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6 (금)

[그늘집에서] 부친 죽음 후 길을 잃었다는 타이거 우즈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아놀드 파머가 “타이거 우즈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길을 잃었다”고 말했다.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의 골프 담당인 마이클 뱀버거 기자와의 인터뷰에서다. 부친의 죽음 이후 루틴을 잃어 버렸고 근면성도 상실했다는 분석이다. 파머는 1929년생으로 86세다. 2006년 세상을 떠난 타이거의 부친 얼은 1932년생이다.

우즈는 부친 사망 후 메이저 대회에서 4승을 거뒀다. 2006년 로열 리버풀에서 열린 브리티시오픈에서 크리스 디마코를 1타차로 꺾고 우승한 뒤 캐디 스티브 윌리엄스를 끌어 안고 하늘을 보며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그 해 PGA챔피언십까지 제패했으며 2007년 PGA챔피언십, 2008년 US오픈에서 정상에 올랐다.

타이거는 이후 7년째 메이저 우승이 없다. 2009년 PGA챔피언십에서 한국의 양용은에게 뼈아픈 역전우승을 허용한 뒤 몰락의 길을 걸었다. 2009년 추수감사절 때 섹스 스캔들이 터졌고 결국 이혼했다. 2013년 5승을 거두며 화려하게 부활했으나 이후 부상으로 점철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명인열전’ 마스터스를 한 주 앞둔 현재 그의 세계랭킹은 104위다.

헤럴드경제

로스엔젤레스 인근 사이프러스에서 태어난 타이거는 초등학교 시절 백인 아이들에 의해 나무에 묶인 뒤 돌팔매를 당한 기억이 있다. 부친 얼 역시 캔자스주립대 시절 야구팀의 포수로 활약했으나 원정경기를 가면 흑인이라는 이유로 호텔에 들어가지 못하고 야구단 버스에서 숙식을 해결해야 했다. 백인이 지배하던 골프 경기의 패러다임을 바꾼 타이거 부자(父子)의 성공은 인종차별의 아픔에 기초한다.

얼이 잘한 것은 언제나 아들이 뛰어 넘을 수 있는 목표를 설정해 줬다는 점이다.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면 조금 더 높은 목표를 설정한 뒤 이에 도전하는 패턴이었다. 타이거는 주니어 시절 작은 대회부터 시작해 수많은 대회에서 우승하며 승리하는 법을 배웠다. ‘천재소녀’ 미셸 위의 부친 위병욱 씨는 반대였다. 골퍼로서 최고 단계의 목표를 설정한 뒤 끊임없이 도전케 하는 방식이었다. 미셸 위는 계속된 좌절 속에 한때 천재성이 시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얼은 생전 아들에게 영감과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했던 것 같다. 그는 아들이 프로 전향을 선언했을 때 “타이거 우즈가 골프라는 게임을 넘어 세상에 인도주의 정신을 가져다 줄 것”이라며 “타이거로 인해 세상이 좀 더 나아질 것”이란 예언을 했다. 그의 말처럼 세상이 좋아지지는 않은 것 같다. 대신 PGA투어의 경우 얼의 예언은 실현됐다. 타이거 등장 이후 PGA투어에 돈이 몰렸고 선수들에게 그 혜택이 돌아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얼은 자신의 죽음 이후는 예상치 못한 것 같다. 아들이 방탕한 사생활과 몸을 돌보지 않는 스윙으로 망가졌기 때문이다. 얼이 살아 있었다면 피할 수도 있는 그런 일들 말이다. 타이거는 ‘명인열전’ 마스터스를 코 앞에 두고도 아직까지 출전 여부를 밝히지 않고 있다. 극적 효과를 노린 신비주의 전략이겠으나 약뱔이 다 된 느낌이다.

아놀드 파머도 “타이거가 아버지와 함께 골프를 했던 다섯 살, 여섯 살 때로 돌아가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좋아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언했다. 결국 초심으로 돌아가란 얘기인데 타이거가 현실적으로 그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룬 게 많고 가진 것도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딸 샘 알렉시스가 벌써 그 나이가 됐다. 길을 잃은 타이거는 노병(老兵)의 충고를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까? [헤럴드스포츠=이강래 기자]

sports@heraldcorp.com

- Copyrights ⓒ 헤럴드POP & heraldpop.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