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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WOW리스트] 너무 늦게 은퇴한 국내외 파이터 4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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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조용직 기자]모든 스포츠가 그렇듯, 종합격투기 파이터들도 은퇴 시기가 찾아온다. 샐러리맨처럼 정년이 정해진 것은 아니므로 결정은 철저히 본인의 몫이다. 절정의 기량으로 정점을 찍은 뒤 은퇴하고자 하는 선수도 있고, 전성기를 지났어도 해당 스포츠에 대한 애정이나 경제적 사정으로 현역생활을 연장하는 이도 있다. 불의의 부상으로 본인 의지와 상관 없이 커리어를 접어야 하는 상황도 생긴다.

이중 어느 경우든 격투기에서 너무 늦은 결단은 명예로운 은퇴가 되기 어렵다. 찰나의 차이로 자신의 펀치가 먼저 상대에 닿거나 반대로 상대의 펀치가 자신의 턱을 강타하게 되는 것이 격투기다. 작은 차이가 승부로 직결되는 극과 극의 상황을 만든다. 이런 특성 때문에 베테랑 파이터들은 서서히 성적이 떨어지지 않고 마치 계단처럼 어느 한 순간 푹 하고 아래로 꺼지게 된다. 그러나 정상권에 있던 선수들일수록 자신의 시기가 다 됐음을 부인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고집을 부리다 볼썽사나운 패배를 연이어 겪는다. 그제서야 케이지를 떠나려 하지만 이미 망신은 당할대로 당한 상태가 된다.

이와 관련해 국내 격투기 전문가들의 의견을 참고해 은퇴가 너무 늦었던 국내외 파이터 4인을 꼽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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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코리안’ 데니스 강 =한국에선 데니스 강(37ㆍ캐나다)이 은퇴 시기를 잘 못 잡은 파이터로 손꼽힌다. 프라이드FC 웰터급GP 토너먼트 준우승까지 거두며 세계에 이름을 알린 그였다. 하지만 2011년 두 차례 한국대회에서 몇 수 아래로 여겨지던 위승배, 오야마 슝고에게 연속으로 TKO패 할 당시 전에 없던 커다란 문제를 드러낸다. 경기를 잘 운영해가다 제대로 정타를 허용하지 않았는데도 상대의 빗맞은 주먹 한두 방에 어이없이 실신해 버리는 모습이 노출됐다.

이 때 은퇴했어야 한다. 한때 세계 정상을 노리던 그의 멋진 모습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링을 내려와야 했다. 하지만 그는 현역을 속행했다. 2011년 5월부터 2012년 말까지 5개 경기에서 1승4패의 초라한 성적을 남긴 뒤 더 이상 경기에 나서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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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시 헌터’ 사쿠라바 카즈시 =일본 종합격투기의 레전드인 사쿠라바는 프라이드 초창기 브라질 그레이시 가문 파이터들을 연속 격파하는 등의 활약으로 1998년부터 2005년까지 무려 8년여에 걸쳐 일본에서 가장 인기있는 파이터로 자리매김했다. 2000년대 초중반의 그의 연간 소득세는 프로야구, 프로축구, 프로레슬링 등 모든 스포츠를 통틀어 TOP10에 들 정도로 많은 돈을 벌었다.

그러나 예전만 못한 그를 홀대하는 프라이드FC와 불화 끝에 K-1으로 전격 이적한 뒤엔 더 뚜렷한 노쇠 현상을 보인다. K-1 무대 2전째인 추성훈(일본명 아키야마 요시히로) 전에서는 소위 ‘스고이 스베루(무지 미끄럽다)’ 소동으로 무승부 처리되는 해프닝을 겪기도 했다. 2009년 10월부터 2011년 9월까지 1승 후 내리 4연패로 커리어를 접었다. 한때 일본 대표 파이터로 칭송을 받았으나 이제는 완전히 잊혀진 인물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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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 황제’ 예멜랴넨코 표도르 =‘60억분의 1’로 불리던 예멜랴넨코 표도르(38ㆍ러시아)였다. 물론 현재 인구는 73억이니 지금이었다면 73억분의1의 사나이로 불렸을 것이다. 옅은 미소만 띌 뿐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그의 표정은 ‘얼음 황제’ ‘(러시아) 마지막 황제’라는 별명을 낳았다. 무패를 자랑하던 프라이드FC 시절의 그는 그런 별명으로 불릴 자격이 있었다. 하지만 적절한 시기에 후계자에게 양위하지 않았다가 끔찍한 형태로 폐위 당하고 만다.

프라이드FC의 멸망 뒤 UFC와 이적 협상을 하는 과정에서 뛰었던 몇 차례의 평가전에서다. 스트라이크포스에서 치른 2010년부터의 3연전에서 내리 참패한다. 파브리시우 베우둠에게 트라이앵글로 잡혀 탭을 치더니, 안토니우 시우바에게는 파운딩 세례를 받고 피투성이가 돼 닥터스톱으로 패한다. 급기야 댄 헨더슨에게는 펀치연타로 TKO패 한다. 그간 쌓았던 무패의 이력들이 ‘거품’이라는 비난과 함께 모조리 부정됐다. 이제 더 이상 그를 최강의 파이터로 꼽는 이는 없다. 완벽한 몰락이었다. 비록 이후 3연승을 한 뒤 모양새를 갖추고 은퇴했지만 한번 실추된 명성은 되돌릴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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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파이터’ 비제이 펜 =외조부가 한국인이라는 인연과 함께 천부적 격투기 재능으로 유명한 비제이 펜(36ㆍ미국)도 은퇴 결단이 늦어 세월무상을 실감한 대표적 파이터로 꼽을 만 하다. 작은 체구에도 불구하고 웰터급 라이트급 페더급 등 여러 체급을 넘나들며 웰터급과 라이트급 2개 체급을 석권했던 그다. 그는 UFC 100이 넘어가기 전 두자리수에서 커리어를 정리했으면 흠집없는 미국 레전드로 남을 수 있었다는 평가다. 그 역시 2011년부터 무승부 포함 4연속 무승을 한 이후에야 현역 욕심을 꺾었다.

프랭키 에드가에게 3번 싸워 전패한 충격이 가장 컸다. 특히 그의 장기인 체급 변경 후에도 패했다는 사실이 그의 마음마저 무너뜨렸다. 지난 7월 6일 페더급으로 붙은 에드가와의 마지막 경기에서 진 뒤에는 “에드가가 강했다”고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데이너 화이트 UFC 대표는 이 경기에서 패할 경우 은퇴를 종용할 것이라고 시사했었다.

yj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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