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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TF이슈] 윤지혜 "불행 포르노" vs KAFA "감독 상반된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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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9일 개봉을 앞둔 영화 '호흡'이 배우 윤지혜의 폭로로 논란에 휩싸였다. /그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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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호흡', 예정대로 19일 개봉

[더팩트|박슬기 기자] 한국영화아카데미(KAFA)가 영화 '호흡'(감독 권만기)의 주연배우 윤지혜에게 사과했다. 하지만 감독과 제작진의 입장은 윤지혜와 상반된다고 말해 논란은 더 확대되고 있다.

KAFA 측은 지난 16일 오후 보도자료를 내고 "'호흡'의 주연을 맡은 윤지혜 배우가 SNS(사회 관계망 서비스)를 통해 촬영 당시 고통스러웠던 기억을 밝힌 데 대해 무거운 마음으로 이를 직시하고 있다"며 입장을 밝혔다. 지난 14일 윤지혜가 SNS를 통해 '호흡'의 불합리한 촬영 현장을 폭로한 지 이틀 만이다.

KAFA 측은 "촬영 현장에서 준법 촬영과 안전 확보의 문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호흡'의 촬영 현장에서 윤지혜 배우가 지적한 바와 같은 불안함과 불편함을 발생시킨 일에 대해 우리 아카데미는 깊은 유감의 뜻을 전한다"고 말했다.

이어 "윤지혜 배우가 지적한 촬영 당시의 문제들에 대해 상반된 입장을 갖고 있는 감독과 제작진이 존재하는 것 또한 엄연한 현실이기 때문에 우리 아카데미는 윤지혜 배우를 포함한 제작진 모두의 목소리를 충분히 경청해야 하는 위치라는 사실을 외면하기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KAFA측은 감독과 제작진이 윤지혜와 어떤 상반된 입장을 가졌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아 그 입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러면서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는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조사단을 꾸려 촬영 당시의 문제점들을 상세히 되짚어보고 문제가 발생한 원인을 좀 더 명확하게 규명하는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호흡'은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선정된 졸업작품으로, 제작비 7천만 원대의 저예산영화다. 이 작품에서 주연 배우를 맡은 윤지혜는 최근 촬영 당시 부조리했던 상황을 폭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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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혜는 극 중 과거 아이를 납치했던 자신의 범죄에 짓눌려 사는 정주 역을 맡았다. /영화 '호흡'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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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혜는 지난 14일 자신의 SNS에 "아직 회복되지 않는 끔찍한 경험들에 대해 더 참을 수 없어 털어놓으려 한다. 제 신작을 기대하고 기다린다는 분들께 드리고 싶은 말씀"이라며 장문의 글을 올렸다.

그는 "이 정도로 초저예산으로 된 작업은 처음이었다. 힘들겠지만, 초심자들에게 뭔가를 느끼고 오히려 열정적으로 작업할 수 있지 않을까 큰 착각을 했다"며 "한 달간 밤낮으로 찍었다. 촬영 3회차쯤 되던 때 상식 밖 문제들을 서서히 체험하게 됐다"고 촬영 당시를 떠올렸다.

이어 "컷을 안 하고 모니터 감상만 하던 감독 때문에 안전이 전혀 확보되지 않은 주행 중인 차에서 도로에 하차해야 했다. 요란한 경적을 울리며 저를 피해 가는 택시는 저를 '미친년'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분노했다.

윤지혜는 "여러 번 폭발했고 참을 수 없었다. 욕심만 많고 능력은 없지만 알량한 자존심만 있는 아마추어와 작업이, 그것도 이런 캐릭터 연기를 그 속에서 해야 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천만한 짓인지, 얼마나 무모한 짓인지, 뼈저리게 느꼈고 마지막 촬영 날엔 어떠한 보람도 추억도 남아있지 않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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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호흡' 측이 공개한 윤지혜(왼쪽), 김대건이 웃고 있는 모습. /영화 '호흡'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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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또 "마케팅에 사용된 영화와 전혀 무관한 사진들을 보고 다시 한번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다"며 "너무 마음이 힘들어서 실없이 장난치며 웃었던 표정을 포착해 '현장이 밝았다'고 할 수 있느냐"며 "이 영화는 불행 포르노 그 자체"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결과만 좋으면 좋은 영화인가. 이 영화의 주인 행세를 하는 그들은 명작, 걸작, 수상작, 묵직한 이런 표현을 쓸 자격조차 없다"며 "알량한 마케팅에 2차 농락도 당하기 싫다"고 말했다.

앞서 '호흡' 측은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상, KTH상 2관왕, 제3회 마카오국제영화제 최우수 작품상 수상 소식과 함께 전 세계 평단으로부터 뜨거운 호평을 이끌어낸 수작이라고 홍보했다. 아울러 윤지혜가 밝게 웃고 있는 사진을 공개하며 화기애애한 현장이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현장에 있었던 윤지혜는 "사실이 아니"라며 분노했고, 그는 "제가 느낀 실체를 호소하고 싶고, 다른 배우들에게도 KAFA와 작업의 문제점을 경고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이런 장문의 글을 쓰게 됐다"며 경고의 메시지를 남겼다.

대중은 여러 가지 의견을 보이고 있다. 일부 누리꾼은 "아무리 저예산 영화라고 해도 열정과 착취를 혼동하지 말자. 영화판 무섭네"(ysj_****) "신인배우도 아닌데 이렇게 얘기할 정도면 감독이 얼마나 양아치였을지 짐작이 간다"(paks****) "예술을 위해 스태프와 배우의 피를 빨아 먹어 영화제에서 상 받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KAFA는 반성해야 한다"(talh****) "예산이 7000이든 700이든 안전 및 공공장소 촬영 사전허가는 당연히 해야 하는 상식아닌가?"(dani****) 등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촬영 현장에 대해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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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혜는 지난 4일 진행된 '호흡' 언론배급시사회에 불참했다. /영화 '호흡'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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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운데 '호흡'의 개봉을 반대하는 움직임도 있다. 누리꾼은 "개봉 연기하라. 예의가 안 된 영화는 보고 싶지 않다. 12/19 개봉 강행하는가?"(yuks****) "이거 개봉하지마라! 의혹이 전부 풀릴 때까지 절대 개봉하지 마라!"(age2****) "KAFA는 양자 간 철저히 조사 후 사후 대책 마련하고 나서 영화 개봉하라"(yuks****)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또 다른 누리꾼은 윤지혜의 폭로로 다른 배우들과 스태프가 피해를 입고 있는 거 아니냐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당사자 입장도 들어봐야합니다. 본인만 잘낫다고 생각하시는거 같네요"(adnh****) "이 영화에 참여했던 다른 영화인들도 다 같은 생각인가요?아님 윤배우님 혼자만의 생각인가요? 폭로도 좋지만 다 같은 생각이 아니라면 열심히 참여했을 다른 영화인들은 왜 피해를 입어야 하나요?"(revo****) "윤지혜가 이해되지 않는건 나 뿐인건가? 고작 7천만원 예산 영화에 어떤 걸 바란건지? 현장에서 주연배우 대접 받고 싶었나?"(youn****) "중소기업에서 대기업 복지를 바라면 안 되는 거 아닌가"(pshy****) 등의 목소리를 냈다.

'호흡'은 계획대로 오는 19일 정상 개봉할 예정이다. '호흡' 측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일정을 연기하거나 바꾼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서 영화 개봉은 예정대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어 "대신 예정된 GV 등 행사는 모두 취소됐다. 또 상영관 확보에도 꽤 어려움을 겪고 있다"라며 "이번 문제로 영화 자체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는 점이 아쉽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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