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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이란 히잡 의문사' 시위 참여자들 머리카락 자르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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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반정부시위 피살자 유족의 애도 모습이 계기

페르시아권 전통…"권력자 힘보다 분노 크다" 속뜻

공감대 널리 확대…"권력의 기준·아름다움 신경 안 쓴다"


(서울=연합뉴스) 오진송 기자 = 이란에서 20대 여성이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구금됐다가 의문사하자 이에 항의하는 시위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

특이한 점은 여성들이 시위 현장이나 온라인에서 항의 표시로 가위로 자신의 머리카락을 자른다는 것이다.

28일(현지시간) CNN방송에 따르면 이 같은 행동은 지난주 이란 반정부 시위에서 군경의 총에 맞아 숨진 36세 남성의 여동생이 눈물을 흘리며 가위로 자신의 머리카락을 잘라 관 위에 흩뿌린 장면이 알려지면서 시작됐다.

중동, 유럽, 미국 등 전 세계 각지에서 여성들은 이란에서 벌어지고 있는 반정부 시위에 대한 연대 표시로 시위 현장이나 온라인에서 가위로 자신의 머리카락을 자르는 모습을 공개했다.

CNN은 이란 여성의 머리카락 항의가 이란에서 역사적, 문화적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해설했다.


여성이 애도나 저항의 표시로 머리카락을 자르는 모습은 1천 년 전에 집필된 페르시아어 장편서사시 '샤나메'에서 찾아볼 수 있다.

샤나메는 근대 페르시아어 문학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고대 이란 왕조인 사산왕조가 7세기에 아랍인들에게 멸망하기 전까지 페르시아 왕들의 전설과 역사를 약 6만 편의 운문으로 작성해 이란 문화의 구심점으로 꼽힌다.

이 작품에는 여성이 애도와 권력에 대한 저항 표시로 자신의 머리카락을 뽑는 장면이 등장한다.


영국 웨일스에서 작가이자 번역가로 활동하는 샤라 아타시는 CNN 인터뷰에서 이 작품에서 영웅 시아바시가 살해되자 그의 아내 파란기스, 그와 함께 있던 소녀들이 불의에 저항하기 위해 머리카락을 잘랐다는 기록이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