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부담 완화, 집값 회복에 영향 주기는 어려워…심리적 부담 낮추는 역할"
"갈아타기 노리는 1주택자 진입문턱 낮아질 듯…공정시장가액비율은 변수"
[연합뉴스 자료사진] |
(서울=연합뉴스) 김치연 기자 = 정부가 22일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발표하자 부동산 전문가들은 "보유세가 줄면서 실수요자의 주택 보유에 심리적 부담을 낮춘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면서도 "집값 상승이나 거래량 회복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국토교통부가 이날 발표한 '2023년도 공동주택 공시가격안'에 따르면 공시가격은 전국 평균으로 전년 대비 18.61%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공시가격 하락으로 부동산 보유세 부담이 전보다 줄어든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공시가격 하락이 규제지역 해제, 보유세 관련 공제액 및 세율·세부담 상한선 인하 등과 맞물리면서 과세 부담이 과거보다 경감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집값이 급락하면서 실거래가보다 공시가격이 높은 역전현상이 속출했던 상황도 개선될 전망이다.
함 랩장은 "일부 아파트에서 나타난 공시가격 역전 문제가 줄면서 공시가격에 대한 수요자 수용성이 나아지고 이의신청도 다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보유세 부담이 줄지만 주택 거래량 회복이나 집값 상승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보유 부담이 경감되면서 집주인들이 급하게 내놓는 급매물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고금리에 집값 하락 기대심리가 여전해 집값 불안을 자극할 가능성은 작다"며 "기존 주택 보유자의 세 부담을 줄여 매물 출회 압박을 줄여줄 것으로 전망한다"고 내다봤다.
집값이 소득이나 물가에 비해 아직 높은 수준인 데다 역전세난과 경기침체,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 영향으로 당분간 조정기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함 랩장도 "주택 거래량이 평년 수준으로 회복되거나 개선되는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며 "집값 호황기에 비해 주택 매입 환경이 악화했고 주택 보유에 따른 세 부담이 완화되면서 급하게 처분하지 않고 관망하려는 매도 움직임이 예상된다"고 점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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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유세 부담으로 매입을 꺼리던 무주택자나 갈아타기를 노리는 1주택자 등 실수요층의 시장 진입장벽을 낮췄다는 평가도 나온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무주택자나 1주택 갈아타기 등 실수요자가 보유세를 주택 매매 의사결정 요소에서 배제하고 대출 규제나 금리 등 다른 요소를 비중 있게 고려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해석했다.
특히 고가주택의 세 부담이 경감되면서 '똘똘한' 주택이나 수도권 상급지 위주의 갈아타기 수요가 촉진돼 거래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윤 수석연구원은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고가주택이 몰려있는 만큼 보유세 절감 효과가 커지면서 다른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수요층 유입 가능성이 크다"며 "거래량이 늘면서 가격 하락 폭도 기존보다 축소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원갑 전문위원은 "강남 등 고가주택 밀집 지역에서는 부부 공동명의를 통한 '똘똘한 한 채 흐름'이 유지될 수 있으나 비강남지역 2주택 보유자들은 종합부동산세 부담 때문에 주택 수를 줄이는 현상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 자체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공시가격을 2020년 수준으로 조정하는 것만이 아니라 장기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며 "단순히 지난해 발표한 공시가격 현실화 수정계획만으로는 충분치 않고, 공시가격 현실화라는 개념이 어떤 내용이고 어떻게 제기된 것인지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잦은 부동산 세제변화로 혼란이 발생한다"며 "정부는 예측가능한 공시가격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아직 확정되지 않은 공정시장가액비율은 실제 세 부담 경감 수준을 결정하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은 재산세나 종부세 과세표준을 결정하는 공시가격의 비율이다.
정부는 지난해 재산세 가액비율을 60%에서 45%로, 종부세는 95%에서 60%로 인하했다. 정부는 공시가격과 세수 등 정책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상반기 중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발표할 예정이다.
chi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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