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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또 고개든 악마의 편집, 왜곡에 즐거워하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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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아시아

악마의 편집으로 논란이 된 Mnet ‘쇼미더머니3′

또 한 번 악마의 편집 논란이 고개를 들었다. 악마의 편집이란 방송이나 신문 등 언론이 출연자 등의 발언이나 행동을 교묘하게 왜곡하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악마의 편집으로 화제가 된 프로그램은 케이블채널 Mnet ‘쇼미더머니3′다. 래퍼들의 서바이벌을 다룬 이 프로그램은 출연 래퍼 중 한 명인 타래가 지난 18일 SNS를 통해 올린 글 때문에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 17일 방송에서 타래는 심사평을 듣는 도중 패배를 인정하지 못한 채 자리를 박차고 나갔고, 제작진을 향한 경솔한 발언이 그대로 노출됐다. 그렇지만 타래가 SNS에 올린 글에 따르면, 이는 ‘악마의 편집’이었다. 당시 타래는 “무슨 사람을 예의 없는 놈으로 만드시네요”라며 “(제가 설마) 심사평 중간에 나가겠습니까? 이 나이에 기본도 모르는 철부지 어른으로 만들어 놓으셨네요. 감정 추스르고 억지로 참고 있는 놈 붙잡아다 한 마디만 한 마디만 하셔놓고 한마디 한 걸 선배 심사위원 님들께 예의 없이 던진 멘트로 잘 갖다가 붙이셨나 보네요. 너무 하십니다. 정말”이라고 적었다.

이처럼 리얼 프로그램의 출연자가 방송 이후 자신의 모습을 확인한 뒤, 편집에 불만을 토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특히 일반인 대상의 가수 선발 오디션 프로그램 Mnet ‘슈퍼스타K’의 경우, 악마의 편집 논란의 단골 상대다. 비단 알려지지 않은 일반인 출연자들 뿐 아니라, 스타들 역시도 방송 편집의 피해자가 된 사례들을 간혹 폭로하곤 한다. 하지만 불만을 토로하는 것 이상의 뾰족한 해결책은 없다.

이번 타래의 악마의 편집 지적과 관련, ‘쇼미더머니3’ 제작진은 “편집상의 왜곡은 없었다”며 “이러한 이야기가 나오는 것에 대해 제작진도 유감으로 생각하고 있다”라는 공식입장으로 논란을 덮으려 했다.

과거 비슷한 상황에 처한 한 프로그램 관계자는 출연자의 ‘악마의 편집’ 주장에 대해 “모든 촬영 영상분을 공개해 제작진의 결백을 증명하고 싶지만, 그렇게 할 경우 사안은 더 확대되어 출연자에게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 판단해 단순 해명만으로 넘어갈 것”이라는 입장을 비공식 루트를 통해 들려준 적이 있다.

사실 여부는 시청자나 제3자 입장에서는 알 수 없지만, 문제는 악마의 편집 탓에 상처를 받은 이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타래처럼 SNS를 통해 제작진을 향해 공격적인 발언을 하는 것 이상으로 자신의 상처를 분출하는 사례가 있었다. 대표적인 예는 지난 2011년 ‘슈퍼스타K’에 출연해 TOP10까지 진출했던 예리밴드의 리더 한승오가 악마의 편집 탓에 자신이 인간 말종처럼 묘사되었다며, 팀 전체를 데리고 자진하차를 선언하고 나간 것이다. 급기야 지난 3월 SBS의 일반인 짝짓기 프로그램 ‘짝’에서는 한 여성 출연자가 촬영장 내에서 자살하는 사고도 발생했다. 당시 이 출연자의 지인 및 유족들이 제작진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경찰 조사 결과, 제작진의 강요나 모욕 등 위법행위가 없었다고 결론났지만, 리얼리티 프로그램 속 출연자들의 인권 보호 문제가 크게 대두되는 계기로 작용했다.

관성처럼 비슷한 형태의 편집을 고집해온 제작진으로서는 ‘유감’이라는 입장 표명이나 출연자 탓만을 하기보다 스스로를 돌이켜볼 필요는 있다. 출연자가 실제로 자극적인 발언을 했다하더라도 감정이 예민할 수 있는 상황으로 몰아넣어 부추긴 것은 프로그램의 포맷을 만든 제작진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실제 방송가의 시선은 차츰 변화되는 추세다. 오는 8월 시즌6로 돌아오는 ‘슈퍼스타K’의 경우, ‘악마의 편집’이 아닌 시청자들이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안마의 편집’을 보여주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시즌5의 부진으로 절치부심 중인 이 프로그램이 얼마나 자극성을 피해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악마의 편집이 더 이상 답이 아니다’라고 공론화한 것 자체가 하나의 변화이다.

마냥 제작진 탓만을 할 수도 없다. 무엇보다 카메라 속 굴절된 대상을 보고 즐거워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 그렇게 관음증을 유발하는 프로그램에 재미를 느끼는 것이 옳은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 역시 필요한 문제다.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제공. 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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