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사태가 터진 이후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책임론에 무게를 뒀던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 정세균 국무총리가 변 장관 사퇴로 존재감을 키웠다. 지난 2020년 9월 24일 고위당정청 협의회에 참석하는 정 총리와 이 위원장. /이새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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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부동산 정책 우려 속 민심 반영 신속 결단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신도시 투기 사태의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그 배경에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과 정세균 국무총리 등 대권주자급의 압박이 있었다. 그동안 인사 문제와 관련해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언급을 자제해왔던 이들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자기 색깔을 드러내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LH 사태 초반까지 여권 내에 '변창흠 경질론'은 힘을 받지 못했다. 변 장관을 경질할 경우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공급 정책이 흔들릴 뿐 아니라 청와대 부실 검증 논란과 후임 인선으로 후폭풍이 거세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도 LH 사태 이후 연일 '흔들림 없는 부동산 공급 대책'을 강조해 청와대의 의중이 변 장관 '유임'에 있는 것으로 해석됐다. 이런 상황에서 당이 변 장관 사퇴를 주장하면 대통령 레임덕(임기말 권력누수 현상) 현상으로까지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이에 지난 9일 박수현 홍보소통위원장이 여당 내에서 가장 먼저 변 장관 사퇴를 공개 촉구했고, 이어 박용진 의원, 노웅래 최고위원, 설훈 의원이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사퇴를 요구했지만 지도부는 선을 그었다.
김태년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지난 11일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정부 1차) 조사 결과를 보고 판단해도 이르지 않다"면서도 "변 장관이 취임 후 발표한 2·4 대책으로 주거 안정을 이루겠다는 국정 목표가 있기 때문에 국토부 장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자칫 잘못 판단했다가 부동산 시장에 잘못 영향을 줄 수도 있어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문제"라고 유임론에 무게를 뒀다. 지난 10일 문 대통령과 원내지도부 오찬을 앞두고서도 '사퇴 건의설'이 돌았지만 당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이낙연 위원장은 지난 8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변창흠 장관 사퇴를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8일 법무부·행정안전부 업무보고에 참석해 행안부 보고를 듣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오른쪽)과 이 위원장.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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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정부가 국토교통부·LH 직원 1만4000여 명을 대상으로 전수 조사한 결과, 7명의 투기 의심 사례가 나왔다고 발표하자 민심이 요동쳤다. 대선주자의 대응은 한 발 더 빨랐다. 여권에 따르면 이 위원장은 1차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인 지난 8일 청와대에서 진행된 법무부와 행정안전부의 업무보고 참석 직후 문 대통령에게 변 장관 사퇴를 건의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때까지도 문 대통령은 주택정책 연속성 훼손을 우려하며 고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1차 조사 결과 이후 대선주자들의 언급 강도는 더 세졌다. 정 총리는 정부 합동 1차 조사 발표 직후 "변 장관이 이번 사태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고 생각한다. 어떠한 조치가 필요할지에 대해서는 심사숙고하도록 하겠다"며 사실상 자진 사퇴를 요구했다. 같은 날 이 위원장도 "자리에 연연하는 분이 아니라고 굳게 믿는다"며 "어느 경우에도 책임 있게 처신할 사람"이라고 변 장관을 압박했다.
결국 당사자인 변 장관이 지난 12일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하고, 대통령이 "책임지는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다"며 수용하는 모양새로 변 장관 거취 문제는 일단락됐다. 대통령의 '경질' 성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청와대는 변 장관 사의 표명 발표 직전까지도 변 장관 경질론에 대해 "대통령의 언급은 없었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은 LH 사태 1차 정부 조사 후 열린 상임위에서 사퇴론에 대해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라고 했고, 오후에 청와대에 사의를 표명했다. 지난 1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는 변 장관. /국회사진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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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 장관 사퇴 요구와 사의표명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과정 속에서 정 총리와 이 위원장은 청와대에도 자기 색깔을 드러냈다. 이들은 올해 초부터 여권 대권주자 선두를 달리는 이재명 경기지사의 '기본소득' 등에는 강경 발언을 쏟아내며 이전과 변화된 모습을 보였지만, 청와대 앞에서는 여전히 수동적인 태도를 견지해왔다. 4월 재보궐 선거 후 본격적인 대선 국면을 앞두고 서서히 대권주자로서의 존재감을 국민에 각인시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여론이 들끓고 있는데 명색이 대선주자가 민심에 등을 돌리는 모습을 보이면 대선주자로서 끝난다는 사실을 알았을 것이다. (변 장관 책임론에) 선제적으로 방향을 잡아주고 먼저 문제를 풀어나가는 단호한 의지를 보인 것은 정치적으로 판단력이 돋보이고, 국민 여론과 함께 가고 있다는 메시지를 줄 수 있는 결단"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그동안 이 위원장은 집권당 대표로서 (주요 현안에 대해) 말을 쉽게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정 총리도 정치 문제보다는 방역에 집중했다. 그런데 최근 분위기가 국민은 강력한 리더십을 원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두 사람이) 이전보다 단호한 모습을 보여준 것"이라고 했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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