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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2 (토)

‘미생’, 그래 우리들의 이야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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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사회 초년병의 눈으로 직장인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tvN 금토드라마 ‘미생’이 큰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다. 무역회사에서 일하는 ‘을’의 고군분투기인 ‘미생’은 만화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지만, 현실감과 공감대 형성이라는 측면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똑같이 만화를 원작으로 하면서 클래식 음악을 전공하는 음대생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내일도 칸타빌레’가 학업과 취업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는 우리 시대 젊은이의 삶과 동일시하기는 쉽지않다. 반면 ‘미생’을 보는 시청자들은 “그래, 우리 이야기야”라며 강한 지지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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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은 재벌 2세나 조폭 등이 등장하는 여느 드라마들과 달리, 이 시대의 ‘너무나’ 평범한 직장인의 애환, 페이소스를 담기에 시청자들 사이에 동일시 효과가 크게 나타나고 있다. 주인공 임시완(장그래)과 이성민(오상식과장) 등 남자들간의 연기 궁합이 좋은 것도 ‘미생’을 탄탄하게 받치고 있다.

임시완과 인터뷰하면서 “거의 세미나 수준의 분위기”라고 느낄 정도로 진지하게 답변을 하는 걸 경험했는데, ‘미생’에서 그러한 임시완의 모습이, 조금은 놀란듯한 눈빛마저도 장그래 캐릭터와 잘 매치돼, 캐릭터를 차분하게 밀고나가게 하는 요인이 되는 것 같다. 25살의 젊은이에게서 임시완 같은 진지함과 따뜻함, 진중함, 인간미를 담아내기가 쉽지 않다.

미생의 원작자인 윤태호 작가는 임시완에 대해 “무엇보다 눈빛이 맘에 든다”면서 “열네 살된 내 아이가 나이에 맞지 않은 성숙함을 보일 때 짠한 마음이 있는데 임시완에게서 그런 연민이 느껴진다. 사람의 뒷모습을 볼줄 아는 배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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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 3팀 오상식 과장 역인 이성민 또한 능력도 있고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를 알고 있지만 불합리한 조직체계에 맞서고 말단 팀원의 입장을 대변해줄 줄 알고 인간적면 면까지 갖추고 있는 중간간부로서 잘 어울린다. 자원팀과 업무갈등이 생겨 사내 인터라넷에 사과문을 올리라는 자원팀의 요청에 “미안하다, 좀 많이”라고 쓴 오 과장의 사과문을 읽는 순간 시청자들도 통쾌함을 느꼈을 것이다.

‘미생’은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직장맘의 애환을 다루고, 마음이 약해 거래처에 아쉬운 소리를 못하는 IT 영업팀 박 대리(최귀화)가 신입사원 장그래의 응원을 받아 용기를 내 업무를 성사시키는 모습을 보여주는 등 직장에서의 약자를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워킹맘 선차장(신은정)의 “답이 없다. 우리를 위해 열심히 살고 있는데, 우리가 피해를 보고 있다”는 역설적 대사는 가슴을 울렸다. 또 평소 결단력이 없이 무능한 사람으로 비쳐지고 있는 직장인, 우유부단하고 마음이 여린 직장인들이라면 박대리가 날개를 달았을때 심정적 동정을 보냈을 것이다. 바이어가 고교 동창임을 알게돼 영업에 자신감을 드러냈지만, 업무에서는 ‘갑질’하는 이 친구에게 상처받는 오 과장 에피소드도 충분히 공감할만한 소재다.

장그래는 고졸이 최종학력이다. 하지만 사람 마음을 움직일 줄 안다. 우유부단한 박대리의 마음을 움직인 것도 장그래다. 장그래와 여러모로 비교되는, 스펙이 완벽한 냉철한 입사동기 장백기(강하늘)와 비교해보는 것도 재밌는 관전포인트다.

‘미생‘은 ‘성균관스캔들’을 연출한 실력파 김원석PD의 작품이다. ‘성균관스캔들‘은 ‘해를 품은 달’ 등 히트한 로맨스사극의 선례를 만든 작품으로 김 PD의 디테일한 연출이 크게 화제가 됐다. 이번에도 김 PD는 편집에도 직접 나서는 등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을 쓰고 있다. 현재 13부를 찍고 있을 정도의 반사전제작드라마라는 점도 ‘미생‘의 완성도를 높이는 요인이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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