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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브라질 뒤흔든 소설, 한인작가 이규석 "GO, 계속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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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서울=뉴시스】오제일 기자 = "저는 왜 인생을 사는 건지 몰랐어요. 그걸 브라질 친구들이 알려줬죠. 배웠던 걸 되돌려 주려고 책을 썼습니다."

14세 때 가족과 함께 브라질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은 작가 이규석(42·닉 페어웰)이 소설 '고(GO)'를 들고 한국을 찾았다. 브라질 언어인 포르투갈어로 쓴 작품이 한국어로 번역됐으니 '역수출'인 셈이다. "행복합니다. 전 세계의 작가 중 저보다 행복한 사람이 있을까요?"

그가 브라질에서 배운 것도 행복이다. "브라질에서 인생의 즐거움을 배웠습니다. 브라질에는 가난한 사람이 많지만, 그 사람들도 즐겁게 살아요. 돈이 많고 적고를 떠나, 능력이 있고 없고와 상관 없이 그냥 행복한 거에요. 환경이 아닌 자기 마음으로 행복해하는 게 브라질의 스타일이죠."

책은 작가가 '인생은 즐거우려고 사는 것'이라고 알려준 브라질 친구들에게 전하는 긴 편지다. "힘들어하는 친구들에게 '너는 능력이 있다'고 해도 말을 안 듣더라고요. 돕고 싶은 마음은 큰데 말이에요. 그래서 실망하지 말고 계속 가라는 걸 소설로 만들면 어떨까 생각하게 된 거에요.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으로 썼죠. 책을 읽고 힘을 얻어서 계속 'GO'하라는 마음이었죠."

'나는 가슴에 구멍이 난 채 태어난 사람'이라며 외로운 삶을 자처하던 화자가 사랑과 이별을 겪으며 삶의 의미를 느끼는 과정을 다룬다. '나는 누구일까'를 찾아가는 서사시이자 '루저'의 삶을 살던 젊은이가 영웅적으로 자기 자신을 구원하는 '자기만의 신화'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누구나 행복하고 싶지만 사실 어떤 게 행복이라는 걸 잘 몰라요. 행복은 자기 마음에 있는 건데 말이죠. 다른 사람이 보면 바보 같더라도 자신이 행복하면 그게 행복이죠. 그걸 브라질 사람들이 제게 가르쳐 준 거에요. 그걸 가르쳐 준 사람들이 슬퍼하니까 말이 안 되잖아요."

또래에게 이야기하듯 쓴 책은 브라질에 울림을 줬다. 'GO'는 브라질 청춘들이 너나없이 '내 삶을 바꾼 책'이라고 엄지를 치켜세우는, 브라질 청소년들이 책 제목을 문신으로 새기는 책이 됐다. 2007년 브라질 교육부가 선정한 전국 공립고교 필독서이기도 하다.

"브라질과 한국 문화는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어요. 고독입니다. '내가 왜 사느냐' '내가 뭘 해야 하느냐'는 등의 고민이죠. 특히 이런 문제는 젊은 사람들에게 크게 다가옵니다. 그런 이야기를 친구 또래에게 하고 싶어서 쓴 책인데 젊은이들이 읽으면서 자기 일처럼 느꼈나 봐요."

28년 만에 찾은 한국, 28년 만에 내뱉은 한국말을 알아듣는 사람들이 반갑다. 그리고 그들에게 자신이 배웠던 것을 전하고 싶다.

"브라질 사람들은 이해는 머리가 아니라 마음으로 하는 거라고 이야기해요. 이해하지 못하는 문화가 있으면 사랑한다고 생각하는 거죠. 책을 읽을 때 이해를 못 할 것 같으면 사랑해줬으면 합니다. 마음의 눈으로 읽어줬으면 고마울 것 같아요." 344쪽, 1만3000원, 비채

kafka@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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