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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7년의 기다림… 정현 그랜드슬램 첫 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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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오픈 테니스 95위 덕워스 완파

한국일보

정현(19)이 2일 미국 뉴욕 빌리진 킹 내셔널 테니스센터에서 열린 US오픈 테니스대회 남자단식 1회전 제임스 덕워스(호주)와의 경기에서 리턴 샷을 터뜨리고 있다. 뉴욕=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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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 현실이 됐다. 한국 테니스의 ‘희망’ 정현(19ㆍ삼성증권 후원ㆍ69위)이 올 시즌 목표였던 그랜드슬램 1승을 달성했다. 한국 선수가 테니스 4대 메이저 대회(호주, 프랑스, 윔블던, US오픈) 본선 단식에서 승리한 것은 7년 만이다.

정현은 2일(한국시간) 미국 뉴욕 빌리진 킹 내셔널 테니스센터에서 열린 US오픈 테니스대회 남자단식 1회전에서 제임스 덕워스(23ㆍ호주ㆍ95위)를 경기시간 1시간36분만에 3-0(6-3 6-1 6-2)으로 완파하고 2회전에 진출했다. 한국 선수가 그랜드슬램 대회 본선에서 이긴 것은 2008년 5월 이형택(39)이 프랑스오픈 1회전에서 요나스 비요크만(스웨덴)을 3-0

(6-4 6-4 6-3)으로 꺾은 후 7년3개월 만이다. 앞서 이형택은 2007년 US오픈 16강에 올랐고, 2008년에는 프랑스오픈과 호주오픈에서 본선 2회전까지 진출했다.
한국일보

정현(19)이 2일 미국 뉴욕 빌리진 킹 내셔널 테니스센터에서 열린 US오픈 테니스대회 남자단식 1회전 제임스 덕워스(호주)와의 경기에서 서브를 넣고 있다. 정현은 이날 평소 약점으로 지적된 서브에서도 에이스 10개를 기록해 한층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뉴욕=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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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슬램 1승을 향한 정현의 여정은 짧았다면 짧고 길다면 길었다. 정현은 지난해 8월 남자프로테니스(ATP)투어급 바로 아래 무대인 챌린지 대회 방콕 오픈에서 생애 첫 우승을 거뒀고 2014 인천아시안게임 남자 복식에서 임용규와 함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 때부터 기량이 급상승해 잇따라 챌린지 대회를 제패한 정현은 올해 4월 한국 남자 테니스 선수로는 이형택에 이어 두 번째로 ATP 랭킹 100위의 벽을 깼다. 메이저 본선 직행 가능성도 부풀었고 자연스럽게 ‘투어 새내기’ 정현의 목표는 그랜드슬램 1승으로 정해졌다.

하지만 가장 꿈에 근접했을 때 정현은 간발의 차로 승리를 놓치고 말았다. 정현은 지난 6월 윔블던 테니스에서 생애 처음 메이저 본선 무대를 밟았지만 프랑스의 피에르-위그 에베르(24)에 2-3(6-1 2-6 6-3 2-6 8-10)으로 역전패했다.

그러나 정현에게 당시의 패배는 보약으로 작용했다. 당장의 결과보다는 경험을 쌓는 것에 집중하자는 전략이 오히려 승리를 가져다 줬다. 윔블던 1회전 당시에는 한 수 아래 상대와의 대결에서도 경기 운용 능력에서 뒤졌지만 이번 US오픈에서는 훨씬 더 여유를 찾은 모습이었다. 이날 상대에게 서브에이스를 10개를 얻어맞았지만 정현 역시 서브에이스 10개로 응수했다. 평소 약점으로 꼽혔던 서브를 파워보다는 각도로 차별화한 대응이었다. 첫 서브 성공률 69%에 이중 78%를 자신의 포인트로 가져와 안정적인 경기운용을 보여줬다. 무엇보다 브레이크 포인트 위기를 단 한차례도 허용하지 않았다는 점이 고무적이었다. 현장에서 경기를 지켜본 대한테니스협회 주원홍(59) 회장은 “정현의 플레이가 기복 없이 안정적이다. 2회전 바브링카와의 경기에서도 오늘처럼 침착하게 나선다면 이변을 기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1세트 6-3으로 기선을 제압한 정현은 2세트를 22분만에 6-1로 마무리해 상대의 추격 의지를 꺾었다. 3세트 역시 초반부터 2-0으로 달아나며 안정된 플레이를 보여줬다. 정현을 전담 지도하는 윤용일(43)코치도 “윔블던 대회 1회전에서도 너무 이기려다가 졌다”며 “오늘 경기 시작 전에 ‘윔블던 때처럼만 하지 말자. 승패는 내려놓고 최선을 다하자’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정현 역시 경기가 끝난 후 “시합에 들어가기 전에는 승패를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다. 지든 이기든 있는 힘 다 쏟아내고 오자고 코치, 트레이너와 얘기했다”며 마음을 편히 먹은 게 승리의 요인이었음을 밝혔다.

정현은 이날 승리로 랭킹 포인트 45점과 상금 6만8,600 달러(8,033만원)를 차지했다. 정현은 2회전에서 세계랭킹 5위 스탄 바브링카(30ㆍ스위스)와 만난다.

이현주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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