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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9 (화)

中 자가용 비행기 시대 “시장서 무 사듯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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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동아일보

중국 부호들이 취미생활로 자가용 비행기 조종에 눈을 돌리고 있다. 베이징의 한 자가용 비행기 회사가 판매 중인 경비행기 기종. 사진 출처 바이두


“야채시장에서 무를 사듯 비행기를 사고 있어요.”

중국 베이징(北京) 창핑(昌平) 구에 있는 화롄(華聯)국제항공클럽의 장창이(張昌毅) 사장은 2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현지 부호들의 경비행기 사랑을 이렇게 표현했다. 아직도 자전거와 삼륜차가 돌아다니는 수도 베이징의 한쪽에서는 이렇듯 자가용 비행기 시대가 열리는 기묘한 공존이 이뤄지고 있다. 부의 상징이 고급 승용차를 넘어 자가용 비행기로 옮겨가고 있는 셈이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중국 자가용 비행기 시장의 혁명적 변화가 시작됐다고 표현했다.

장 사장이 판매하는 기종은 75만 위안(약 1억3400만 원)짜리 1인용 글라이더부터 5명 정원의 1500만 위안(약 26억8800만 원)짜리 헬기까지 다양하다. 그는 “리스와 매매를 포함해 2000년 이후 800여 대를 팔았는데 올해 워낙 주문이 많아 비행기 격납고를 확장하려 한다”고 전했다. 상하이(上海) 등 다른 도시에도 민간 항공기 판매 회사들이 생겨나고 있다.

고객은 푸얼다이(富二代)로 불리는 젊은 부자 2세들도 있지만 대부분 40, 50대라고 한다. 중국 대도시의 교통체증이 워낙 심한 데다 소득수준 향상으로 취미 생활이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무시할 수 없는 대목의 하나는 부를 과시할 수단을 찾다 보니 개인 비행기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점. 중국 부자 연구소인 후룬(胡潤)연구원에 따르면 2011년 말 자산이 1000만 위안(약 18억 원) 이상인 중국인은 102만 명이며 이 중 6분의 1이 자가용 비행기 구입 의사를 갖고 있다. 10년 뒤에는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개인 항공기 보유국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자가용 비행기 시장이 급격히 커지다 보니 비상식적인 일도 생기고 있다. 조종 면허증도 없이 비행기부터 사는 일이 비일비재한 것. 장 사장은 “일단 항공기를 산 뒤 나중에 비행학교에서 면허증을 딴다”고 전했다. 2011년 4월 현재 중국의 공식 자가용 비행기 등록 대수가 150대에 불과한데도 장 사장이 800대 이상 팔았다고 말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등록도 하지 않고 격납고에 비행기를 모셔두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조종 면허증을 따는 것 자체가 어렵다. 비(非)상업 항공기의 비행이 엄격히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경비행기들이 주로 이용하는 고도 500m 이하 항로는 거의 개방되지 않고 있는 데다 비행 연습을 하려 해도 국방부의 승인이 필요하다. 중국 지샹(吉祥)항공의 한국인 여기장인 조은정 씨는 “비행 허가를 받지 못해 도산하는 사설 비행학교도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비행학교는 비행 연습보다는 부자들의 사교클럽으로 이용되곤 한다. 또 일부 부호는 ‘헤이페이(黑飛·불법 비행)’를 감행하기도 한다. 최고 12만 위안(약 2150만 원)의 벌금을 내야 하지만 그 정도는 충분히 감수할 수 있다는 것.

중국 당국은 자가용 비행기가 늘어나는 추세를 감안해 내년에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도 들린다. 하지만 국방부의 입김이 워낙 세 비행족(族)의 희망대로 될지는 미지수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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