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밤이 깊어질수록 이곳 국회 앞 시민들의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표결이 진행될 내일은 더 많은 시민들이 모일 텐데, 조용히 뜻을 같이 하는 분들도 적지 않습니다. 근처 자영업자들은 시민들에게 나눠주려고 따뜻한 대추차와 핫팩을 준비했고, 몸을 녹일 공간도 마련했습니다.
밀착카메라 정희윤 기자가 담아왔습니다.
[기자]
국회의사당 인근에서 전통찻집을 운영하는 조은영 씨는 오후 5시가 되자 대추차를 끓이기 시작합니다.
탄핵 촉구 저녁 시위에 참석한 시민들에게 공짜로 나눠주기 위해서입니다.
[조은영/전통찻집 사장 : 보니까 소리 질러가지고 다들 목이 쉬고 막 이러더라고요. 대추 다 끓이고 빼면 이제 이거 단호박 죽 끓일 거예요.]
시작은 시민들이었습니다.
"집회 참가자들에게 차를 나눠주라"며 시민들이 선결제를 해놓는 걸 보고, 조씨도 '더는 안 되겠다 싶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사비를 더 보태 나눔 음식을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조은영/전통찻집 사장 : 눈물이 나요. 그 애들을 보면… '먹고 싶은 거 아무거나 골라가라' 그래도 둘이 와서 하나씩만 가져가려고 그래요. 자기가 이걸 가져가면 혹시 뒤에 부족할까 봐…]
코로나 시기보다도 경기가 어렵게 느껴지지만, 일단 걱정을 미루고, 이들에게 힘을 보태기로 했습니다.
[조은영/전통찻집 사장 : 계산기로 다 계산하면 다 손해겠죠. 이번 달은 다음 달로 월세를 미뤄야겠다 막 이런 생각까지 해도 보람도 되고 즐겁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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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당사 바로 앞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박다솜 씨도 저녁이 다가오면 평소보다 원두를 더 많이 볶아 놓습니다.
[박다솜/카페 사장 : (평소보다) 한 2~3㎏ 정도 더 볶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이제 오후에 집회 오시는 분들 커피도 드려야 되고 하다 보니…]
집회 끝나고 몸 녹이러 오는 손님들을 위해 영업시간은 다섯 시간 더 늘렸습니다.
[박다솜/카페 사장 : 계산 오늘 안 받을게요. {왜요?} 선결제하신 분들이 많으셔 가지고…]
박 씨 역시 시민들이 '선결제' 해놓은 금액 이상으로 더 할 수 있는 게 없을까 고민했다고 합니다.
[박다솜/카페 사장 : 지난주에는 저희가 핫팩을 준비했었고 이번에는 약과 조그마하게 그냥 시위하시다가 당 떨어지면 드시라고 (준비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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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심에서 숙박업소를 운영하는 청년들은 '24세 이하' 집회 참가 청년들에게 무료 숙박을 지원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유지혜/숙박업소 사장 : 시위를 하러 나왔는데 이제 거기에 숙박비까지 더해지면 너무 시위하는 게 큰 부담이지 않을까 해서…]
[변주성/숙박업소 사장 : 저희뿐만 아니라 사실 평일에는 서울에 비어있는 객실들이 많거든요. 같이 동참하는 문화가 좀 생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이 추위 속, 거리에 나온 이들을 버틸 수 있게 해주는 건 '소리 없는 연대' 입니다.
윤 대통령이 말한 민주주의는, 대국민 담화 속이 아니라, 지금 이 거리에서, 이 시민들이 몸소 보여주고 있습니다.
[작가 유승민 / VJ 장준석 / 영상편집 임인수 / 취재지원 홍성민]
정희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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