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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2 (일)

[뉴딥] 강추위에 "온난화 필요" 주장까지, 지금 지구엔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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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관령 영하 25.2도, 철원 영하 21.9도, 태백 영하 21도, 파주 영하 20.9도, 대전 영하 17.7도, 서울 영하 17.3도! 올 겨울 전국 각지의 최저기온입니다. “지구 온난화라더니 도대체 무슨 일이냐!”, “온난화가 그립다!” 많은 말들이 나오고 있는데, 과연 온난화, 기후변화가 사라진 걸까요.

“무지막지한 초강력 한파가 온갖 기록을 갈아치우려 한다. 도대체 '지구 온난화'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거냐”, “불과 몇 분 동안 밖에 있는 것조차 견디기 어려울 정도다. 온난화야 제발 빨리 돌아와라!” 지난 2018년에서 2019년으로 넘어가던 겨울,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올린 트윗입니다.

당시 미국엔 이상혹한이 찾아오고, 겨울폭풍인 노리스터가 찾아오면서 곳곳이 고립되고, 수많은 인명피해와 재산피해가 발생했던 때였습니다. “그래서 기후 '변화'라고 하는 거다”라며 비판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트윗에 눌러진 '하트' 버튼 수도 엄청났습니다.

올 겨울,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반응이 나올법한 겨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11월 말, 때 이른 초겨울 한파가 찾아온 이후 잠시 기온이 오르더니, 크리스마스를 전후로 전국에 폭설이 쏟아지고. 뒤이어 연말연시 불현듯 찾아온 봄 날씨에, 갑작스럽게 다시 시작된 초강력 한파와 폭설까지. 말 그대로 롤러코스터 같은 날씨였죠.

서울의 기온만 보더라도, 극단적인 오르내림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특히, 1월엔 한낮 기온이 12.5도까지 오른 날도, 최저기온이 영하 17.3도까지 떨어진 날도 있었습니다. 한 달 새 최고와 최저기온 차이가 30도에 육박할 정도죠.

이러한 변덕스러운 날씨의 이유, 바로 북극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우리 인간이 뿜어낸 온실가스로 지구의 기온은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는데, 북극에선 그 상승의 정도가 더욱 두드러집니다.

우리의 옷차림을 생각해보면 이해하기 쉬운데요, 찌는듯한 햇볕의 여름날, 검은색의 옷을 입는 것보다 흰색의 옷을 입는 것. 눈으로 볼 때도 그렇지만 실제 온도로 봐도 더 시원합니다. 같은 빛이 닿더라도 색에 따라 그 빛을 반사하는 정도가 달라지기 때문인데, 이를 숫자로 나타내는 것이 바로 반사계수, 알비도입니다.

흰 눈이 막 쌓였을 때, 알비도 값은 0.9입니다. 빛의 90%를 반사하는 거죠. 그런데 하얗던 북극 해빙이 검푸른 바다로 변하면, 이 반사율은 6% 안팎으로 떨어집니다. 똑같은 햇빛에도 더 쉽고 빠르게 뜨거워지는 거죠. 온실가스로 인한 온도 상승에 햇빛으로 인한 온도 상승까지 더해지는 '양의 되먹임'이 일어나는 겁니다.

이렇게 더워진 북극은 기상이변으로 이어지는데, 북극발 기상이변의 주요 요인, 바로 한대전선 제트기류입니다. 춥디추운 북극과 그 아래 온화한 중위도 사이 온도 차이로 인해 만들어진 바람이 한대전선 제트기류입니다. 그런데, 앞서 이야기한 양의 되먹임 현상처럼 중위도보다 극지방이 온난화로 인한 영향을 더 받으면서 둘 사이 온도 차가 줄어들게 됐고, 결국 이 제트기류는 점차 힘을 잃게 됐습니다.

극지방 주변을 맴돌던 제트기류가 뱀처럼 구불거리며 '사행'을 하는 건데, 이 제트기류가 내려온 곳엔 북극의 찬 공기로 이상 혹한이 찾아옵니다. 아무리 “북극이 따뜻해졌다”고 해도 우리나라와 같은 중위도 입장에선 '흔히 경험하기 어려운' 한기이니까요. 반대로 제트기류가 올라간 곳엔 이상 고온이 발생하게 됩니다.

북극의 해빙이 녹는다는 것은 극지방의 물 순환 시스템에 변화가 찾아온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고체상태로 있던 바닷물이 액체로 변하는 것처럼 액체였던 바닷물이 기체로 변하는 양 역시 늘어나는데, 이는 곧 구름의 증가를 부릅니다. 겨울철 바다의 수증기 증가는 곧 눈구름대의 증가로, 이는 곧 예년과 다른 폭설의 증가로 이어지는 것이죠.

3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의 경우, 여기에 또 다른 문제에도 부딪히게 됩니다. 태평양은 전 지구 바다의 평균보다 온도 상승 폭이 더 큽니다. 이렇게 더워진 바다는 그만큼 더 많은 수증기를 내뿜게 되고, 이 수증기는 겨울철 대륙 고기압이 몸집을 키우며 시베리아를 넘어 한반도에 영향을 미칠 때, 커다란 눈구름으로 변하게 됩니다. 폭설의 가능성이 높아지는 겁니다.

날마다 추웠다 따뜻했다 달라지는 겨울 날씨는 그저 얄궂은 변덕처럼 느껴지기 쉽습니다. 그런데, 분명한 점은 그 오르내리는 온도의 그래프가 '우상향'하고 있다는 겁니다. 우리가 본격적으로 화석연료를 쓰기 시작한 산업화 시대 이래로 지구의 평균기온은 1.09도 올랐습니다.

“고작 1도 조금 넘는 숫자에 웬 호들갑이냐” 생각할 수 있지만, 그 변화가 부른 차이는 생각보다 큽니다. 1980년대, 전국적으로 9.8일이었던 우리나라의 폭염일수는 2010년대 들어 14.9일로 늘어났고, 같은 기간 4.1일이던 열대야일수는 9.9일로 배를 넘었습니다. 113일이던 여름의 길이는 127일로 2주나 늘었고, 102일이던 겨울은 87일로, 석 달이 채 안 됩니다.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을 송두리째 바꿔놓는 기후변화. 과연, 환경만의 문제로 끝날까요. 기후변화 그 자체뿐 아니라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노력의 영향은 경제, 무역, 안보 등등 우리 사회 모든 분야로 이어집니다. 기후변화가 더 이상 남의 일, 혹은 먼 미래가 아닌, 내 일이자 내일의 일인 이유입니다.

박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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