 정가 대비 40~50%가량 저렴했다. 반면 '브랜드세일' 참여를 알리는 문구를 내건 매장에서는 1~2명의 고객들이 물건을 고르는 등 한산한 모습이었다.
서울 방배동에 거주하는 직장인 하지현씨(26)는 "매장에서 판매하는 상품은 20%가량 할인을 해도 10만원이 훌쩍 넘어 부담스럽다"며 "요즘 이전보다 행사전도 많아진 것 같은데 저렴하게 판매하는 행사장에서 괜찮은 물건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백화점의 9층에서 열린 대행사장에서 진행된 한 브랜드의 시즌오프 세일에서 만난 행사장 직원은 "행사장과 매장에서 똑같은 할인전을 펼치고 있어도 행사장에서 물건을 구매하는고객이 훨씬 많다"며 "더 저렴한 상품을 찾는 소비자들의 심리가 반영된 것 아니겠느냐"고 전했다.
더 저렴한 물건을 찾는 소비자들의 구매심리는 명품 매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30~50% 세일 행사를 진행 중인 프라다 매장 앞에는 매장에 들어가고자 하는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던 반면 세일 행사를 진행하지 않는 펜디와 에르메스 매장 등에는 고객들의 발길이 뜸했다.
백화점 업계의 한 관계자는 "불황 때문에 세일 상품, 행사장 상품에 고객이 몰리는 것 같다"며 "이 같은 점을 고려해 다음주(29일)부터 시작되는 정기세일에는 세일 물량을 대폭 늘려 매출 증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트, 소비자 지갑 쉽게 못 열어
대형마트 역시 불황기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전력투구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지갑은 좀처럼 열리지 않고 있다.
같은 날 오후 찾은 서울 이마트 용산점에서는 눈을 돌리는 곳마다 '초특가' '세일' '금주 행사 상품'이라고 적힌 현수막과 푯말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지난달 매출 신장률 마이너스 기록을 만회하려는 듯 자체브랜드(PB) 제품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상품을 세일 상품으로 내놓았다.
세일하지 않는 제품을 찾기가 더 어려울 정도였다. 손님들의 발걸음을 잡으려는 듯 상품 진열대 끝마다 시식코너가 늘어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이 끌고 다니는 카트 속은 허전했다. 도화동에서 온 주부 박명숙씨(50)는 "입구에서 나눠주는 전단지를 살펴보기도 하고 쿠폰도 챙겼지만 물가가 너무 올라 10만원으로 살 수 있는 게 생각보다 적다"며 한숨지었다.
같은 날 롯데마트 서울역점에서는 '상반기결산 최저가전' 행사를 열었다. 마트 한쪽 벽에 상반기 가격동결 상품 품목이 적힌 현수막이 걸려있었고 코너마다 자체브랜드(PB)인 '통큰' '손큰' '세이브엘' '초이스엘' 등 제품을 홍보하는 안내표시가 붙어 있었다.
아현동에서 온 장주현씨(36)는 "예전에는 마음에도 두지 않았던 마트 브랜드에 눈길이 간다"며 "식빵만 해도 500원 정도 가격 차이가 나서 큰 무리가 없다고 생각되면 저렴한 것을 선택하게 된다"고 말했다.
식품의 경우 소량 포장된 상품과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수입산에 손님이 몰렸다. 수박의 경우 반으로 자른 제품의 인기가 높아 창고에서 내놓은 지 30분도 채 안돼 동이 났고, 과일 코너에선 미국산 오렌지와 바나나 등을 구매하는 고객이 많았다. 과일코너의 한 점원은 "오렌지나 바나나의 경우 자유무역협정(FTA) 이후 물량이 많아져 제철 과일인 참외 값보다 훨씬 저렴해 손님이 많이 찾는다"고 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불황이 지속되다 보니 소비자들이 가격이나 품질을 보고 꼼꼼하게 구매하는 경향이 늘어났다"며 "이에 발맞춰 대형마트들도 시즌별로 기획상품을 선보이고 PB 제품라인 강화를 위해 만전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longss@fnnews.com 성초롱 기자 박지현 수습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