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용돌이 원흉 될까, 갈등 조율 모범 될까…다가온 연금개혁 [탐사보도 뉴스프리즘]
[오프닝: 이광빈 기자]
시민의 눈높이에서 질문하고, 한국 사회에 화두를 던지며,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 가는 <뉴스프리즘> 시작합니다! 이번 주 <뉴스프리즘>이 주목한 이슈, 함께 보시죠.
[영상구성]
[이광빈 기자]
"30여 년 뒤면 국민연금이 고갈된다." 정부가 최근 내놓은 계산입니다. 고갈 속도도 점점 빨라지지면서 연금 개혁을 더 미룰 수 없는 상황까지 온 건데요.
국민연금 개혁을 위한 구체적인 논의 과정과 해외 사례 등을 짚어보겠습니다.
먼저 차승은 기자입니다.
[더 빨라진 고갈 시점…'더 내는' 연금개혁 불가피 / 차승은 기자]
현행 제도를 그대로두면 2041년부터 수입보다 지출이 많은 적자가 시작돼 2055년 기금이 고갈된다는 게 요지입니다.
5년 전 4차 추계 때보다 적자 시작은 1년, 고갈은 2년 당겨졌습니다.
<전병목/국민연금 재정추계전문위원회 위원장(지난달 27일)>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구조 악화, 경제성장 둔화 등 거시경제 여건 변화가 국민연금 재정에는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정부와 국회는 개혁안 논의에 착수했는데,,시간이 오래 걸리는 구조개혁보다는 보험료율, 소득대체율을 조정하는 모수개혁, 즉 더 내고 덜 받고 늦게 받는데 초점이 맞춰져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제도 유지를 위해선 보험료율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말합니다.
1998년 이후 유지된 보험료율 9%가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회원국 평균 18.2%의 절반도 안 된다는 겁니다.
<석재은 / 한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보험료 부담 수준이 높다라고 하면 MZ세대가 연금 제도를 지속하는 데 세대 간 계약을 깰 가능성이 있다라는 거죠."
추계 기간 마지막인 2093년까지 그해 들어온 보험료로 노인들에게 돈을 나눠줄 수 있으려면 당장 2년 뒤부터 보험료율을 2배인 17.86%로 올려야 합니다.
이 밖에도 곳곳이 난관입니다.
현재 40%인 소득 대비 연금 수령액 비율, 즉 소득대체율의 유지 여부도 격론이 진행 중입니다.
방점을 재정 안정화에 둘지, 노후 안정에 둘지에 따라 입장이
첨예하게 갈립니다.
<석재은 / 한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인상 찬성 측은) 중산층의 연금 급여 수준이 너무 낮다, 용돈 연금밖에 안 된다라는 거고요. (반대 측은) 연금 대체율을 올린만큼 연금 보험료를 많은 폭으로 올리기 어려울 거라고 생각을 해서 일단 연금 급여율을 유지하고…"
65세인 연금 수급 연령의 연장도 논의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59세인 최종 납부연령과의 시차, 즉 '소득 절벽'을 해결하려면 정년 연장 논의가 우선이란 지적이 나옵니다.
이견을 좁히지 못한 국회 연금특위 민간자문위원회는 지난달까지로 계획한 연금개혁 권고안 초안 공개를 일주일 연기했습니다.
국회 연금특위는 자문위 권고를 토대로 오는 4월 개혁안을 최종 발표하고, 정부는 10월까지 정부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입니다.
<차승은 기자> "연금개혁은 사회적 합의가 관건입니다. 충분히 개혁적이면서도 국민이 수용할 수 있는 중간 지점이 어디인지, 정부와 국회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연합뉴스TV 차승은입니다."
[이광빈 기자]
사회적 논의 과정에서 극심한 진통 없이 연금 개혁을 이뤄낸 나라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프랑스에서는 정부가 정년 연장을 골자로 하는 연금 개혁을 재차 시도하고 있는데, 반발이 거세면서 사회가 소용돌이 치고 있습니다.
우리보다 고령화 사회에 먼저 접어든 선진국들의 연금 개혁은 어떻게 이뤄졌는지 김지수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프랑스에선 시위 중…다른 나라 연금개혁 어땠나 / 김지수 기자]
연금 수령 시작 나이가 선진국 중 가장 빨라 '은퇴자의 천국'으로 불리는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은 2017년 집권 1기 때 추진하다 실패한 연금 개혁을 재집권 약 8개월 만에 다시 추진하고 있습니다.
현행 만 62세인 정년을 2030년까지 만 64세로 늘리고, 연금을 100% 받기 위해 일하는 기간을 42년에서 43년으로 1년 연장하는 게 주요 내용입니다
1년 더 일하고, 2년 늦게 연금을 받으라는 겁니다.
정부는 지금 연금 제도를 손보지 않으면 연금이 고갈돼 피할 수 없는 조치라는 입장입니다.
<엘리자베트 보른 / 프랑스 총리> "2030년에 43년 일한 뒤 만 64세에 은퇴하면 목표를 달성하게 됩니다. 연금 제도는 균형을 이룰 겁니다."
주요 8개 노조는 연금 개혁 철회를 촉구하며 파업과 시위를 이어가는 상황.
<필립 마르티네즈 /프랑스 CGT(노조총동맹)> "많은 사람들이 이 개념(연금 개혁)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공은 다시 한번 정부와 대통령에게 있습니다. 우리는 국민의 말을 듣거나 그들을 경멸하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
정부와 여당은 하원에서 연금 개혁 법안 통과를 시도하고 있지만, 반대 여론이 많아 어려움이 예상됩니다.
국민의 약 70%가 반대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프랑스는 1981년 정년을 만 65세에서 만 60세로 대폭 낮추면서 연금이 빠르게 고갈되자 2010년 만 62세로 연장한 적이 있습니다.
일본에서도 정부가 국민연금을 내는 기간을 5년 늘리는 안을 추진 중입니다.
정부는 만 20세부터 내는 국민연금의 납부 기간을 40년에서 45년으로 5년 늘리는 방안을 2025년 입법화 한다는 방침입니다.
일본은 지난 2004년 인구와 경제 변화에 맞춰 연금 지급액을 자동 삭감하는 '자동조절장치'를 도입해 주목받았습니다.
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로 인한 불확실성이 큰 시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사례는 스웨덴입니다.
연금 선진국 중 한 곳인 스웨덴은 1998년 '낸 만큼 돌려받는' 방식으로 연금 제도를 전환하는 개혁에 성공했습니다.
그 전까지는 가입자가 낸 보험료로 적립금을 쌓고 그 수익으로 급여를 지급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이어 1999년 '자동조절장치'를 처음으로 마련했는데, 이 장치는 현재 일본, 독일 등 OECD 회원국의 약 3분의 2가 운영하고 있습니다.
캐나다는 우리나라처럼 연금 도입 역사가 상대적으로 짧은 편이나, 우리와는 큰 차이를 보입니다.
재정추계 주기인 3년 안에 정치권에서 재정 안정화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 자동으로 보험료를 올리고 급여를 동결하도록 돼 있습니다.
연합뉴스 김지수입니다.
[코너 : 이광빈 기자]
제가 베를린 특파원으로 부임한 직후인 지난 2017년 가을, 독일에선 총선 후 연립정부 협상이 진행됐습니다.
독일은 다당제 내각제 정치체제인데, 시민의 다양한 목소리가 여러 정당으로 분산되다 보니, 과반 의석의 정당이 나오기 어렵습니다.
이 때문에 과반 의석의 안정적인 내각 구성을 위해, 2∼3개 정당이 협상을 벌여 연립정부를 구성해왔습니다. 이때 각 당의 서로 다른 정책을 조율하기 위해 몇 개월 간 치열한 협상과 주고받기식 타협을 합니다.
이 과정을 취재하는데, 정년과 연금 문제를 놓고 벌어지는 갈등이 우리나라와는 180도 다른 풍경이었습니다. 중도보수 정당과 산업계는 정년 연장을, 중도진보와 노조 측은 정년 감축을 요구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선 거대 제조업 노조가 임단협 협상에서 정년 연장을 요구하고 사측이 맞서는 모습을 보아오다가 새로 접한 독일의 모습이 낯설었는데요.
이유를 찾아보니, 보수진영과 산업계는 고령화 시대에 부족한 숙련 노동력을 확보하고 연금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정년 연장을 요구해왔습니다.
반면, 진보진영과 노조 측은 정년 연장이 노동자에 대한 연금 혜택을 줄이려는 술책인 데다, 노동자의 건강권을 무시한 처사라고 반대했습니다.
현재 프랑스 노동자 단체들도 연금개혁 반대 시위에서 비슷한 입장을 나타냅니다. 정년 연장을 기반으로 하는 연금걔혁이 노동자들의 정신적·육체적 부담을 키울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독일의 경우 2029년까지 단계적으로 정년이 67세로 늘어날 예정인데, 63세에 조기 은퇴하더라도 연금도 이때부터 받을 수 있습니다. 연금이 일부 감액되긴 하지만, 2018년 기준으로 모든 은퇴자 4명 중 1명은 조기 은퇴를 선택했습니다.
이를 보면, 각 사회에서 정년에 대한 입장은 연금 수령 시점과도 연동돼 있습니다.
연금의 소득대체율도 영향이 있을 것입니다.
노동시장 및 노동인력의 구조와도 연관이 있습니다. 제조업이 발달한 독일의 경우 저출생의 여파 속에서 숙련된 기술자들의 노동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산업계에선 노동자들의 은퇴 시점을 늦추려고 합니다.
각국이 정년과 연금 수령시기, 노동시장 구조, '일과 삶의 균형 추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방정식은 다를 수밖에 없고, 복잡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각 사회 내에서 계층에 따라서도 입장이 다른 만큼, 방정식에 넣을 변수들에 대한 사회적 합의 과정이 세심해야 합니다.
국민연금 보험료율 인상을 두고 시민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립니다.
특히 세대 간 입장차가 큰데요. 노후를 위해 보험료율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국민연금 제도 자체를 불신하는 목소리도 큽니다.
한채희 기자가 시민들 생각을 들어봤습니다.
["90년대생부터 못 받아"…'연금 고갈' 불안 / 한채희 기자]
국민연금 예상 고갈 시점인 2055년은 1990년생이 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시점입니다.
돈은 돈대로 내고 돌려받지 못할까, 청년 세대는 불안합니다.
<신동일(35) / 서울 중구> "그럴 바에는 개인에게 연금을 맡기는 것도 또 다른 방법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팍팍한 살림살이에 수십 년 뒤 받게 될 연금보다 오늘의 한 푼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도 적지 않습니다.
<임지영(35) / 서울 서대문구> "안 오른 게 없이 월급은 그대로인데 보험료는 점점 더 많이 나가는 게 체감이 되고…받게 되더라도 그 금액이 그 시대에 얼마나 가치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정부는 연금을 현재와 같은 기금형에서 부과형으로 바꿔서라도 못 받을 일은 없다고하지만, 점점 빨라지는 고갈 시계에 미래에 보험료를 낼 대학생도 고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맹성호(25) / 서울 구로구> "직장을 다니시는 분들도 나중에 연금을 받을 나이가 됐을 때 혜택을 받기 힘들다고 말씀 많이 하시는데, 저희 세대가 나중에 연금 받을 나이가 되면 그땐 아무래도 더 전망이 안 좋지 않을까…"
<한채희 기자> "실제 설문조사 결과, 보험료를 내는 국민 중 절반은 연금을 돌려받지 못할 거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중에서도 2040세대는 다른 세대에 비해 확신이 적은 편인데요. 심지어, 의무가 아니라면 가입도 하지 않겠다는 입장입니다."
연금을 받는 세대도 마음이 불편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이우성(63) / 서울 관악구> "국민연금, 좋은 건 사실이에요. 어떻게 보면 굉장히 좋은 건데 그림의 떡입니다…이걸 젊은 사람들, 내 자식들에게 물려줘요?"
취지는 좋지만, 개혁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이선미(50) / 서울 마포구> "불이익이 오더라도 개선할 방법을 생각해봤으면 좋겠어요."
국민연금 도입 이후 지난 25년간 이뤄진 개혁은 단 두 번.
미래세대가 연금에 더 이상 기대를 걸지 않는 이유 중 하나지만, 그만큼 사회적 공감대가 개혁 완성의 중요한 변수가 된 겁니다.
전문가는 '더 내자'는 논의를 넘어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정용건 /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집행위원장> "국민연금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반드시 법으로 나의 노후에 연금을 제대로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명확히 하고…두 번째로 적정한 노후 소득을 보장해 주어야 한다."
어렵다고 개혁을 미루면, 이제는 노후 보장뿐만 아니라 세대 간 갈등도 피할 수 없어 보입니다.
연합뉴스TV 한채희입니다.
[클로징: 이광빈 기자]
연금제도...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고 계십니까?
연금제도는 은퇴 이후 노후 생활 안정을 보장해주기 위해 마련된 사회보장 정책입니다.
하지만 저출산·고령화 등으로 앞으로 국민연금 재정이 고갈돼, 지금 MZ 세대는 수급 연령이 돼도 '연금을 받지 못할 수 있다' 는 경고까지 나오면서, MZ 세대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국민연금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짙어지고 있습니다.
또한 기업이 보험료를 절반 보조하는 직장인과 달리, 100%를 자비로 내야 하는 자영업자들은 경제상황이 어려워지면서 부담이 커지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일각에선 국민연금을 의무가 아닌 선택제로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며 '국민연금의 존재 의미를 사회적으로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됩니다.
세대간 계층간 이해관계는 더욱 엇갈려 있는데요.
하지만 국민연금은 우리의 노후를 보장해 줄 우리에게 꼭 필요한 제도입니다.
정부와 국회는 연금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먼저 국민들이 연금제도를 잘 이해할 수 있도록 개혁의 취지와 방향성을 효과적으로 알려나가고 의견을 수렴해야 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다양한 이해관계가 힙리적으로 조정될 수 있습니다.
갈등 조정 능력, 어떤 사안보다도 필요하고 보여줘야 합니다.
이번주 뉴스프리즘은 여기까지입니다.
시청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PD 김선호
AD 김다운
송고 이광빈2
#국민연금개혁 #정년연장 #노후보장
연합뉴스TV 기사문의 및 제보 : 카톡/라인 jebo23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TV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프닝: 이광빈 기자]
시민의 눈높이에서 질문하고, 한국 사회에 화두를 던지며,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 가는 <뉴스프리즘> 시작합니다! 이번 주 <뉴스프리즘>이 주목한 이슈, 함께 보시죠.
[영상구성]
[이광빈 기자]
"30여 년 뒤면 국민연금이 고갈된다." 정부가 최근 내놓은 계산입니다. 고갈 속도도 점점 빨라지지면서 연금 개혁을 더 미룰 수 없는 상황까지 온 건데요.
제도 유지를 위해선 국민들 부담이 더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 결정을 어렵게 하고 있습니다.
국민연금 개혁을 위한 구체적인 논의 과정과 해외 사례 등을 짚어보겠습니다.
먼저 차승은 기자입니다.
[더 빨라진 고갈 시점…'더 내는' 연금개혁 불가피 / 차승은 기자]
지난달 27일 정부는 국민연금 5차 재정추계 시산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현행 제도를 그대로두면 2041년부터 수입보다 지출이 많은 적자가 시작돼 2055년 기금이 고갈된다는 게 요지입니다.
5년 전 4차 추계 때보다 적자 시작은 1년, 고갈은 2년 당겨졌습니다.
<전병목/국민연금 재정추계전문위원회 위원장(지난달 27일)>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구조 악화, 경제성장 둔화 등 거시경제 여건 변화가 국민연금 재정에는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정부는 국민연금을 못 받을 일은 없다지만 그러려면 제도 유지를 위한 세대 간 고통 분담이 전제돼야 합니다.
정부와 국회는 개혁안 논의에 착수했는데,,시간이 오래 걸리는 구조개혁보다는 보험료율, 소득대체율을 조정하는 모수개혁, 즉 더 내고 덜 받고 늦게 받는데 초점이 맞춰져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제도 유지를 위해선 보험료율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말합니다.
1998년 이후 유지된 보험료율 9%가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회원국 평균 18.2%의 절반도 안 된다는 겁니다.
문제는 인상폭입니다.
<석재은 / 한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보험료 부담 수준이 높다라고 하면 MZ세대가 연금 제도를 지속하는 데 세대 간 계약을 깰 가능성이 있다라는 거죠."
추계 기간 마지막인 2093년까지 그해 들어온 보험료로 노인들에게 돈을 나눠줄 수 있으려면 당장 2년 뒤부터 보험료율을 2배인 17.86%로 올려야 합니다.
이 밖에도 곳곳이 난관입니다.
현재 40%인 소득 대비 연금 수령액 비율, 즉 소득대체율의 유지 여부도 격론이 진행 중입니다.
방점을 재정 안정화에 둘지, 노후 안정에 둘지에 따라 입장이
첨예하게 갈립니다.
<석재은 / 한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인상 찬성 측은) 중산층의 연금 급여 수준이 너무 낮다, 용돈 연금밖에 안 된다라는 거고요. (반대 측은) 연금 대체율을 올린만큼 연금 보험료를 많은 폭으로 올리기 어려울 거라고 생각을 해서 일단 연금 급여율을 유지하고…"
65세인 연금 수급 연령의 연장도 논의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59세인 최종 납부연령과의 시차, 즉 '소득 절벽'을 해결하려면 정년 연장 논의가 우선이란 지적이 나옵니다.
이견을 좁히지 못한 국회 연금특위 민간자문위원회는 지난달까지로 계획한 연금개혁 권고안 초안 공개를 일주일 연기했습니다.
국회 연금특위는 자문위 권고를 토대로 오는 4월 개혁안을 최종 발표하고, 정부는 10월까지 정부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입니다.
<차승은 기자> "연금개혁은 사회적 합의가 관건입니다. 충분히 개혁적이면서도 국민이 수용할 수 있는 중간 지점이 어디인지, 정부와 국회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연합뉴스TV 차승은입니다."
[이광빈 기자]
사회적 논의 과정에서 극심한 진통 없이 연금 개혁을 이뤄낸 나라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프랑스에서는 정부가 정년 연장을 골자로 하는 연금 개혁을 재차 시도하고 있는데, 반발이 거세면서 사회가 소용돌이 치고 있습니다.
우리보다 고령화 사회에 먼저 접어든 선진국들의 연금 개혁은 어떻게 이뤄졌는지 김지수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프랑스에선 시위 중…다른 나라 연금개혁 어땠나 / 김지수 기자]
연금 수령 시작 나이가 선진국 중 가장 빨라 '은퇴자의 천국'으로 불리는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은 2017년 집권 1기 때 추진하다 실패한 연금 개혁을 재집권 약 8개월 만에 다시 추진하고 있습니다.
현행 만 62세인 정년을 2030년까지 만 64세로 늘리고, 연금을 100% 받기 위해 일하는 기간을 42년에서 43년으로 1년 연장하는 게 주요 내용입니다
1년 더 일하고, 2년 늦게 연금을 받으라는 겁니다.
정부는 지금 연금 제도를 손보지 않으면 연금이 고갈돼 피할 수 없는 조치라는 입장입니다.
<엘리자베트 보른 / 프랑스 총리> "2030년에 43년 일한 뒤 만 64세에 은퇴하면 목표를 달성하게 됩니다. 연금 제도는 균형을 이룰 겁니다."
주요 8개 노조는 연금 개혁 철회를 촉구하며 파업과 시위를 이어가는 상황.
<필립 마르티네즈 /프랑스 CGT(노조총동맹)> "많은 사람들이 이 개념(연금 개혁)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공은 다시 한번 정부와 대통령에게 있습니다. 우리는 국민의 말을 듣거나 그들을 경멸하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
정부와 여당은 하원에서 연금 개혁 법안 통과를 시도하고 있지만, 반대 여론이 많아 어려움이 예상됩니다.
국민의 약 70%가 반대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프랑스는 1981년 정년을 만 65세에서 만 60세로 대폭 낮추면서 연금이 빠르게 고갈되자 2010년 만 62세로 연장한 적이 있습니다.
일본에서도 정부가 국민연금을 내는 기간을 5년 늘리는 안을 추진 중입니다.
정부는 만 20세부터 내는 국민연금의 납부 기간을 40년에서 45년으로 5년 늘리는 방안을 2025년 입법화 한다는 방침입니다.
일본은 지난 2004년 인구와 경제 변화에 맞춰 연금 지급액을 자동 삭감하는 '자동조절장치'를 도입해 주목받았습니다.
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로 인한 불확실성이 큰 시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사례는 스웨덴입니다.
연금 선진국 중 한 곳인 스웨덴은 1998년 '낸 만큼 돌려받는' 방식으로 연금 제도를 전환하는 개혁에 성공했습니다.
그 전까지는 가입자가 낸 보험료로 적립금을 쌓고 그 수익으로 급여를 지급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이어 1999년 '자동조절장치'를 처음으로 마련했는데, 이 장치는 현재 일본, 독일 등 OECD 회원국의 약 3분의 2가 운영하고 있습니다.
캐나다는 우리나라처럼 연금 도입 역사가 상대적으로 짧은 편이나, 우리와는 큰 차이를 보입니다.
재정추계 주기인 3년 안에 정치권에서 재정 안정화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 자동으로 보험료를 올리고 급여를 동결하도록 돼 있습니다.
연합뉴스 김지수입니다.
[코너 : 이광빈 기자]
제가 베를린 특파원으로 부임한 직후인 지난 2017년 가을, 독일에선 총선 후 연립정부 협상이 진행됐습니다.
독일은 다당제 내각제 정치체제인데, 시민의 다양한 목소리가 여러 정당으로 분산되다 보니, 과반 의석의 정당이 나오기 어렵습니다.
이 때문에 과반 의석의 안정적인 내각 구성을 위해, 2∼3개 정당이 협상을 벌여 연립정부를 구성해왔습니다. 이때 각 당의 서로 다른 정책을 조율하기 위해 몇 개월 간 치열한 협상과 주고받기식 타협을 합니다.
이 과정을 취재하는데, 정년과 연금 문제를 놓고 벌어지는 갈등이 우리나라와는 180도 다른 풍경이었습니다. 중도보수 정당과 산업계는 정년 연장을, 중도진보와 노조 측은 정년 감축을 요구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선 거대 제조업 노조가 임단협 협상에서 정년 연장을 요구하고 사측이 맞서는 모습을 보아오다가 새로 접한 독일의 모습이 낯설었는데요.
이유를 찾아보니, 보수진영과 산업계는 고령화 시대에 부족한 숙련 노동력을 확보하고 연금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정년 연장을 요구해왔습니다.
반면, 진보진영과 노조 측은 정년 연장이 노동자에 대한 연금 혜택을 줄이려는 술책인 데다, 노동자의 건강권을 무시한 처사라고 반대했습니다.
현재 프랑스 노동자 단체들도 연금개혁 반대 시위에서 비슷한 입장을 나타냅니다. 정년 연장을 기반으로 하는 연금걔혁이 노동자들의 정신적·육체적 부담을 키울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독일의 경우 2029년까지 단계적으로 정년이 67세로 늘어날 예정인데, 63세에 조기 은퇴하더라도 연금도 이때부터 받을 수 있습니다. 연금이 일부 감액되긴 하지만, 2018년 기준으로 모든 은퇴자 4명 중 1명은 조기 은퇴를 선택했습니다.
이를 보면, 각 사회에서 정년에 대한 입장은 연금 수령 시점과도 연동돼 있습니다.
연금의 소득대체율도 영향이 있을 것입니다.
노동시장 및 노동인력의 구조와도 연관이 있습니다. 제조업이 발달한 독일의 경우 저출생의 여파 속에서 숙련된 기술자들의 노동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산업계에선 노동자들의 은퇴 시점을 늦추려고 합니다.
각국이 정년과 연금 수령시기, 노동시장 구조, '일과 삶의 균형 추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방정식은 다를 수밖에 없고, 복잡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각 사회 내에서 계층에 따라서도 입장이 다른 만큼, 방정식에 넣을 변수들에 대한 사회적 합의 과정이 세심해야 합니다.
국민연금 보험료율 인상을 두고 시민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립니다.
특히 세대 간 입장차가 큰데요. 노후를 위해 보험료율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국민연금 제도 자체를 불신하는 목소리도 큽니다.
한채희 기자가 시민들 생각을 들어봤습니다.
["90년대생부터 못 받아"…'연금 고갈' 불안 / 한채희 기자]
국민연금 예상 고갈 시점인 2055년은 1990년생이 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시점입니다.
돈은 돈대로 내고 돌려받지 못할까, 청년 세대는 불안합니다.
<신동일(35) / 서울 중구> "그럴 바에는 개인에게 연금을 맡기는 것도 또 다른 방법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팍팍한 살림살이에 수십 년 뒤 받게 될 연금보다 오늘의 한 푼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도 적지 않습니다.
<임지영(35) / 서울 서대문구> "안 오른 게 없이 월급은 그대로인데 보험료는 점점 더 많이 나가는 게 체감이 되고…받게 되더라도 그 금액이 그 시대에 얼마나 가치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정부는 연금을 현재와 같은 기금형에서 부과형으로 바꿔서라도 못 받을 일은 없다고하지만, 점점 빨라지는 고갈 시계에 미래에 보험료를 낼 대학생도 고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맹성호(25) / 서울 구로구> "직장을 다니시는 분들도 나중에 연금을 받을 나이가 됐을 때 혜택을 받기 힘들다고 말씀 많이 하시는데, 저희 세대가 나중에 연금 받을 나이가 되면 그땐 아무래도 더 전망이 안 좋지 않을까…"
<한채희 기자> "실제 설문조사 결과, 보험료를 내는 국민 중 절반은 연금을 돌려받지 못할 거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중에서도 2040세대는 다른 세대에 비해 확신이 적은 편인데요. 심지어, 의무가 아니라면 가입도 하지 않겠다는 입장입니다."
연금을 받는 세대도 마음이 불편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이우성(63) / 서울 관악구> "국민연금, 좋은 건 사실이에요. 어떻게 보면 굉장히 좋은 건데 그림의 떡입니다…이걸 젊은 사람들, 내 자식들에게 물려줘요?"
취지는 좋지만, 개혁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이선미(50) / 서울 마포구> "불이익이 오더라도 개선할 방법을 생각해봤으면 좋겠어요."
국민연금 도입 이후 지난 25년간 이뤄진 개혁은 단 두 번.
미래세대가 연금에 더 이상 기대를 걸지 않는 이유 중 하나지만, 그만큼 사회적 공감대가 개혁 완성의 중요한 변수가 된 겁니다.
전문가는 '더 내자'는 논의를 넘어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정용건 /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집행위원장> "국민연금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반드시 법으로 나의 노후에 연금을 제대로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명확히 하고…두 번째로 적정한 노후 소득을 보장해 주어야 한다."
어렵다고 개혁을 미루면, 이제는 노후 보장뿐만 아니라 세대 간 갈등도 피할 수 없어 보입니다.
연합뉴스TV 한채희입니다.
[클로징: 이광빈 기자]
연금제도...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고 계십니까?
연금제도는 은퇴 이후 노후 생활 안정을 보장해주기 위해 마련된 사회보장 정책입니다.
하지만 저출산·고령화 등으로 앞으로 국민연금 재정이 고갈돼, 지금 MZ 세대는 수급 연령이 돼도 '연금을 받지 못할 수 있다' 는 경고까지 나오면서, MZ 세대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국민연금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짙어지고 있습니다.
또한 기업이 보험료를 절반 보조하는 직장인과 달리, 100%를 자비로 내야 하는 자영업자들은 경제상황이 어려워지면서 부담이 커지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일각에선 국민연금을 의무가 아닌 선택제로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며 '국민연금의 존재 의미를 사회적으로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됩니다.
세대간 계층간 이해관계는 더욱 엇갈려 있는데요.
하지만 국민연금은 우리의 노후를 보장해 줄 우리에게 꼭 필요한 제도입니다.
정부와 국회는 연금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먼저 국민들이 연금제도를 잘 이해할 수 있도록 개혁의 취지와 방향성을 효과적으로 알려나가고 의견을 수렴해야 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다양한 이해관계가 힙리적으로 조정될 수 있습니다.
갈등 조정 능력, 어떤 사안보다도 필요하고 보여줘야 합니다.
이번주 뉴스프리즘은 여기까지입니다.
시청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PD 김선호
AD 김다운
송고 이광빈2
#국민연금개혁 #정년연장 #노후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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