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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현장] 돌고래 수족관 사육 논란 재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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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 수족관의 새끼 돌고래 폐사를 계기로 돌고래 사육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다음 달 정식 개장을 앞둔 거제씨월드가 순차적으로 모두 20마리의 돌고래를 들여와 묘기 시범 등 각종 체험프로그램을 진행할 것으로 알려져 논란은 가열될 전망이다.

‘돌고래를 보호하고 교육·관광자원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는 주장과 ‘생명 존중과 생태계 질서에 위반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17일 동물자유연대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국내 사육시설 8곳에 있는 돌고래는 모두 37마리이다.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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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생이’와 ‘제돌이’의 상반된 운명

10일 오전 4시50분쯤 울산시 남구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 수족관에서 큰돌고래 장꽃분이 낳은 새끼가 호흡 이상 증세를 보이다 숨졌다. 몸길이 1.1m, 몸무게 25㎏으로 태어난 지 3일 만이다. 새끼 돌고래에게는 지역명을 본떠 ‘장생’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경북대 수의대팀이 부검한 결과 장생이의 사인은 급성폐렴으로 인한 호흡곤란으로 판명됐다. 폐에 물이 차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한 것이다. 장생이가 이상 증세를 보인 건 이날 오전 3시쯤부터. 1분에 3차례씩 하던 호흡이 15∼20차례로 늘었다. 가로 12m, 세로 16m, 높이 5m 크기의 수족관에서 태어난 장생이는 1시간50여분간 숨을 헐떡이다 죽었다. 수족관에서 태어난 돌고래 새끼의 생존율은 5∼10%에 불과하고, 꽃분이처럼 초산인 경우 생존률은 더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남방큰돌고래 ‘제돌이’는 2년 전만해도 경기도 과천시 서울대공원 수족관에서 묘기를 부리던 돌고래였다. 제돌이는 이제 수족관을 벗어나 고향인 제주도 앞바다에서 50∼60마리의 친구들과 물살을 가르고 고등어 사냥을 한다. 2009년 제주 성산항 앞바다에서 사람이 쳐놓은 망에 걸려 잡혔던 제돌이는 제주 퍼시픽랜드에서 서울대공원 수족관으로 옮겨져 쇼에 동원됐다. 불법 포획된 돌고래란 사실이 2011년 7월 해양경찰청의 수사로 알려졌고, 이후 ‘자연으로 돌려보내야 한다’는 시민단체들의 요구가 빗발쳤다. 지난해 5월 서울대공원에서 돌고래쇼가 폐지됐고, 야생 적응 훈련을 마친 제돌이는 같은 해 7월 제주 앞바다로 돌아갔다.

◆다시 불붙는 돌고래 사육 논란

울산환경운동연합은 최근 성명서를 통해 “야생의 돌고래를 수족관에 계속 가둬두는 행위는 동물 학대에 해당한다”며 “장기적으로는 꽃분이도 제돌이처럼 야생으로 되돌려보내야 하고, 적어도 최대한 자연에 가까운 상태에서 키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물자유연대도 성명서를 내고 “콘크리트 수조에서 돌고래를 번식시키는 것은 돌고래를 죽이겠다는 말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환경단체가 문제 삼는 것은 수족관 돌고래의 높은 폐사율이다. 국제환경단체인 ‘고래와 돌고래 보존협회(WDCS)’의 ‘2011년 유럽연합 돌고래 수족관 보고서’에 따르면 공연·전시용 돌고래는 체중 감소, 폭력적 행동, 위장병 등이 늘어나면서 치사율이 야생 돌고래의 갑절 가까이나 된다. 수족관에서 태어난 돌고래들의 수명은 더 짧다. 동물자유연대가 확인한 결과 1995년에서 2012년까지 제주 퍼시픽랜드 수족관에서 태어난 큰돌고래의 평균 수명이 4.5년에 불과했다. 이 기간 동안 모두 6마리가 태어났지만 2008년에 태어난 똘이(암컷)를 제외하고는 모두 폐사했다. 자연상태에서 큰돌고래의 최대 수명은 30∼40년 정도로 알려져 있다.

지능이 높고 사회적인 돌고래에게 제한적인 공간을 가진 수족관 자체가 큰 스트레스라는 점도 지적된다. 20일 동안 1000여㎞를 다니는 돌고래가 아파트 한 칸 크기의 풀장에서는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수입 경로도 문제다. 꽃분이를 비롯해 국내 사육시설에 있는 큰돌고래 18마리는 일본 다이지에서 들여왔다. 다이지는 다큐멘터리 영화 ‘더 코브-슬픈 돌고래의 진실’을 통해 매년 돌고래 2000여마리를 학살하는 사실이 소개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논란의 중심에 있는 곳이다. 김영환 동물자유연대 활동가는 “다이지에서는 IQ 70∼80인 돌고래를 무차별적으로 학살하고 일부 살아남은 돌고래를 잡아 길들인 뒤 다른 나라에 판다”고 말했다.

환경단체는 수족관 대신 배를 타고 고래 서식지에 접근하거나 육상에서 떨어져 고래를 관찰하는 ‘고래관광’을 하자고 말한다. 영국 스코틀랜드와 아이슬란드, 오스트레일리아 등에서 이러한 고래 관광을 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울산에서 크루즈선을 이용한 고래관광이 이뤄지고 있다. 영국에선 이미 1993년 돌고래 수족관이 자취를 감추는 등 유럽연합 27개 회원국 가운데 13개국에 수족관이 없다.

미국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의 유명 해양 테마파크인 씨월드의 대표 프로그램 ‘범고래 쇼’가 논쟁거리로 떠올랐다. 민주당 리처드 블룸 하원의원이 범고래 사육과 공연을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하면서다. 블룸 의원은 “범고래는 콘크리트로 된 비좁은 수조에서 평생을 보내기에는 너무 크고 똑똑하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샌디에이고시는 지역 경제에 타격이 크다는 이유로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시월드는 샌디에이고를 대표하는 놀이공원으로, 연간 440만명에 이르는 시월드 관람객 대부분이 범고래쇼를 보러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서교육과 관광자원 효과 있어

고래생태체험관을 운영하는 울산 남구의 입장은 다르다. 고래생태체험관의 돌고래들이 불법 포획된 제돌이와는 다르다고 주장한다. 반출국과 반입국 정부의 승인을 얻어 합법적으로 들여왔다는 것이다. 또 제돌이는 불법 포획된 지 3년 만에 다시 돌아가 쉽게 야생에 적응할 수 있었지만 꽃분이 등은 일본 다이지에서 수년간 길들여져 있는 것을 들여와 야생에 방류했을 때 생존 가능성이 훨씬 더 낮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방사에 따른 비용 부담 주체와 절차, 방식 등도 문제다.

다른 수족관들은 넓은 공연장에 비해 실제 사육공간이 좁은 것과 달리 고래생태체험관은 수족관 전체를 돌고래가 사용하고 있고, 장생포 앞바다 물을 최신식 여과기를 거쳐 매일 50t씩 깨끗한 물을 공급하고 있다는 게 남구 측의 설명이다. 돌고래의 건강과 복지를 위해 수족관에서 수년간 돌고래를 돌봐온 전문 인력들을 채용하기도 했다. 남구 관계자는 “‘동물원의 동물을 모두 풀어줘야 한다’와 같은 단순한 논리로 접근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아이들이 직접 눈으로 돌고래를 보면서 정서가 순화되고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을 키우는 등 긍정적인 역할도 크다”며 “자연상태와 같을 수는 없겠지만,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관리로 돌고래들의 생육환경이 개선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울산=이보람 기자 bor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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