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링컨 "주권 침해" 정찰풍선 상세 설명…박진 "방문 연기 이해"
한미, 北의 불법자금 차단·확장억제 실행력 강조에 한 목소리
블링컨, 70년전 한미상호방위조약 서명한 양국 장관 발언 소개도
박진 외교부 장관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 |
(워싱턴=연합뉴스) 강병철 특파원 = 박진 외교부 장관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의 3일(현지시간) 한미 외교장관 회담 및 공동 기자회견에서는 미국 영공에서 발견된 중국의 '정찰풍선' 문제가 상당 부분을 거론했다.
애초 이날 밤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었던 블링컨 장관이 전격적으로 방중을 연기한 직후에 행사가 진행되면서 이번 사태가 향후 미중 관계 및 북한 문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관심이 집중됐기 때문이다.
한미 양국은 블링컨 장관의 방중 연기로 미중간에 북핵 문제를 협의할 기회를 놓쳤지만, 공개 회견을 통해 중국에 대해 대북 제재의 완전한 이행과 북한에 대한 영향력 행사 등을 주문했다.
기자회견 하는 한미 외교장관 |
◇ 블링컨 방중 연기 배경 직접 설명 = 지난해 11월 미중 정상회담에 대한 후속 논의 차원에서 중국을 방문하려고 했던 블링컨 장관은 이날 회견에서 연단에 서자마자 양해를 구한 뒤 방중을 연기한 배경을 직접 설명했다.
그는 중국의 정찰풍선을 '정찰자산' 등으로 부르면서 비판하면서 "이번 일이 미국 국민에게 중요한 폭넓은 이슈에 대응하고 양자 관계를 다지기 위해 펼쳐온 노력을 포함해 방문의 목적을 훼손하는 상황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는 애초 치열하게 경쟁하되 충돌로 비화하지 않도록 책임있게 미중 경쟁을 관리하는 차원에서 방문하려고 했던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워져서 방중을 미뤘다는 설명이다.
모두발언 뒤에 한미 양국 언론에서 각각 2명의 기자가 질문에 나선 가운데 첫 번째 제기된 이슈도 중국의 정찰풍선 문제였다.
질문권을 얻은 미국 기자는 중국이 미국 상공으로 정찰풍선을 보낸 것은 처음이라는 게 국방부 설명이라는 점 등을 언급한 뒤 방중 취소 외에 추가적인 조치를 물었다. 동시에 그는 우크라이나 문제 등 방중 취소에 따른 기회비용도 같이 문의했다.
다른 기자는 중국의 정찰풍선이 국가안보에 위협은 되지 않는다는 국방부 설명을 토대로 블링컨 장관에게 바이든 정부가 중국에 유약하다는 이미지를 불식하기 위해 강경 조치를 하는 것 아니냐고 질문했다.
블링컨 장관은 수차 중국의 정찰풍선이 국제법과 주권 침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현시점에 중국을 방문해도 건설적 대화가 어렵다는 점을 설명했다.
또 기회비용 문제와 관련해서는 중국과 열린 대화 채널을 계속 유지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관여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박진 장관도 회견에서 중국의 정찰풍선에 대한 질문을 받자 블링컨 장관으로부터 매우 구체적인 설명을 들었으며 방중 연기를 이해한다고 답변했다.
박 장관과 블링컨 장관은 애초 이날 45분간 회담할 예정이었으나 최종적으로는 1시간10분간 진행했다.
중국의 정찰풍선이라는 돌발사태가 불거진데다가 이날 밤 출발할 예정이었던 블링컨 장관의 방중이 연기되면서 시간적 여유가 생겨 회담 시간이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美 "中 정찰 풍선 본토 상공서 포착됐지만 격추는 보류" |
◇ 한미, 中에 대북 영향력 행사 압박 계속…확장억제 실행력 제고
블링컨 장관의 방중 연기에도 불구하고 한미 양국은 중국에 북한이 올바른 전략적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압박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박진 장관은 모두발언에서 "북한 비핵화는 오랫동안 한미중이 협력해온 영역"이라면서 "우리는 중국이 북한의 행동에 대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분명한 능력을 갖고 있고 이를 행사할 책임이 있다는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나아가 한미 양국은 대북 제재를 완전히 이행하고 북한이 불법 활동을 통해 핵미사일 프로그램 재원을 충당하는 것을 막기 위한 노력도 강화하기로 했다.
이 가운데 대북 제재 이행 문제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 러시아를 염두에 둔 것으로 분석된다.
양국 장관은 회담에서 북한의 불법 자금 마련을 차단하기 위해 주 수익원이 되는 사이버 해킹 등에 대한 대응도 강화하기로 했다.
양국은 북한의 도발시 단호한 대응을 하겠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북한이 7차 핵실험 준비를 마친 상태이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한미 양국은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한 확장억제의 실효성을 제고하겠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블링컨 장관은 한국 내에 자체 핵무장 여론이 높아지는 등 미국의 핵우산에 대한 신뢰가 낮아지고 있다는 질문에 "우리는 확장억제를 매우 진지하게 받아들인다"면서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힘줘 말했다.
한미 양국은 또 올해 70주년인 한미 동맹을 기술, 문화 영역으로 확대해 미래를 위해 행동하는 동맹으로 격상키로 했다.
이와 관련, 블링컨 장관은 한미 동맹의 근간인 한미상호방위조약(1953년 10월)을 서명한 변영태 전 외무부 장관과 존 포스터 덜레스 전 국무부 장관의 발언을 인용하기도 했다.
그는 "변 장관은 '문서화된 이 유대의 결속이 자유의 모든 친구에게 기쁨과 격려를 가져올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으며 덜레스 장관은 '이 동맹은 평화에 굳건하게 헌신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블링컨 장관은 "지난 70년간 우리 동맹은 정말로 평화를 유지해왔다"면서 "오늘 우리가 이룬 진전을 통해 양국과 인도·태평양, 전 세계 국민의 이익을 위해 더 안전하고 번영된 미래로 가는 또 한 걸음을 내걸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것이 '한미동맹 70주년' 배지 선물 |
solec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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