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의 심각성·범죄인 국적·범행장소·인도청구 순서 따져
블룸버그 "많은 전문가, 한국에 법적 우선권 있다 판단"
외교적 고려도 큰 변수…'미 압류자산 전달' 한미 타협 가능성도
[권도형 송환 Q&A] 한국이냐 미국이냐…몬테네그로, 어느쪽 손 들어줄까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한미 간에 신병 확보전이 벌어진 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사태의 장본인 권도형(32) 테라폼랩스 대표는 어디로 먼저 끌려갈까.
30일(현지시간) 몬테네그로 법무부에 따르면 한국과 미국 정부는 몬테네그로에서 여권위조 혐의로 체포돼 수감 중인 권 대표에 대해 둘다 범죄인 인도를 청구했다.
한국과 미국은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50조원 이상 손실를 입힌 장본인으로 지목된 권 대표의 신병을 앞다퉈 먼저 확보하겠다는 입장이다.
마르코 코바치 몬테네그로 법무부 장관은 권 대표가 여권위조 혐의 때문에 현지에서 복역할 수 있으며 그 뒤에 몬테네그로 판사가 어디로 송환할지 결정할 것이라고 공식 절차를 설명했다.
권 대표의 범죄인 인도와 관련한 상황을 블룸버그 통신 등 외신을 토대로 풀어본다.
▲ 범죄인 인도는 특정국에서 범죄 혐의를 받는 용의자나 유죄판결을 받은 죄인을 외국의 청구에 따라 기소나 처벌을 위해 넘기는 외교적 사법공조다.
범죄인을 붙잡아 사법처리하는 것은 공익에 부합하는 까닭에 각국은 범죄인 인도를 위한 양자, 다자 조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많다. 거기에는 서명국이 준수할 법적 절차, 인도 대상이 되는 범죄, 이의제기 방식 등이 담겨있다.
-- 한국과 미국은 몬테네그로와 체결한 조약이 있나.
한국과 몬테네그로는 유럽연합(EU) 회원국과 비회원국들이 두루 가입된 다자조약인 '범죄인 인도에 관한 유럽협약'(European Convention on Extradition)에 가입돼 있다.
협약 당사국은 협약에 명시된 규정, 조건에 따라 범죄인을 인도한다. 인도 대상 범죄는 최소 1년 이상 구금명령이나 자유형, 그 이상 중형으로 처벌될 수 있는 범죄다. 이는 권 대표에게 해당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이 협약에 가입돼 있지 않다. 그러나 미국은 과거에 몬테네그로 국내법을 토대로 다수 범죄인을 인도받은 적이 있었다. 몬테네그로는 미국에 범죄인을 인도할 때 '형사사건 국제 법적 지원에 대한 법률'을 적용했다.
▲ 몬테네그로 법률에 따르면 2개국 이상이 범죄인 인도를 두고 다툴 경우 법원은 해당 국가들이 적용하는 범죄 혐의의 심각성, 범행이 이뤄진 장소, 해당국이 범죄인 인도를 청구한 시점, 범죄인의 국적을 따진다.
코바치 장관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범죄인의) 국적뿐만 아니라 범죄의 심각성, 범행 장소, 청구의 순서가 고려될 것"이라고 자국법의 내용을 강조했다.
-- 그렇다면 어느 쪽 청구에 더 설득력이 있을까.
한국 검찰은 작년 9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권 대표를 비롯한 테라·루나 폭락사태의 핵심 관계자 6명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다. 손실을 본 투자자들이 권 대표가 투자자들에게 코인의 하자를 제대로 고지하지 않고 다단계 금융사기를 저질렀다고 작년 5월 고소한 데 따른 조치였다.
그에 반해 미국 검찰은 권 대표가 이달 23일 권 대표가 몬테네그로에서 체포되자 몇시간 뒤에 그를 기소했다. 미국 뉴욕 남부연방지방검찰은 증권 사기, 통신망을 이용한 사기, 상품 사기, 시세조종 공모 등 8개 혐의를 적용했다. 앞서 미국 금융규제 당국인 증권거래위원회(SEC)도 권 대표의 사기 혐의를 잡고 올해 2월 16일 수사를 의뢰한 바 있다.
-- 한국이 우위라는 얘기가 있는데. 결론도 그렇게 나올까.
▲ 모를 일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한국이 먼저 권 대표를 입건했다는 사실, 권 대표의 국적이 한국이라는 점을 들어 "많은 전문가가 한국이 우선권을 가질 것으로 본다"고 상황을 전했다.
그러나 몬테네그로 법무부에 따르면 범죄인 인도를 먼저 요청한 곳은 미국 정부이다. 다만 한국 외교당국과 법조계에서는 한국 법무부가 미국보다 하루 정도 빨리 인도를 청구했다는 반박도 나온다. 범죄의 피해 규모, 범행 장소를 따질 때에는 미국 쪽으로 무게가 쏠리는 면이 있는 게 사실이다.
한국에 더 설득력 있는 법적 근거가 있더라도 몬테네그로의 결정이 철저한 법률적 판단이 될 것으로 속단할 수는 없다. 범죄인 인도 자체가 법적 행위를 넘어 고도의 외교적 사법공조이기 때문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국인 몬테네그로와 미국의 안보동맹국인 한국이 둘다 이번 사안을 두고 미국에 직접 이의를 제기할 것을 피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 한국과 미국이 타협할 가능성 있을까.
▲ 블룸버그 통신은 합의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한국 검찰은 권 대표를 먼저 데려갈 이유로 피해자에 대한 신속한 변제를 강조한다. 미국은 권 대표가 세계 각국에 보유한 자산을 압류하는 데 있어 한국보다 역량이 우월하다. 이는 미국이 압류한 권 대표의 자산을 한국 피해자들에게 나눠줄 가능성을 의미한다. 한국으로서는 권 대표를 미리 데려간다고 하더라도 미국에서 먼저 재판받도록 신병을 내주는 방안을 검토할 수도 있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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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테네그로에서 체포된 권도형 |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한미 간에 신병 확보전이 벌어진 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사태의 장본인 권도형(32) 테라폼랩스 대표는 어디로 먼저 끌려갈까.
30일(현지시간) 몬테네그로 법무부에 따르면 한국과 미국 정부는 몬테네그로에서 여권위조 혐의로 체포돼 수감 중인 권 대표에 대해 둘다 범죄인 인도를 청구했다.
한국과 미국은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50조원 이상 손실를 입힌 장본인으로 지목된 권 대표의 신병을 앞다퉈 먼저 확보하겠다는 입장이다.
마르코 코바치 몬테네그로 법무부 장관은 권 대표가 여권위조 혐의 때문에 현지에서 복역할 수 있으며 그 뒤에 몬테네그로 판사가 어디로 송환할지 결정할 것이라고 공식 절차를 설명했다.
권 대표의 범죄인 인도와 관련한 상황을 블룸버그 통신 등 외신을 토대로 풀어본다.
-- 범죄인 인도는 무엇인가.
▲ 범죄인 인도는 특정국에서 범죄 혐의를 받는 용의자나 유죄판결을 받은 죄인을 외국의 청구에 따라 기소나 처벌을 위해 넘기는 외교적 사법공조다.
범죄인을 붙잡아 사법처리하는 것은 공익에 부합하는 까닭에 각국은 범죄인 인도를 위한 양자, 다자 조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많다. 거기에는 서명국이 준수할 법적 절차, 인도 대상이 되는 범죄, 이의제기 방식 등이 담겨있다.
-- 한국과 미국은 몬테네그로와 체결한 조약이 있나.
▲ 범죄인 인도와 관련한 직접적인 양자 조약은 둘다 없다. 하지만 양국은 권 대표를 압송하는 데 다른 법적 메커니즘을 이용할 수 있다.
한국과 몬테네그로는 유럽연합(EU) 회원국과 비회원국들이 두루 가입된 다자조약인 '범죄인 인도에 관한 유럽협약'(European Convention on Extradition)에 가입돼 있다.
협약 당사국은 협약에 명시된 규정, 조건에 따라 범죄인을 인도한다. 인도 대상 범죄는 최소 1년 이상 구금명령이나 자유형, 그 이상 중형으로 처벌될 수 있는 범죄다. 이는 권 대표에게 해당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이 협약에 가입돼 있지 않다. 그러나 미국은 과거에 몬테네그로 국내법을 토대로 다수 범죄인을 인도받은 적이 있었다. 몬테네그로는 미국에 범죄인을 인도할 때 '형사사건 국제 법적 지원에 대한 법률'을 적용했다.
-- 한국과 미국의 경쟁에 대한 몬테네그로의 기본 방침은.
▲ 몬테네그로 법률에 따르면 2개국 이상이 범죄인 인도를 두고 다툴 경우 법원은 해당 국가들이 적용하는 범죄 혐의의 심각성, 범행이 이뤄진 장소, 해당국이 범죄인 인도를 청구한 시점, 범죄인의 국적을 따진다.
코바치 장관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범죄인의) 국적뿐만 아니라 범죄의 심각성, 범행 장소, 청구의 순서가 고려될 것"이라고 자국법의 내용을 강조했다.
-- 그렇다면 어느 쪽 청구에 더 설득력이 있을까.
▲ 일단 권 대표의 국적은 한국이다. 혐의의 심각성을 따지면 한국은 미국보다 먼저 공식 혐의를 적용해 권 대표를 입건했다.
한국 검찰은 작년 9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권 대표를 비롯한 테라·루나 폭락사태의 핵심 관계자 6명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다. 손실을 본 투자자들이 권 대표가 투자자들에게 코인의 하자를 제대로 고지하지 않고 다단계 금융사기를 저질렀다고 작년 5월 고소한 데 따른 조치였다.
그에 반해 미국 검찰은 권 대표가 이달 23일 권 대표가 몬테네그로에서 체포되자 몇시간 뒤에 그를 기소했다. 미국 뉴욕 남부연방지방검찰은 증권 사기, 통신망을 이용한 사기, 상품 사기, 시세조종 공모 등 8개 혐의를 적용했다. 앞서 미국 금융규제 당국인 증권거래위원회(SEC)도 권 대표의 사기 혐의를 잡고 올해 2월 16일 수사를 의뢰한 바 있다.
-- 한국이 우위라는 얘기가 있는데. 결론도 그렇게 나올까.
▲ 모를 일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한국이 먼저 권 대표를 입건했다는 사실, 권 대표의 국적이 한국이라는 점을 들어 "많은 전문가가 한국이 우선권을 가질 것으로 본다"고 상황을 전했다.
그러나 몬테네그로 법무부에 따르면 범죄인 인도를 먼저 요청한 곳은 미국 정부이다. 다만 한국 외교당국과 법조계에서는 한국 법무부가 미국보다 하루 정도 빨리 인도를 청구했다는 반박도 나온다. 범죄의 피해 규모, 범행 장소를 따질 때에는 미국 쪽으로 무게가 쏠리는 면이 있는 게 사실이다.
한국에 더 설득력 있는 법적 근거가 있더라도 몬테네그로의 결정이 철저한 법률적 판단이 될 것으로 속단할 수는 없다. 범죄인 인도 자체가 법적 행위를 넘어 고도의 외교적 사법공조이기 때문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국인 몬테네그로와 미국의 안보동맹국인 한국이 둘다 이번 사안을 두고 미국에 직접 이의를 제기할 것을 피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 한국과 미국이 타협할 가능성 있을까.
▲ 블룸버그 통신은 합의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한국 검찰은 권 대표를 먼저 데려갈 이유로 피해자에 대한 신속한 변제를 강조한다. 미국은 권 대표가 세계 각국에 보유한 자산을 압류하는 데 있어 한국보다 역량이 우월하다. 이는 미국이 압류한 권 대표의 자산을 한국 피해자들에게 나눠줄 가능성을 의미한다. 한국으로서는 권 대표를 미리 데려간다고 하더라도 미국에서 먼저 재판받도록 신병을 내주는 방안을 검토할 수도 있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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