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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2 (일)

[뉴블더] "저를 좀 살려주셨으면 좋겠어요"…'돌려차기' 피해자의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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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유튜버가 이른바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가해자 신상을 공개했죠.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이 보복에 대한 피해자의 두려움과 공포가 극에 달했다는 게 그 이유였습니다.

실제로 가해자는 구치소에서 피해 여성의 집 주소를 달달 외우며, 보복을 예고했다는 증언도 나오기도 했습니다.

[가해자 구치소 동기 (SBS '그것이 알고싶다'중) : '피해자를 찾아 갈 거다' 하면서 피해자 주민번호랑 이름이랑 집 주소를 알더라고요. 죽여버리고 싶다, 자기는 나가서 그 때 맞은 거 배로 때려주겠다, 나가서 찾아가서 죽여버릴 거라고 저한테. 저는 솔직히 피해자분께 이 사실을 알려 드리고 싶었어요.]

이런 상황에서 피해 여성은 하루하루가 무섭다며, 이제는 가족까지 죽게 생겼다고 호소했습니다.

또 합법적인 방식으로도 가해자의 신상이 공개되기를 기다린다고 토로했습니다.

[피해 여성 (오늘, SBS '뉴스브리핑' 통화 중) : 저를 좀 살려주셨으면 좋겠어요. 정말 교화 가능성은 하나도 없고, 분명히 동기가 없는 저도 그렇게 때려 죽이려고 했는데, 지금 동기를 준 저에게는 어떻게 할지 정말 정말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잔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저는 그 사람이 아예 안 나왔으면 좋겠어요. 그 사람 지인들도 그렇고 지금 협박 편지를 받는 사람도 있고, 전 여자친구도 그렇고 자기 죽마고우였던 사람한테도 영치금을 안 보냈다고 협박 편지를 보내고 정말 악질 중에서도 악질적인 범죄자인데 과연 내 일로만 끝낼 수 있을까 이런 생각도 들고요.]

하지만 현실적으로 지금 당장 가해자 신상을 공개하는 건 쉽지 않습니다.

수사 단계에서만 피의자에 대한 신상 공개를 할 수 있는데, 이미 이 사건은 2심 재판까지 간 상태라서입니다.

그렇다면 왜 사건 초기에 신상공개 절차를 밟지 않았을까요.

당시에는 신상공개에 대한 논의조차 없었습니다.

성범죄 의혹에도 불구하고 경찰이 상해 혐의만 적용했기 때문입니다.

신상공개는 살인 등의 '강력범죄'인 경우에만 해당됩니다.

이후 검찰이 살인 미수로 혐의를 바꿨지만 역시 신상공개 절차 없이 재판에 넘겼습니다.

다만 피해자 측의 노력으로 '강간 살인미수'로 혐의가 바뀐 만큼, 신상공개 가능성이 생겼습니다.

성범죄에 대한 유죄 판결이 확정되면 성범죄자로서 신상이 공개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남언호/피해자 측 변호사 : 법령을 통하지 않은 판사가 재량으로 재판 도중에 신상 정보를 공개를 명한다거나 이런 것은 없습니다. 가능한 법령은 재판을 통해서 선고 때 부수 처분으로 신상정보 공개명령을 할 수 있는 법령을 기준으로 하는데요. 선고할 때는 사실 성범죄에 관해서는 신상정보 공개명령이 나오게 되는 거죠. 그래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성범죄자 알림e'에 등재되는 정보들이 다 신상정보 공개 명령이라는 부수 처분을 통해서 (나오는 겁니다.)]

이런 법적 절차 없이 가해 남성의 신상을 공개한 유튜버는 명예훼손 죄를 적용받을 수도 있지만 이를 감안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피해 여성이 신상공개에 동의한 적은 없다고도 말했습니다.

이를 두고 사적 제재 논란이 불거졌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유튜버를 응원한다는 여론은 압도적으로 큽니다.

한편으로는 부산에서 20대 여성을 살해한 정유정의 신상이 경찰에 의해 공개된 것과 비교되면서 도대체 신상 공개의 기준이 뭐냐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신상 공개 논란의 시작은 지난 2009년 강호순 연쇄살인사건이었습니다.

당시 일부 언론은 알권리 보장 차원에서 강호순의 신상을 공개했고 일부 언론은 공개하지 않으며 논란이 벌어졌습니다.

파장이 커지자 국회는 결국 범행 수단이 잔인하거나 충분한 증거가 있고 알 권리를 충족하는 등 조건이 갖춰질 때 수사기관이 피의자의 신상 정보를 공개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했습니다.

[전강진/당시 법무부 형사법제과장 (지난 2009년) : 국민의 알권리 보장, 피해자의 죄 재발 방지 및 범죄예방 등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필요할 때에는 피해자의 성명·얼굴·나이를 공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후 13년이 지난 현재까지 경찰이 신상을 공개한 피의자는 50명에 달하는데, 공개 기준이 과도하게 엄격하고 자의적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정유정의 신상을 공개하면서 경찰은 범죄의 중대성과 잔인성이 인정됐다고 판단됐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에 발생한 '교제 살인 사건' 등의 경우 똑같이 범행의 잔인성이나 재범 우려가 있지만 피의자 신상이 공개되지는 않았습니다.

[오윤성/순천향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 : 저런 식으로 모호한 기준을 만들어 놓고 사건이 발생 될 때마다 사회적인 논란이 일어나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어요. (공개수배는 하면서) 우리나라는 그 사람을 검거를 하면 그때부터는 얼굴을 가리는 거예요. 이게 앞뒤가 잘못됐다는 거죠, 처음부터 단추가 잘못 끼워졌다. 그 논란은 이 제도를 바꾸지 않는 한 계속될 것이다. 돌려차기 피해를 당한 여성의 말이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이 사람의 얼굴이 공개됨으로써 신과 유사한 그런 피해자들을 앞으로 또 발생시키는 것을 예방한다고 하는 차원에서 이런 사건들의 신상 공개를 적극적으로 해야만 (합니다.)]

신상 공개 여부가 사실상 여론에 영향을 받는다는 연구까지 나오기도 했습니다.

경찰대 부설 치안정책 연구소에 따르면 피의자의 신상은 평균적으로 사건 발생 이후 4일이 넘어간 시점에서 공개가 결정되는데요.

신상 공개가 결정된 사건의 경우에는 이 기간 동안 기사에 달린 댓글이 평균 5천여 개 정도였습니다.

비공개 사건과 비교해봤을 때 2배 이상 많은 수준입니다.

다시 말해서 기사에 달린 댓글이 많은 사건 위주로 신상공개가 됐다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신상공개 제도를 유지할 필요성이 있지만, 공개 때마다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현재 비공개로 두고 있는 '신상공개 지침' 내용을 공개하는 등, 제도를 촘촘히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전연남 기자 yeonnam@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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