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중수부, 2003년 16대 대선 정치자금 수사
이인규, 당시 대선자금 수사과정 단초부터 기술
이인규 "최태원 SK 회장에게 거절하지 못할 요구"
수사 결과…"한나라 823억·민주 112억 불법수수"
[앵커]
SK 분식회계 수사 등으로 '재계의 저승사자'로도 불렸던 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의 회고록이 지난주 공개됐습니다.
2003년 대선자금 수사 때 재벌 총수들을 조사했던 과정도 기술했는데 수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경영권이나 기업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압박하는 내용이 그대로 담겨 있어 논란이 예상됩니다.
신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2003년 10월부터 다섯 달 동안 16대 대통령 선거 정치자금 수사를 진행했습니다.
[안대희 /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 (2004년 3월 8일) : 대선 과정에서 정치권과 기업 사이에 있었던 다양한 형태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사실이 상당 부분 확인됨으로써 국민들에게 커다란 실망과 좌절, 경악과 분노를 안겨 주었습니다.]
수사팀에 합류했던 이인규 전 중수부장이 자신의 회고록에 어떻게 수사했는지를 자세하게 공개했습니다.
구속돼있던 최 회장을 불러 "계속 수사하면 경영권을 잃을 수 있지 않느냐"며 "수사를 확대하지 않을테니 정치권에 제공한 정치 자금 내역을 밝힐 수 있겠냐"고 물었습니다.
최 회장이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고 SK 구조조정본부장을 통해 결정적 진술을 받습니다.
한나라당은 최돈웅 재정위원장이 삼성은 300억 원, LG는 200억 원인데 SK도 100억 원은 내야지 않겠냐고 요구했고, 민주당은 이상수 사무총장이 선거 막바지에 자금이 턱없이 부족하니 15억 원만 해 줄 수 없느냐고 했다는 겁니다.
8개월 뒤 중수부가 대선자금 수사에 착수하자 이 전 부장은 수사를 이렇게 시작했습니다.
먼저 삼성과 LG, 현대차의 변호를 맡고 있던 김앤장 변호사를 불러 "수사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부당 내부거래 수사를 할 것이고 기업은 물론 오너 가족도 다칠 것이니 설득해"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삼성그룹 부회장에게는 "겪어보지 못한 어려움이 있을 테니 후회하는 일 없도록 판단하라"고 주문했고, LG그룹 변호사에게는 "구 씨, 허 씨 일가가 처벌을 받는 것은 물론 기업도 어려워지게 될"거라고 압박했습니다.
16대 대선에서 한나라당 측에 823억 원, 민주당 측에 112억 원의 불법정치자금이 제공됐다는 대검 중수부 대선자금 수사 결과가 이런 과정을 거쳐 나왔다는 겁니다.
이 전 부장의 책 내용에 대해 검찰 고위 간부 출신 인사 A씨는 검찰 수사의 근본을 흔드는 것이라며 공소시효 문제는 해소됐겠지만 그렇지 않았다면 협박이나 강요에 해당할 수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당시 수사를 총지휘했던 안대희 전 중수부장은 "책 낸다는 얘기도 듣지 못했다"면서 대기업을 압박하라고 주문했다는 이 전 부장의 언급에도 "할 말 없다"고 밝혔습니다.
의심되는 것을 지렛대로 써서 거대 권력인 재벌의 입을 여는 것이 그때 자신의 미션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어쩔 수 없는 상황 속에서 만든 결과를 보라며 수사 이후 대한민국 정치가 깨끗해졌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이인규 전 부장은 수사내용 언급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은 받아들이겠지만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점은 출간 전 이미 검토를 마쳤다고 말했습니다.
YTN 신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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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분식회계 수사 등으로 '재계의 저승사자'로도 불렸던 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의 회고록이 지난주 공개됐습니다.
2003년 대선자금 수사 때 재벌 총수들을 조사했던 과정도 기술했는데 수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경영권이나 기업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압박하는 내용이 그대로 담겨 있어 논란이 예상됩니다.
신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2003년 10월부터 다섯 달 동안 16대 대통령 선거 정치자금 수사를 진행했습니다.
[안대희 /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 (2004년 3월 8일) : 대선 과정에서 정치권과 기업 사이에 있었던 다양한 형태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사실이 상당 부분 확인됨으로써 국민들에게 커다란 실망과 좌절, 경악과 분노를 안겨 주었습니다.]
수사팀에 합류했던 이인규 전 중수부장이 자신의 회고록에 어떻게 수사했는지를 자세하게 공개했습니다.
SK 분식회계 사건을 수사하던 2003년 3월 최태원 회장에게 "거절하지 못할 요구"를 한 게 시작이었습니다.
구속돼있던 최 회장을 불러 "계속 수사하면 경영권을 잃을 수 있지 않느냐"며 "수사를 확대하지 않을테니 정치권에 제공한 정치 자금 내역을 밝힐 수 있겠냐"고 물었습니다.
최 회장이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고 SK 구조조정본부장을 통해 결정적 진술을 받습니다.
한나라당은 최돈웅 재정위원장이 삼성은 300억 원, LG는 200억 원인데 SK도 100억 원은 내야지 않겠냐고 요구했고, 민주당은 이상수 사무총장이 선거 막바지에 자금이 턱없이 부족하니 15억 원만 해 줄 수 없느냐고 했다는 겁니다.
이 진술은 문서로 안 남기고 현 법무부 장관인 한동훈 검사가 구해온 녹음기에 담아뒀다고도 밝혔습니다.
8개월 뒤 중수부가 대선자금 수사에 착수하자 이 전 부장은 수사를 이렇게 시작했습니다.
먼저 삼성과 LG, 현대차의 변호를 맡고 있던 김앤장 변호사를 불러 "수사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부당 내부거래 수사를 할 것이고 기업은 물론 오너 가족도 다칠 것이니 설득해"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삼성그룹 부회장에게는 "겪어보지 못한 어려움이 있을 테니 후회하는 일 없도록 판단하라"고 주문했고, LG그룹 변호사에게는 "구 씨, 허 씨 일가가 처벌을 받는 것은 물론 기업도 어려워지게 될"거라고 압박했습니다.
롯데와 한화그룹 대한항공에도 마찬가지로 "수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그룹이 어려워지거나, 회장이 낭패를 보거나, 불미스러운 일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16대 대선에서 한나라당 측에 823억 원, 민주당 측에 112억 원의 불법정치자금이 제공됐다는 대검 중수부 대선자금 수사 결과가 이런 과정을 거쳐 나왔다는 겁니다.
이 전 부장의 책 내용에 대해 검찰 고위 간부 출신 인사 A씨는 검찰 수사의 근본을 흔드는 것이라며 공소시효 문제는 해소됐겠지만 그렇지 않았다면 협박이나 강요에 해당할 수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당시 수사를 총지휘했던 안대희 전 중수부장은 "책 낸다는 얘기도 듣지 못했다"면서 대기업을 압박하라고 주문했다는 이 전 부장의 언급에도 "할 말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 전 부장은 YTN과 통화에서 자신은 당시 협박이 아닌 협상, 일종의 '플리 바기닝'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의심되는 것을 지렛대로 써서 거대 권력인 재벌의 입을 여는 것이 그때 자신의 미션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어쩔 수 없는 상황 속에서 만든 결과를 보라며 수사 이후 대한민국 정치가 깨끗해졌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이인규 전 부장은 수사내용 언급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은 받아들이겠지만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점은 출간 전 이미 검토를 마쳤다고 말했습니다.
YTN 신호입니다.
YTN 신호 (sino@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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