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 ▶
일본은 동중국해뿐만 아니라 한반도 주변에서도 군사력 강화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핵 무장을 서두르고 있는 북한 때문입니다.
북한에 대한 일본의 경계는 낯설지 않습니다.
주목할 건 한국 정부의 변화입니다.
역사 문제로 그동안 일본과 냉랭했는데요.
◀ VCR ▶
지난해 10월 4일 일본 도쿄 이치가야역입니다.
출근길에 느닷없이 경보음이 울립니다.
북한이 쏜 탄도미사일이 일본 열도 상공을 지나간 겁니다.
이렇게 열도를 관통한 건 5년 만입니다.
미사일이 지나간 아오모리와 홋카이도 근처 일부 지역은 지하철과 철도 운행이 10분간 멈췄고, 대피령도 내려졌습니다.
"아침에 (문자메시지) 알람이 엄청났습니다. 아이들 학교 보낼 시간이었기 때문에 불안한 마음으로 나왔습니다."
일본 곳곳에 신문 호외가 배포되며 열도는 충격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기시다 후미오/일본 총리 (작년 10월 4일)]
"최근 반복되는 탄도미사일 발사는 폭거이며, (북한을) 강하게 비난합니다."
지난달 16일 일본 도쿄에서 한일 정상이 12년 만에 마주 앉았습니다.
안보 측면에서는 군사 정보도 교류하기로 했습니다.
먼저 그동안 중단했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지소미아를 재개하기로 했습니다.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이 못마땅하다며 일본이 수출 규제에 나서자 지난 2019년 한국 정부가 했던 맞불 성격의 조치를 이번에 거둬 들인 겁니다.
[윤석열 대통령 (지난달 16일, 한일 정상회담)]
"우리 지소미아(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완전 정상화를 선언했습니다. 그래서 북핵 미사일의 발사와 항적에 대한 정보를 양국이 공유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된다고 생각합니다."
한일 정상회담이 있던 날 서울 도심 곳곳에서는 규탄 집회가 이어졌습니다.
강제 징용 피해자 배상을 일본 전범기업 대신 제3자인 우리나라 재단이 하겠다는 정부 해법을 입을 모아 비판했습니다.
[백휘선/평화나비네트워크 대표 (지난달 16일)]
"피해자가 원치 않은 합의를 강행하며 한일 정상회담을 재개하는 행동은 피해자를 두 번 죽이는 일입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일본과 군사적 거리는 갈수록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한미일 정상회담 때 세 나라가 북한 미사일 정보를 '실시간 공유'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사후 정보 공유에 가까운 지소미아를 뛰어넘는 안보 협력을 약속한 겁니다.
이르면 이번달부터 실무 논의가 시작됩니다.
[윤석열 대통령 (작년 11월 13일, 한미일 정상회담)]
"한미일 공조는 보편적 가치를 수호하고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 안정을 이루기 위한 강력한 보루입니다."
한미일 세 나라의 연합 군사 훈련도 잦아지고 있습니다.
한일, 또는 한미일 군사동맹을 맺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지만 정부는 강력히 부인했습니다.
[이종섭/국방장관]
"군사동맹이라는 그 표현은 적절하지 않고 그럴 가능성은 전혀 없습니다."
[이헌승/국민의힘 의원 (지난달 23일, 국회 국방위원회)]
"그러니까 한일.한미일 군사동맹은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지요?"
[이종섭/국방장관]
"예, 그렇습니다"
이런 걱정의 배경에는 일본의 군사대국화 움직임에 대한 경계심이 깔려 있습니다.
일본은 지난해 말 전쟁할 수 있는 나라를 선언했습니다.
바로 '반격 능력 보유'입니다.
[기시다 후미오/일본 총리 (작년 12월 16일)]
"상대의 공격을 단념시키는 억지력인 [반격 능력]은 앞으로 불가결한 능력입니다."
일본이 2차세계대전에 패하자 미국을 비롯한 연합군은 일본은 다시 전쟁을 할 수 없다고 헌법에 명시했습니다.
평화헌법인데요.
전쟁을 막는 안전판 역할을 하던 평화헌법을 사실상 무력화한 겁니다.
[김준형/전 국립외교원장]
"일본이 옛날에는 전적으로 수비만 했는데 이제는 다른 분쟁에 참여할 수 있다는 거고 거기에 상정하는 것이 한반도와 대만입니다."
북핵 위협은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주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에 탑재 가능한 '전술핵탄두'를 처음으로 공개했습니다.
최근 들어 미사일 발사도 2~3일 간격으로 빈번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이 북한에 대해 반격한다면 우리 의지와 상관 없이 한반도가 전쟁터가 될 수도 있습니다.
말이 반격 능력이지, 반격의 조건이 애매하다는 게 문제입니다.
[강창일/전 주일한국대사]
"전쟁할 때는 늘 그 수법을 사용하죠. 그놈이 우리 공격할 것 같으면 미리 쳤다 이렇게 되잖아요. 그게 선제적으로 전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얘기예요."
일본 정부의 입장은 어떨까요?
"일본이 북한에 반격 능력을 행사할 경우 한국 정부와 협의할 것인가"라는 한국 기자 질문에, 일본 방위성 인사는 "일본의 자위권 행사라 다른 나라의 허가를 얻는 것이 아니"라며 "일본이 자체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한반도 안보와 우리 국익에 중대한 사안이라면 사전에 우리와 긴밀한 협의나 동의가 필요하다"는 한국 정부 입장과 배치됩니다.
[김두승/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한반도 전역이 이게 우리 헌법에 의하면 우리 영토로 돼 있습니다. 정부 입장에서는 당연히 우리의 승인이 필요하다고 생각을 하고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민감한 사안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의 말은 논란을 더키웠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1월 11일, 국방부 업무보고)]
"일본도 이제 머리 위로 (북한의) IRBM(중거리탄도미사일)이 날아다니니까 자기들도 이제 방위비 증액하고, 소위 '반격' 개념이라는 것을 국방계획에 집어넣기로 하지 않았습니까. 그걸 누가 뭐라 그러겠습니까 '평화헌법을 채택하는 나라가 어떻게 그런 걸 할 수 있냐' 하지만 머리 위로 미사일 날아다니고 핵이 올 수도 있는데 그거를 막기 쉽지 않습니다."
이지수M 기자(first@mbc.co.kr)
[저작권자(c) MBC (https://imnews.imbc.com) 무단복제-재배포 금지]
일본은 동중국해뿐만 아니라 한반도 주변에서도 군사력 강화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핵 무장을 서두르고 있는 북한 때문입니다.
북한에 대한 일본의 경계는 낯설지 않습니다.
주목할 건 한국 정부의 변화입니다.
역사 문제로 그동안 일본과 냉랭했는데요.
윤석열 정부 들어 재무장에 나선 일본에 군사 협력의 손을 내밀고 있습니다.
◀ VCR ▶
지난해 10월 4일 일본 도쿄 이치가야역입니다.
출근길에 느닷없이 경보음이 울립니다.
"미사일 발사! 미사일 발사!"
북한이 쏜 탄도미사일이 일본 열도 상공을 지나간 겁니다.
이렇게 열도를 관통한 건 5년 만입니다.
미사일이 지나간 아오모리와 홋카이도 근처 일부 지역은 지하철과 철도 운행이 10분간 멈췄고, 대피령도 내려졌습니다.
[일본 이와테현 주민]
"아침에 (문자메시지) 알람이 엄청났습니다. 아이들 학교 보낼 시간이었기 때문에 불안한 마음으로 나왔습니다."
일본 곳곳에 신문 호외가 배포되며 열도는 충격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기시다 후미오/일본 총리 (작년 10월 4일)]
"최근 반복되는 탄도미사일 발사는 폭거이며, (북한을) 강하게 비난합니다."
지난달 16일 일본 도쿄에서 한일 정상이 12년 만에 마주 앉았습니다.
일본의 진심 어린 사과는 없었지만 두 정상은 관계 개선에 공감했습니다.
안보 측면에서는 군사 정보도 교류하기로 했습니다.
먼저 그동안 중단했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지소미아를 재개하기로 했습니다.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이 못마땅하다며 일본이 수출 규제에 나서자 지난 2019년 한국 정부가 했던 맞불 성격의 조치를 이번에 거둬 들인 겁니다.
[윤석열 대통령 (지난달 16일, 한일 정상회담)]
"우리 지소미아(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완전 정상화를 선언했습니다. 그래서 북핵 미사일의 발사와 항적에 대한 정보를 양국이 공유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된다고 생각합니다."
한일 정상회담이 있던 날 서울 도심 곳곳에서는 규탄 집회가 이어졌습니다.
강제 징용 피해자 배상을 일본 전범기업 대신 제3자인 우리나라 재단이 하겠다는 정부 해법을 입을 모아 비판했습니다.
[백휘선/평화나비네트워크 대표 (지난달 16일)]
"피해자가 원치 않은 합의를 강행하며 한일 정상회담을 재개하는 행동은 피해자를 두 번 죽이는 일입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일본과 군사적 거리는 갈수록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한미일 정상회담 때 세 나라가 북한 미사일 정보를 '실시간 공유'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사후 정보 공유에 가까운 지소미아를 뛰어넘는 안보 협력을 약속한 겁니다.
이르면 이번달부터 실무 논의가 시작됩니다.
[윤석열 대통령 (작년 11월 13일, 한미일 정상회담)]
"한미일 공조는 보편적 가치를 수호하고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 안정을 이루기 위한 강력한 보루입니다."
한미일 세 나라의 연합 군사 훈련도 잦아지고 있습니다.
한일, 또는 한미일 군사동맹을 맺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지만 정부는 강력히 부인했습니다.
[이종섭/국방장관]
"군사동맹이라는 그 표현은 적절하지 않고 그럴 가능성은 전혀 없습니다."
[이헌승/국민의힘 의원 (지난달 23일, 국회 국방위원회)]
"그러니까 한일.한미일 군사동맹은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지요?"
[이종섭/국방장관]
"예, 그렇습니다"
이런 걱정의 배경에는 일본의 군사대국화 움직임에 대한 경계심이 깔려 있습니다.
일본은 지난해 말 전쟁할 수 있는 나라를 선언했습니다.
바로 '반격 능력 보유'입니다.
[기시다 후미오/일본 총리 (작년 12월 16일)]
"상대의 공격을 단념시키는 억지력인 [반격 능력]은 앞으로 불가결한 능력입니다."
일본이 2차세계대전에 패하자 미국을 비롯한 연합군은 일본은 다시 전쟁을 할 수 없다고 헌법에 명시했습니다.
평화헌법인데요.
전쟁을 막는 안전판 역할을 하던 평화헌법을 사실상 무력화한 겁니다.
[김준형/전 국립외교원장]
"일본이 옛날에는 전적으로 수비만 했는데 이제는 다른 분쟁에 참여할 수 있다는 거고 거기에 상정하는 것이 한반도와 대만입니다."
북핵 위협은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주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에 탑재 가능한 '전술핵탄두'를 처음으로 공개했습니다.
최근 들어 미사일 발사도 2~3일 간격으로 빈번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이 북한에 대해 반격한다면 우리 의지와 상관 없이 한반도가 전쟁터가 될 수도 있습니다.
말이 반격 능력이지, 반격의 조건이 애매하다는 게 문제입니다.
[강창일/전 주일한국대사]
"전쟁할 때는 늘 그 수법을 사용하죠. 그놈이 우리 공격할 것 같으면 미리 쳤다 이렇게 되잖아요. 그게 선제적으로 전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얘기예요."
일본 정부의 입장은 어떨까요?
"일본이 북한에 반격 능력을 행사할 경우 한국 정부와 협의할 것인가"라는 한국 기자 질문에, 일본 방위성 인사는 "일본의 자위권 행사라 다른 나라의 허가를 얻는 것이 아니"라며 "일본이 자체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한반도 안보와 우리 국익에 중대한 사안이라면 사전에 우리와 긴밀한 협의나 동의가 필요하다"는 한국 정부 입장과 배치됩니다.
[김두승/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한반도 전역이 이게 우리 헌법에 의하면 우리 영토로 돼 있습니다. 정부 입장에서는 당연히 우리의 승인이 필요하다고 생각을 하고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민감한 사안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의 말은 논란을 더키웠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1월 11일, 국방부 업무보고)]
"일본도 이제 머리 위로 (북한의) IRBM(중거리탄도미사일)이 날아다니니까 자기들도 이제 방위비 증액하고, 소위 '반격' 개념이라는 것을 국방계획에 집어넣기로 하지 않았습니까. 그걸 누가 뭐라 그러겠습니까 '평화헌법을 채택하는 나라가 어떻게 그런 걸 할 수 있냐' 하지만 머리 위로 미사일 날아다니고 핵이 올 수도 있는데 그거를 막기 쉽지 않습니다."
이지수M 기자(first@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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