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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TF현장] 633호에는 무슨 일이?…'민경욱 매직쇼' 엇갈린 증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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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이환승 부장판사)는 패스트트랙 사건으로 기소된 자유한국당 관계자들에 대한 공판을 열었다. 이날 법정에서는 '채이배 감금사건'을 두고 증인으로 출석한 채 전 의원과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엇갈린 주장을 내놨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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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금사건' 심리에 채이배 전 의원 증인 출석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지난해 4월 25일, 여의도 국회에서는 '감금사건'이 발생했다.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들은 '여야 4당의 선거제·공수처법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막겠다'는 목표 아래 하나둘씩 의원회관 633호로 모였다. 이들은 바른미래당 사법개혁특위 위원이던 채이배 전 의원을 약 6시간 동안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막았다.

16일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이환승 부장판사)는 '채이배 감금사건'의 심리를 진행했다. 이날 법정에서는 증인으로 출석한 채 전 의원과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감금을 두고 엇갈린 주장을 내놨다. 특히 사건 현장에서 펼쳐진 '민경욱 마술쇼'에는 서로 사뭇 다른 기억을 떠올렸다.

당시 채이배 전 의원은 오신환 전 의원 대신 바른미래당 사개특위 위원으로 교체됐다. 당론과 달리 오 전 의원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법안에 공개적으로 반대했기 때문이다. 사개특위 투표권을 넘겨받은 채 전 의원이 찬성표를 던지면 공수처법과 검경수사권 조정 등 검찰개혁법안은 패스트트랙 지정안건에 오른다. 법안을 반대해온 자유한국당은 이를 저지해야 했다.

이들은 채 전 의원이 사개특위 회의에 못가도록 붙잡기로 한다. 4월 25일 아침, 채이배 의원실을 찾은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문 앞을 막아섰다. 채 전 의원이 바깥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했다. 경찰이 출동했지만, 대치 상황은 쉽게 끝나지 않았다. 창문 틈으로 구조 요청까지 하던 채 전 의원은 약 6시간만인 오후 3시15분경 탈출에 성공한다. 현장에 있던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12명. 검찰은 이 중 7명과 지도부였던 나경원 전 원내대표를 재판에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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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회 패스트트랙 지정 과정에서 발생한 충돌 사건과 관련해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폭행) 혐의로 기소된 나경원(오른쪽) 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정갑윤 전 의원 16일 오전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2차 공판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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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법정에는 감금사건의 피해자 채이배 전 의원과 그의 보좌관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상황을 상세히 진술하며 처벌을 요구한 채 전 의원 측과 달리 피고인들은 화기애애했다며 '민경욱 마술쇼'를 그 증거로 들었다. 마술을 할 만큼 자유로운 분위기였기 때문에 감금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건 당일 채이배 의원실에 찾아간 민 전 의원은 보좌진에게 자신의 가방을 가져와달라고 부탁한다. 가방에는 민 전 의원의 마술도구가 들어있었다. 취미가 마술로 알려진 민 전 의원은 그날 동료 의원들 앞에서 '매직쇼'를 펼쳤다. 민 전 의원은 당시 언론사 인터뷰를 통해 채이배 전 의원도 관심이 있어서 웃었던 상황이라고 밝혔지만, 채 전 의원의 보좌관은 "어이가 없었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증인으로 나온 채 전 의원의 보좌관 A씨에 따르면 민 전 의원은 20분간 몇 가지 마술을 보여줬다. 특히 동전마술을 선보인 민 전 의원은 채이배 전 의원에게 '못 맞추면 사보임을 하지 않는다'며 문제를 냈다. 피고인 측은 채 전 의원이 마술쇼를 즐겼다고 했지만, A씨는 "감금 상황에서 채 전 의원이 예우 차원에서 따라드린 것"이라고 못박았다.

변호인이 '마술을 하면서 경악과 탄식, 박수 소리가 있지 않았냐'고 묻자 A씨는 "한국당 의원 사이에서 있었던 것이고, 저는 솔직히 말씀을 드리면 어이가 없었다"며 "채 전 의원이 (마술쇼에) 관심이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A씨는 '민 전 의원이 몇 가지 마술을 했냐'고 묻자 "사실 제가 마술쇼를 그렇게 열심히 보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었다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주장과 달리 A씨는 채 전 의원을 감금했고 폭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의원실에서 나가지 못하도록 손을 잡아끄는 등의 행위를 했다"며 "물리력 행사가 맞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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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이배 전 의원은 "원내 지도부의 결정에 따라 의원들이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며 감금 행위가 불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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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는 당사자 채이배 전 의원이 증언대에 앉았다. 채 전 의원은 "원내 지도부의 결정에 따라 의원들이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며 불법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채 전 의원은 물리력을 행사한 두 명으로 민경욱 전 의원과 송언석 의원을 지목하기도 했다. 그는 "두 분이 저를 가로막고 몸싸움을 하면서 문에 접근하는 것을 막았다"며 "나가지 못하고 짧은 시간이지만 격렬한 몸싸움이 있었다. 속옷이 젖을 정도로 땀을 흘렸다"고 설명했다.

채 전 의원은 "점심식사 후 커피를 달라고 보좌진에게 이야기했는데 이만희 의원 등이 나가지 말라고 막았다. 다른 의원들도 우르르 나와서 저를 둘러쌌다"며 "그때 저는 '이분들이 물리력 행사해서 내가 회의실로 가는걸 막을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했고, 상황이 쉽게 풀리지 않겠다는 걱정이 들었다"고 했다.

감금 해제 상황에 대해서도 채 전 의원은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자발적으로 나간 게 아니라고 주장했다. 소방당국에 구조를 요청한 채 전 의원은 창문을 깨 달라며 탈출을 요청했는데 이를 두고 그는 "창문을 깰 것처럼 보좌진이 주먹으로 두드리니까 정말 창문을 깨는 행위인 줄 알고 (한국당 의원들이) 놀라서 '사람 다치겠다' 하면서 문을 열고 나간 것"이라며 "아마 그런 행위가 없었다면 3시 10분경에 문이 열렸을 리가 없었다는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채이배 감금' 혐의를 받는 피고인 8명에 대한 다음 재판은 12월 21일에 열린다. 감금 사건과 관련 없는 황교안 전 대표 등 나머지 피고인의 재판은 추후지정된 상태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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