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수 총재 ‘文·史·哲’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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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치러진 한국은행 과장진급 시험 중 일반논술 문제다. 택일하는 형식인데 두 문제 모두 경제학뿐 아니라 이른바 ‘문·사·철’(문학, 역사, 철학)적 지식과 사고를 요구하는 난제다. 일반논술은 300점 만점인 승진시험에서 60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한은 입행 또는 승진 시험에서 이런 류의 논술문제가 출제되는 건 이제 새삼스럽지 않다. 2010년 김중수 총재 취임 이후 나타난 변화다. 김 총재는 한은의 경직된 문화를 비판하며 문·사·철을 바탕으로 한 사고를 주문해왔다. “한은의 목표가 물가·금융안정이라고 해서 세상 돌아가는 일에 ‘나 몰라라’해선 안 된다”며 간부들을 질타한 적도 있다.
시험을 치르는 입장에선 난감한 일이다. 최모 조사역(31)은 “전혀 예상치 못한 문제가 나와 당황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승진시험에서도 ‘삼강오륜의 현대사적 의미를 논하라’와 ‘대중문화와 현대예술의 바람직한 관계를 논술하라’란 문제가 응시자들의 혼을 빼놓았다. 지난해 승진 탈락률은 20%로 과거보다 훨씬 높아졌다고 한다. 조강래 한은 연수총괄팀장은 “미래 경제예측에 인문학적 통찰력을 강조하자는 의도가 담겨 있다”며 “김 총재가 계속해 강조해온 점”이라고 말했다.
류순열 선임기자 ryoos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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