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시리아 대응 논의…유엔 고위대표 시리아 압박
시리아 정부·이란 "반군이 화학무기 사용" 반박
시리아 반정부 단체인 시리아국민연합(SNC)은 21일(현지시간) 터키 이스탄불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날 오전 정부군이 수도 다마스쿠스 외곽 도시인 구타를 화학무기로 공격, 1천300여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사진은 대부분 쿠르드족인 시리아 난민들이 이날 이라크 국경지대 이르빌 난민촌에 도착해 식량배급을 받기 위해 줄지어 있는 모습. (AP=연합뉴스DB) |
(워싱턴·이스탄불=연합뉴스) 이우탁 김준억 특파원 = 시리아 최악의 화학무기 참사로 서방이 군사개입을 저울질하면서 내전 사태는 발발 2년6개월 만에 가장 긴박한 정세를 보이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국가안보팀 회의를 열었고 유엔 고위대표는 이날 시리아에 입국해 유엔 조사단의 현장 조사 허용을 압박했다.
서방과 국제사회가 압박의 강도를 높이자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은 유엔 조사단의 조사를 허용하는 대신 반군 은신처에서 화학물질을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아사드 대통령을 지원하는 이란도 화학무기 사용 주체로 반군을 지목했으며 러시아는 서방의 군사개입에 반대한다고 언명해 냉전 구도를 형성했다.
시리아 내전의 평화적 해법을 찾으려는 국제사회의 노력이 교착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주말을 고비로 군사개입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논의에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등 서방 군사개입 준비 태세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국가안보팀 회의를 열어 시리아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 회의는 화학무기 공격 이후 처음으로 오바마 행정부의 최고 외교정책 보좌관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으로 결론이 주목된다.
하지만 미국 언론들은 고위 관리를 인용해 군사적 개입을 포함한 모든 선택지가 논의되겠지만 이날 바로 결론을 내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백악관 당국자는 "오바마 대통령이 시리아 정책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하고 있다"고 전하면서도 "대통령은 결정을 내리는데 있어 시리아의 현 상황을 판단하는 것과 함께 미국의 국가이익을 염두에 둬야 하기에 매우 신중하다"고 백악관 분위기를 전했다.
미국내 여론은 시리아 정부가 실제 화학무기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날 경우 이는 '금지선'을 넘어선 행위로 봐야하며, 미국 정부도 군사개입에 즉각 나서야 한다는 쪽으로 쏠리고 있다. 특히 미국 의회내에서 오바마 대통령을 압박하는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군은 지중해에 해군 주둔을 확대하는 등 언제든 필요한 개입을 위한 준비 태세에 들어갔다.
해군은 지중해에 있던 이지스 구축함이 주둔을 마치고 버지니아의 기지로 이동할 예정이었으나 계속 이 지역에 두기로 했다. 이 구축함은 중거리 크루즈 미사일 토머호크 수십기를 실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미국 CBS 방송은 "미 국방부가 시리아 정부군을 크루즈 미사일로 공격할 '초기 준비'를 마쳤다"고 보도했다.
척 헤이글 미 국방장관도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국방부는 대통령에게 모든 만일의 사태에 대한 선택지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며 "여기에는 군대와 정보원을 배치하는 것도 요구된다"고 말했다.
그는 군사력을 이동시켰다는 뜻은 아니라며 "미군이 늘 준비되어 있다고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오바마 대통령은 전날 CNN과 인터뷰에서 "미국이 유엔의 동의나 확증 없이 다른 나라를 공격한다면 국제법상 지지를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며 즉각적인 군사 개입에 사실상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그러나 뉴욕타임스는 백악관 참모들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코소보 공습을 유엔의 동의 없이도 미국이 행동에 나설 수 있는 전례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 NATO 회원국 "화학무기 공격은 아사드 정권 소행"
미국을 제외한 영국과 프랑스 터키 등 NATO 회원국은 화학무기 공격의 주체로 아사드 정권을 공식적으로 지목했다.
프랑스 로랑 파비위스 외무장관은 이날 이스라엘 서안지구를 방문해 다마스쿠스 인근의 화학무기 공격과 관련한 모든 정보는 아사드 정권의 소행임을 증명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파비위스 장관은 "시리아 정부군이 화학무기를 사용한 것이 사실이면 국제사회가 무력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윌리엄 헤이그 외무장관은 전날 BBC와 인터뷰에서 "아사드 정권이 화학무기를 사용했다고 믿는다"며 "국제법에 따르고 무고한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조치라면 어떤 선택이라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터키는 압둘라 귤 대통령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 아흐메트 다부토울루 외무장관 등이 모두 아사드 정권이 "모든 '금지선'을 넘었다"면서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개입을 촉구했다.
요르단 정부는 이날 시리아 사태를 논의하고자 서방과 중동 20개국의 군사령관 회의를 요르단에서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요르단 관영 페트라 통신은 이번 회의는 요르단의 초청으로 며칠 안에 열릴 예정이며 마틴 뎀프시 미국 합참의장을 비롯해 사우디 아라비아, 카타르, 터키,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캐나다 등의 최고위급 군사령관이 참석한다고 보도했다.
◇아사드 정권, 유엔조사 허용 않고 "반군이 화학물질 보유" 주장
아사드 정권은 다마스쿠스에 있는 유엔 조사단의 현장 조사를 허용하라는 국제사회의 압력이 강해지자 참사 발발 나흘만에 반군이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는 주장을 폈다.
시리아 국영방송은 이날 정부군이 수도 다마스쿠스 외곽에 있는 반군의 터널에서 화학물질을 발견했으며 군인 여러 명이 질식했다고 보도했다.
관영 뉴스통신사인 사나도 소식통을 인용해 정부군이 반군이 화학무기를 사용한 지역인 조바르를 포위하고 있으며 이곳에 들어갔던 군인들이 질식했다고 보도했다.
조바르는 지난 21일 정부군이 전투기로 공습하고 로켓으로 공격한 구타 지역의 일부다. 당시 반군은 정부군이 화학무기를 사용해 1천300여 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아사드 정권을 지원하는 이란 정부도 반군이 화학무기를 사용한 증거가 있다고 주장했다. 압바스 아라크치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반관영 뉴스통신 ISNA와 인터뷰에서 구체적인 설명은 하지 않고 "이번 공격은 테러 단체의 소행이라는 증거가 있다"고 말했다.
아사드 정권은 우방인 러시아로부터도 유엔 조사단에 협조하라는 촉구를 받았으나 아직 현장 접근을 허가하지 않고 있다.
유엔은 지난 18일부터 다마스쿠스에 파견된 화학무기 조사단 20여명이 호텔에서 발이 묶여 있자 이날 안젤라 케인 유엔 군축고위대표를 특사로 보내 시리아 정부에 압박을 강화했다.
시리아 반군 측도 시간이 지날수록 증거가 많이 훼손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유엔 조사단의 현장 조사에 안전을 보장하겠다며 이른 시일 안에 조사에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justdus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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