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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이슈 윤석열 검찰총장

[TF기획-정치 '찐케미' ①] 추미애 vs 윤석열 '긴 싸움'…'폭발(?) 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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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해를 가장 뜨겁게 달군 이슈의 중심엔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있었다. 사사건건 폭발하는 두 사람의 케미는 '콜라와 멘토스'로 비유되기도 했다. /더팩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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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선 많은 이들이 대립하다가도 협력한다. 극적 합의를 이뤘다가도 언제 그랬냐는듯이 서로 비난을 쏟아내는 이곳에서 어떤 이들의 '대립'은 오랜 기간 주목받기도 한다. 정치가 '대화의 기술', '다양성의 예술'로 평가되는 만큼 정치인들은 각각 개성을 담은 메시지를 내놓는다. 2020년 한 해 동안도 넘쳐나는 설전과 갈등 속 싸운 기간이 길어서, 비판과 반박이 날카로워서, 나섰다 하면 다툼으로 번져 '찐(진짜)케미(화학 반응이라는 뜻으로, 사람들 사이의 조화나 주고받는 호흡을 이르는 말)'를 자랑하는 인물의 모습을 더팩트가 조명해봤다. <편집자주>

"내 지시 절반 잘라먹는다" vs "부하 아니다" 강 대 강 격돌 다양한 해석

[더팩트|국회=문혜현 기자] #추미애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은 굳이 따지자면 '콜라와 멘토스' 아니었을까 싶다. - 국회 관계자

콜라와 멘토스(mentos. 씹어먹는 사탕의 한 종류)가 만나면 콜라의 표면장력이 약해져 콜라 속 이산화탄소가 급격히 분출된다. 즉 콜라가 '폭발하는' 현상이 일어난다. 폭발이 끝난 뒤엔 콜라가 반도 안 남는다. 한 국회 관계자는 올 한해를 뜨겁게 달궜던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관계를 '콜라와 멘토스'로 정의했다. 검찰 개혁을 둘러싼 거친 설전을 마다하지 않은 두 인물의 대립은 공과를 떠나 지나친 정쟁의 소재가 됐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추 장관과 윤 총장 갈등 서막은 올해 1월 9일이었다. 이날 추 장관은 검찰 고위직 인사를 앞두고 대검찰청과 대립하면서 "검찰총장이 저의 명을 거역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두 사람은 한명숙 전 총리 재판의 위증교사 의혹 진정 사건, 채널A 검언유착 의혹 사건 등 정치권 주요 이슈에서 번번이 부딪혔다.

추 장관은 지난 6월 윤 총장을 향해 "장관 말을 겸허히 들었으면 좋게 지나갈 일을 지휘랍시고 일을 더 꼬이게 만들었다"고 힐난하기도 했다. 민주연구원 주최로 열린 '초선 의원 혁신포럼'에 참석한 추 장관은 "윤 총장이 검찰청법 8조에 의한 저의 지시를 어기고 지시의 절반을 잘라먹었다"고 질타했다.

이어 "(장관이 재지시를 내리는 것은) 검찰의 치명적인 오욕"이라며 "법무부 장관이 말 안 듣는 총장과 일해본 적도 없고, 재지시를 해본 적도 없었다"고 거세게 힐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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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감사에 출석한 윤석열 총장은 의원 질의에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날 추미애 장관은 윤석열 총장의 답변에 "검찰총장은 법률상 법무부 소속"이라면서도 "부하라는 말은 생경하다"라고 답변했다. /이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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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총장은 이후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라고 말해 파장을 일으켰다.

지난 10월 국회 법사위 대검찰청 국정감사에 나선 윤 총장은 '그럴 거면 옷 벗고 정당에 들어와서 논쟁해야 한다'는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법무부와 검찰은 법에 의해서만 관계되는 조직"이라며 "총장과 대검 차장, 총장과 남부지검장, 총장과 대구고검장 같은 관계가 아니라는 말씀"이라고 맞섰다.

당시 검언유착 의혹과 관련해 추 장관이 발동한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뒤 나온 이 발언으로 민주당에선 윤 총장의 사퇴 요구가 이어졌고 야당인 국민의힘은 윤 총장을 두둔했다.

이와 관련해 최영일 시사평론가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둘은 상극이라고 표현해야한다"며 "맨 처음 추 장관이 '윤 총장이 내 말을 반쯤 잘라먹었다'고 말했을 때 국민들이 놀랐던 건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상하관계나 지휘감독의 관계는 있지만 고위공직자 간에 이렇게 인격모독적 비하발언을 하긴 어렵잖나"라며 "속뜻은 '이제 검찰조직도 문민통제를 받아야 한다'는 거다. 검찰총장이 조직의 수장이긴 하지만 하늘 아래 유일한 독존자가 아니라는 걸 의도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 센 발언을 했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윤 총장이 했던 발언에 대해선 "부하이든 아니든 해석의 여지가 있어도 그런 표현은 상당히 전근대적이었다. 항명의 방식이었다고 본다"고 했다.

최 평론가는 두 인물 관계를 '말이 안 통하는 못과 망치'라고 봤다. 그는 "우리가 도구를 가지고 작업할 땐 목적지향적인 활동을 한다. 검찰 개혁·검찰의 문민통제·권력분산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아마추어가 못을 두드리다 보면 목수 손가락을 내려치기도 하고, 못이 제자리에 잘 박히지 않는다"며 "그럼 못과의 싸움이 시작된다. 못이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두드려야 '속 시원하다'고 하지만 그건 본연의 목적을 달성한 건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법무부와 검찰의 갈등은 검찰 개혁을 시작했지만 두 인물 간 감정싸움처럼 엇나가 버린 것"이라며 "국민 입장에선 못이 제자리에 잘 박혀 도구를 고정하라는 합리적 목적을 갖고 하라는 거였는데, 작업의 목적은 사라지고 작업의 악감정만 남았다. 두 사람의 갈등이 멀리서 보면 재밌게, 가까이서 보면 안타깝게 회자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상극이라서 그런 것 아닌가"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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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관계자는 두 사람이 "좋은 케미"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윤석열 총장(오른쪽)의 '정직 2개월 징계' 반발, 추미애 법무부 장관 '사의 표명' 이후 문재인 대통령은 사과 메시지를 내고 법무부와 검찰의 협력을 당부했다. /청와대, 남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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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야권 관계자는 "야당 입장에선 '좋은 케미'"라고도 했다. 그는 "야당 지지율에 좋은 영향은 있었지만 윤 총장이 우리 편이라는 확신이 없기 때문에 마냥 좋지는 않다. 항상 따라오는 인물난 속에 윤 총장이 호재일지 악재일지는 가봐야 알 것"이라면서도 "어찌되었든 여당 지지율 하락에 이바지하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추-윤 대전에 대한 국민의 피로감은 확실히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리더십과 인사권 등에도 타격이 있었다"고 밝혔다.

두 인물 갈등의 정점은 윤 총장의 직무정지와 법원의 가처분 신청 인용 등 반전에 더해진 법무부 징계위의 '윤 총장 정직 2개월' 결정이었다. 문 대통령이 이를 재가하자 윤 총장은 재차 서울행정법원에 직무집행정지 처분에 대한 효력정치를 신청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이후 윤 총장은 복귀했고 추 장관이 사의를 표명하면서 갈등은 일단락됐다.

문 대통령은 사과 메시지를 내고 "국민들께 불편과 혼란을 초래하게 된 것에 대해 인사권자로서 사과 말씀을 드린다"면서도 "법무부와 검찰은 안정적인 협조 관계를 통해 검찰 개혁과 수사권 개혁 등의 후속 조치를 차질없이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최 평론가는 이를 두고 "후임 법무부 장관은 과거처럼 밀실야합은 아니더라도 물밑접촉과 허심탄회한 소통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윤 총장 변호인은 '윤 총장이 검찰 개혁에 반대한 적 없다'고 했다"며 "신임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과 싸울 때 싸우더라도 소통하는 것과 막무가내로 대립하는 건 다르다"고 강조했다.

moon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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