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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故윤영하 소령이 못 이룬 꿈, 후배들이 이뤄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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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연평해전' 김학순 감독, 尹소령 母校 송도高서 강연]

학생·교직원, 2년前엔 모금… 영화 제작비로 6168만원 내

강연뒤 박수·환호 쏟아져 "군대에 대한 안 좋은 생각, 이번 기회에 바뀌었다"

10일 오전 11시 인천 연수구 송도고등학교 체육관. 영화 '연평해전'을 만든 김학순 감독이 단상에 오르자 큰 박수와 함께 "와" 하는 함성이 터져 나왔다. 김 감독은 이날 1학년생 400여명을 대상으로 '연평해전 영화 제작을 통해 본 고(故) 윤영하 소령'이란 제목의 강연을 했다. 송도고는 윤 소령의 모교(母校)로, 2013년 학생과 교직원들이 성금 6168만원을 모아 이 영화 제작비로 내기도 했다. 이 영화에 대한 얘기를 나눠보자는 감독과 학교 측 마음이 자연스럽게 통해 마련된 자리였다.

"윤 소령은 원칙을 철저히 지키면서도 부하들을 따뜻하게 돌보는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갖고 있어 해군사관학교 동기들도 모두 부러워했다고 합니다."

조선일보

영화 ‘연평해전’을 제작한 김학순 감독이 10일 오전 인천 송도고등학교를 찾아 1학년 학생 400여명을 상대로 강연하고 있다. 송도고는 연평해전 당시 숨진 고(故) 윤영하 소령의 모교로, 2013년 이 학교 학생과 교직원들이 성금 6168만원을 모아 영화 제작을 도왔다. /이진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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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감독은 준비해 온 원고를 보며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미국은 애국을 주제로 한 영화를 많이 만들고, 이를 통해 국민들이 조국은 적대시할 존재가 아니라 고맙고 지켜나가야 할 대상이라는 생각을 갖습니다. 연평해전 전사자들은 우리를 대신해 싸우다 숨졌고, 유족들에게 그들은 누구보다도 소중한 가족이었다는 사실을 기억하며 아픔을 공유하는 것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자리에 앉아만 있어도 등 뒤로 땀이 흘러내리는 더운 날씨에 몇몇은 자세가 흐트러지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학생이 손부채를 부쳐가면서 끝까지 김 감독 말에 귀 기울였다.

"이 영화를 20~30대 젊은 층이 많이 보고, SNS에서 최고의 화제가 되고 있다고 합니다. 젊은이들이 (영화에 대한 이념적 매도에) 휩쓸리지 않고 스스로 판단하는 것을 볼 때 대한민국의 변화가 시작됐다고 느낍니다. 이제 변화는 여러분에게 달려 있습니다. 윤 소령이 못 이룬 것을 후배 여러분들이 꼭 이뤄주시길 바랍니다."

30여분에 걸친 김 감독의 강연이 끝나자 다시 큰 박수와 환호가 체육관을 채웠다. 윤승현(17)군은 "그동안 군대에 대해 좋지 않은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이제 달라졌다"고 했다. 김대민(17)군은 "다른 학교 친구들과는 달리 우리는 늘 연평해전이나 국가관 같은 것에 대해 많은 얘기를 들을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이날 강연에 앞서 손성현 송도중·고교 총동창회장은 "이 영화를 통해 송도고 위상을 높이고 잊힐 뻔했던 일을 조명해 줬다"며 김 감독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또 지난달 28일 1차 단체 관람에 참가하지 못한 이 학교 1~2학년생 600여명은 강연이 끝난 뒤 연평해전 단체 관람에 나섰다. 2013년 제작비 성금 모금에 참가했던 3학년 학생들에게는 각자 편할 때 가볼 수 있도록 영화사에서 개별 관람권을 나눠줬다고 한다.

[인천=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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