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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정진영의 펜질팬질] 남자, 부서질 것 같은 소년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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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이니부터 B1A4까지…아이돌은 왜 다시 소년이 됐나

소년은 길을 걷는다. 들꽃이 핀 푸른 길, 보는 이는 소년의 목적지를 알 수 없다. 그저 멀리서 지켜볼 뿐. 마른 몸은 바람에 흔들리는 꽃처럼 쓰러질 듯 위태롭다. 살짝 흔들린 카메라의 초점은 부서질 것 같은 소년기를 미세하게 포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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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1A4의 단체 티저 이미지. B1A4의 새 앨범 콘셉트는 꽃과 나비, 그리고 소년이다. /WM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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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컴백을 앞둔 B1A4가 티저를 공개했다. 꽃, 나비, 소년은 이번 앨범의 주요 테마다. 이에 맞게 앨범 역시 3종으로 출시된다. 붉은색으로 필터 처리가 된 다른 티저 이미지에서 멤버들은 꽃과 나비 등을 입에 물고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다. 이들의 눈빛은 미묘하다. 언뜻 노려보는 것 같기도 하고, 유혹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그저 어떤 생각에 빠진 것 같기도 하다. 복잡한 생각으로 가득한, 어른이 되는 과정에 있는 어떤 소년의 눈빛과 닮았다.

B1A4는 지난해 7월 5번째 미니앨범 '솔로 데이'로 활동했다. 타이틀곡 '솔로 데이'에서 B1A4 멤버들은 쉽게 헤어지자 하고 돌아선 연인 때문에 슬퍼진 감정을 '이제는 즐겨야 돼. 이별을 즐겨야 돼. 솔로 데이'라며 반어적으로 표현했다. '이게 무슨 일이야'나 '잘자요 굿나잇' 때처럼 활기차고 트렌디한 매력 그대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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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1A4의 또 다른 티저 이미지. 색감과 멤버들의 표정이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WM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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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던 이들이 소년이 됐다. 이번 앨범의 티저에서 멤버들의 의상은 유행과 거리가 멀다. 오히려 예스럽고 서정적이다. 주변에 펼쳐진 초록빛 들판은 오래전 우리도 거쳐 온 푸른 소년기를 연상시킨다.

앞서 지난 4월 또 다른 보이그룹 방탄소년단은 미니앨범 '화양연화 파트1'을 발표했다. 아이도 아닌, 그렇다고 어른도 아닌 소년들은 반바지에 니삭스를 신고 무대에 올라 격렬한 안무를 소화했다. 의상과 안무의 갭은 마치 일찍 커버린 어린 얼굴의 소년을 보는 것 같았다. 거친 반항기를 걷어낸 방탄소년단은 많은 여성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들은 '화양연화 파트1'의 타이틀곡 '아이 니드 유'로 데뷔 이래 첫 음악 프로그램 1위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보이그룹들이 컴백할 때 흔히 하는 말이 '진짜 남자가 됐어'다. 청순했던 걸그룹이 조금씩 몸매를 드러내며 섹시해지는 것과 비슷하게 왜소한 몸으로 데뷔했던 보이그룹 멤버들이 점차 몸을 키우고 거친 매력으로 어필하는 것을 꽤 자주 목격할 수 있다. 아이가 자라서 어른이 되는 것처럼 이런 과정은 퍽 자연스러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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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 멤버 뷔(왼쪽)와 정국. '소년미'가 돋보이는 무대 의상이 눈길을 끈다. /배정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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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오히려 이 반대의 경우가 더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앞서 언급한 방탄소년단이 그랬고, 또 샤이니가 그렇다.

앙상해 보일 정도로 마른 몸에 바가지 머리를 하고 나타난 샤이니는 누가 봐도 '소년' 그 자체였다. '누난 너무 예뻐'라는 데뷔곡은 제목부터 이들의 정체성을 오롯이 나타냈다. 사랑이 뭔지 알아가고 있지만 아직은 너무 서툰, 짝사랑 상대는 아마도 누나일 '소년'이다.

지난 5월 공개된 정규 4집 '오드'는 데뷔 7주년에도 여전히 풋풋한 샤이니의 매력을 한껏 끌어냈다. 묘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컬러렌즈, 어느 동화책의 삽화를 떠올리게 하는 복장, 마른 몸은 현실로 끌어내리면 망가질 것 같은 판타지 속 소년을 떠올리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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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미'의 대표주자 샤이니. 샤이니는 최근 정규 4집 '오드'로 데뷔 7년차에도 여전히 싱그럽고 풋풋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배정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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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기가 아름다운 건 이처럼 곧 부서질 것 같아서다. 물방울이 송골송골 맺힌 투명한 유리컵처럼 싱그러움과 언제든 곧 깨질 것 같은 위태로움이 공존해 조심스럽다.

그 래서, '누구든 처음이겠지. 별빛의 향과 맛을 본 것도, 향기의 무게를 느낀 것도, 소리의 색과 모양 본 것도'(샤이니 정규 4집 '오드' 타이틀곡 '뷰' 중)라며 사랑에 빠진 기분을 수줍게 털어놓기도 하고, '왜 다칠 걸 알면서 자꾸 니가 필요해'(방탄소년단 '화양연화 파트1' 타이틀곡 '아이 니드 유')라며 사랑에 상처받고 주저앉기도 하는 소년들이 누나팬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건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우리가 홍역처럼 앓았던, 짧고 푸르른 그 시절을 이들이 끊임없이 돌이켜 내기 때문이다.

"8월엔 샤이니가 온다. B1A4도 온다. 아, 열심히 돈을 벌어야겠다."

[더팩트ㅣ정진영 기자 afreeca@tf.co.kr]
[연예팀ㅣssen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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