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지난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줬던 화제의 장면이 있었죠.
남우조연상 시상자로 나선 윤여정 배우가 부른 배우, 청각 장애인이었습니다.
윤여정 씨는 수어로 축하를 건네고 배우가 수상 소감을 전할 수 있도록 트로피를 건네받기도 했는데요.
우리나라도 이제 더 이상 '수화'가 아닌 '수어'라고 하고, 수어를 한국어와 동등한 공용어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 의미를 기념하는, 세번째 '한국 수어의 날'을 맞아서, 유서영 기자가 청각 장애인들의 현실을 살펴봤습니다.
◀ 리포트 ▶
농인 남매의 성장기를 다룬 영화.
햄버거 가게에서 한 직원의 실수로 고객이 항의를 하자, 사장이 아르바이트생에게 누명을 씌웁니다.
[점장 (영화 '미드나잇 썬')]
"사실 저 친구가 청각장애인이거든요. 그래서 주문 받는 과정에서 의사소통에 좀 문제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농인이 겪는 각종 차별을 실감나게 연기한 13년차 배우 김리후 씨는 실제 농인입니다.
하지만 그가 출연한 영화는 단편영화 두 편에 불과합니다.
대부분의 영화에서 농인 배역을 비장애인 배우들이 맡고 있어, 김 씨의 역할이 통역과 자문에 그치는 경우가 많은 겁니다.
[김리후/배우]
"'내가 수어를 가르치기 위해 배우 생활을 시작한 게 아닌데' 하는 생각이 많이 안타깝고, 마음이 아플 때가 있어요."
모델로 활동 중인 김혜원 씨도 촬영 현장에서 수어를 모르는 제작진들과 수시로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어왔습니다.
[김혜원/모델]
"카메라맨은 카메라를 보고 있으니/ 입 모양을 보기가 힘들어서, 바로 바로 포즈를 취하기 어려웠거든(그렇다고) 수어통역사를 데려오려면 통역에 대한 비용 부담이 있었어요."
수어에는 손동작만 있는 게 아닙니다.
감정을 담아내는 표정과 몸짓도 중요합니다.
문제는 농인들조차 수어를 배우기 어렵다는 겁니다.
"방문자 호출입니다. 확인해 주세요."
초인종을 누르자 호출벨에 불이 켜집니다.
17년 전 세워진 이곳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수어로만 학생들을 가르치는 대안학교입니다.
여기서는 상대의 입술 모양으로 이해하고 어눌하게 소리를 내는 '구화'가 아닌 '수어 교육' 그 자체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김주희 / '소보사' 대표]
"(농인이) 나는 듣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 '잘 보는 사람'이고, 잘 보기 때문에 보이는 언어인 수어를 쓰는 사람이라서 이 언어를 선택했는데‥"
하지만 이렇게 농인 학생만을 대상으로 하는 특수교육기관은 전국에 14개뿐.
경상도나 충남, 대전권에는 아예 없습니다.
더 큰 문제는 농인 교육기관조차 수어 교육보다 의무 교육과정 이수가 목표여서 대부분의 교사들이 수어를 모른다는 겁니다.
[김리후 / 배우]
"농학교 선생님들이 수어를 너무 못해서, 충격을 받았어요. 수업할 때 학생들이 엎드려 자든 자기들끼리 수다를 떨든 상관없이 교사들은 그냥 칠판에 쓰기만 하고…"
국내 농인 수는 41만 명.
농인에게 수어는 세상과 소통하는 도구이지만 배울 곳도, 쓸 곳도 부족한 현실입니다.
MBC 뉴스 유서영입니다.
영상취재/편집: 위동원
촬영협조: 파라스타엔터테인먼트
영상제공: 센트럴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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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자(c) MBC (https://imnews.imbc.com) 무단복제-재배포 금지]
지난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줬던 화제의 장면이 있었죠.
남우조연상 시상자로 나선 윤여정 배우가 부른 배우, 청각 장애인이었습니다.
윤여정 씨는 수어로 축하를 건네고 배우가 수상 소감을 전할 수 있도록 트로피를 건네받기도 했는데요.
우리나라도 이제 더 이상 '수화'가 아닌 '수어'라고 하고, 수어를 한국어와 동등한 공용어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 의미를 기념하는, 세번째 '한국 수어의 날'을 맞아서, 유서영 기자가 청각 장애인들의 현실을 살펴봤습니다.
◀ 리포트 ▶
농인 남매의 성장기를 다룬 영화.
햄버거 가게에서 한 직원의 실수로 고객이 항의를 하자, 사장이 아르바이트생에게 누명을 씌웁니다.
[점장 (영화 '미드나잇 썬')]
"사실 저 친구가 청각장애인이거든요. 그래서 주문 받는 과정에서 의사소통에 좀 문제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농인이 겪는 각종 차별을 실감나게 연기한 13년차 배우 김리후 씨는 실제 농인입니다.
하지만 그가 출연한 영화는 단편영화 두 편에 불과합니다.
대부분의 영화에서 농인 배역을 비장애인 배우들이 맡고 있어, 김 씨의 역할이 통역과 자문에 그치는 경우가 많은 겁니다.
[김리후/배우]
"'내가 수어를 가르치기 위해 배우 생활을 시작한 게 아닌데' 하는 생각이 많이 안타깝고, 마음이 아플 때가 있어요."
모델로 활동 중인 김혜원 씨도 촬영 현장에서 수어를 모르는 제작진들과 수시로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어왔습니다.
[김혜원/모델]
"카메라맨은 카메라를 보고 있으니/ 입 모양을 보기가 힘들어서, 바로 바로 포즈를 취하기 어려웠거든(그렇다고) 수어통역사를 데려오려면 통역에 대한 비용 부담이 있었어요."
수어에는 손동작만 있는 게 아닙니다.
감정을 담아내는 표정과 몸짓도 중요합니다.
문제는 농인들조차 수어를 배우기 어렵다는 겁니다.
"방문자 호출입니다. 확인해 주세요."
초인종을 누르자 호출벨에 불이 켜집니다.
17년 전 세워진 이곳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수어로만 학생들을 가르치는 대안학교입니다.
여기서는 상대의 입술 모양으로 이해하고 어눌하게 소리를 내는 '구화'가 아닌 '수어 교육' 그 자체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김주희 / '소보사' 대표]
"(농인이) 나는 듣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 '잘 보는 사람'이고, 잘 보기 때문에 보이는 언어인 수어를 쓰는 사람이라서 이 언어를 선택했는데‥"
하지만 이렇게 농인 학생만을 대상으로 하는 특수교육기관은 전국에 14개뿐.
경상도나 충남, 대전권에는 아예 없습니다.
더 큰 문제는 농인 교육기관조차 수어 교육보다 의무 교육과정 이수가 목표여서 대부분의 교사들이 수어를 모른다는 겁니다.
[김리후 / 배우]
"농학교 선생님들이 수어를 너무 못해서, 충격을 받았어요. 수업할 때 학생들이 엎드려 자든 자기들끼리 수다를 떨든 상관없이 교사들은 그냥 칠판에 쓰기만 하고…"
국내 농인 수는 41만 명.
농인에게 수어는 세상과 소통하는 도구이지만 배울 곳도, 쓸 곳도 부족한 현실입니다.
MBC 뉴스 유서영입니다.
영상취재/편집: 위동원
촬영협조: 파라스타엔터테인먼트
영상제공: 센트럴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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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지난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줬던 화제의 장면이 있었죠.
남우조연상 시상자로 나선 윤여정 배우가 부른 배우, 청각 장애인이었습니다.
윤여정 씨는 수어로 축하를 건네고 배우가 수상 소감을 전할 수 있도록 트로피를 건네받기도 했는데요.
우리나라도 이제 더 이상 '수화'가 아닌 '수어'라고 하고, 수어를 한국어와 동등한 공용어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줬던 화제의 장면이 있었죠.
남우조연상 시상자로 나선 윤여정 배우가 부른 배우, 청각 장애인이었습니다.
윤여정 씨는 수어로 축하를 건네고 배우가 수상 소감을 전할 수 있도록 트로피를 건네받기도 했는데요.
우리나라도 이제 더 이상 '수화'가 아닌 '수어'라고 하고, 수어를 한국어와 동등한 공용어로 인정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