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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TV 전상서]프로답지 못한 나비넥타이 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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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전 방송에서 출연자의 의상과 액세서리는 얼굴 표정이나 말의 내용만큼 영향력을 미칩니다. 드라마에서 전지현씨가 입은, 1000만원에 가까운 코트가 완판되기도 하고 조인성씨가 빨간색 바지를 입고 출연한 후 아저씨들 사이에서도 빨간색이나 초록색 등 컬러 진을 입는 이들이 늘었습니다.

드라마에서 패션 감각이 탁월한 톱스타 역을 맡은 전지현씨의 고가품 의상이나 건달 출신에 우월한 체형을 자랑하는 조인성씨가 입은 빨간 바지는 그 역할을 표현하는 수단이었습니다. 낸시 랭이 항상 어깨에 올려놓은 고양이 인형도 그가 행위예술가이기에 이해되는 액세서리입니다.

경향신문

의상의 선택은 T·P·O(시간, 장소, 경우)가 중요합니다. 그런데 요즘 방송에서 눈에 거슬리는 의상들이 있습니다. 남성 출연자들이 자신의 직업이나 프로그램의 성격에 관계없이 매고 나오는 나비넥타이(사진)가 그렇습니다. 나비넥타이는 최상급 예복인 연미복이나 그걸 간소화한 턱시도에 어울리는 타이의 종류입니다. 파티나 결혼식 등 격식 있는 자리에서 품격을 더하는 타이입니다.

극작가 오스카 와일드는 ‘잘 맨 넥타이는 인생에 있어 성실성을 보여주는 최초의 행위’라고 말할 만큼 남성들에게 넥타이는 의미가 큽니다. 그런데 요즘은 오락프로나 시사프로 등 프로그램에 상관없이 그리고 의사, 변호사, 교수, 연예인 등 직업과도 무관하게 나비넥타이를 매고 나옵니다. 정통 수트에도 아니고, 때론 스웨터에, 혹은 재킷도 안 걸치고 셔츠에 매기도 합니다. 물론 출연자 개인의 선택보다는 스타일리스트나 코디네이터, 그리고 의상을 협찬해주는 의류업체에서 권하는 경우가 대부분일 겁니다.

패션은 도전이고 파격이 매력이라고 합니다. 그래도 방송에 전문가로 출연하는 이들은 자신의 취향이 있고 자신이 나오는 프로그램의 성격이 무엇인지 알 텐데 무작정 나비넥타이만 매고 등장하는 것은 프로답지 않아 보입니다.

미국의 한 패션평론가는 “나비넥타이를 맨 사람은 신뢰도가 떨어져 법정에서의 증언에도 믿음을 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습니다. 의상협찬도 어렵고, 개인이 의상 준비를 하는 것도 힘들지만 적어도 신뢰를 주지 않는 옷차림은 피해야 하지 않을까요.

<유인경 선임기자 alic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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