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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갓난 아들 태주, 정대세를 다시 세운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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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주 전 태어난 첫째에 책임감 쑥

수원서 후보됐지만 묵묵히 훈련

성남전 교체 출전, 석달 만에 골 맛

중앙일보

정대세(위)는 아들 태주를 얻고 책임감이 강해졌다. 지난달 말 태어난 아들을 안은 정대세. [사진 정대세]


축구 선수 정대세(30·수원)는 지극히 감성적인 인물이다. 북한 대표로 출전한 2010 남아공 월드컵 본선에서 경기 직전 북한 국가가 나오자 북받치는 감정을 주체 못하고 눈물을 펑펑 흘려 ‘울보 스트라이커’로 불렸다. 그런 그가 2세 탄생을 계기로 ‘진지하고 강한 아빠’로 거듭나기로 했다. 감정의 기복을 줄이고 목표에 집중하려는 정대세의 노력은 경기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대세는 19일 성남 FC와의 K리그 클래식 32라운드에서 골을 터뜨렸다. 1-1로 맞선 후반 11분 동료 공격수 로저(29)와 교체돼 그라운드를 밟았고, 후반 36분에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올 시즌 자신의 5호골이자 지난 7월 23일 부산전 이후 석 달만에 터뜨린 득점포였다. 후반 종료 직전 수비진의 실수로 한 골을 내줘 2-2로 경기를 마쳤지만, 정대세의 집중력은 인상적이었다.

정대세는 지난해 수원의 주포로서 23경기에서 10골 2도움을 기록했지만 올 시즌엔 벤치 멤버다. 브라질 출신 공격수 로저가 살아나면서 출전 기회와 시간이 크게 줄었다. 성남전을 포함한 올 시즌 경기 수는 23경기로 지난해와 같지만, 주로 후보 역할이었다. 기록도 5골 1도움으로 반토막이 났다.

욕심 많고 자존심 강한 정대세에겐 견디기 힘든 상황이지만, 그는 불만을 드러내지 않았다. 대신 조용히 훈련량을 늘렸다. 매일 팀 훈련을 마친 뒤 마지막까지 남아 슈팅과 러닝을 반복했다.

시련을 견딜 힘은 지난달 말 태어난 아들 태주(1)에게서 얻었다. 태명인 ‘대주(대세 주니어)’의 느낌을 살려 ‘클 태(泰)’와 ‘달릴 주(走)’로 이름을 지었다. 정대세는 “나를 꼭 닮은 아들을 얻은 기쁨이 크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책임감이 앞선다”면서 “이 세상의 모든 아버지는 강하다. 그리고 강해야만 한다. 나도 태주를 얻은 뒤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다”며 활짝 웃었다.

정대세는 성남전 득점 직후 유니폼 상의에 축구공을 넣었다가 빼서 높이 들어올리는 ‘태주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인생의 두 지향점인 축구와 아들을 모두 최고로 만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정대세는 “우리는 6경기를 남겨두고 선두 전북에 승점 7점 뒤져 있다. 역전 우승이 쉽진 않지만, 실낱 같은 기회라도 남아있는 한 도전할 것”이라면서 “26일 전북과의 맞대결이 우승 도전의 분수령이다. 단 1분이라도 출전 기회가 주어진다면 죽기살기로 뛰겠다”고 말했다.

송지훈 기자

송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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