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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웅담채취 사육곰 ‘들이’ 우리 밖으로… 여전히 478마리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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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24일 강원 동해시의 한 사육곰 농장에서 2014년생 반달가슴곰 ‘들이’가 철창 안에 갇혀 있다. 녹색연합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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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담 채취를 위해 사육되던 반달가슴곰 한 마리가 시민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은 돈으로 구출돼 이보다 먼저 구출된 3마리 중 2마리가 있는 동물원으로 옮겨졌다. 강원 동해시의 한 사육곰 농장에 갇혀 있던 이 곰은 앞서 같은 농장에 있던 곰 3마리가 구출된 지 10개월 만에 좁은 철창 밖으로 나갈 수 있게 됐다.

녹색연합은 “동해시의 한 사육곰 농장에서 최근 사육곰 ‘들이’를 구출해 청주동물원으로 옮겼다”고 24일 밝혔다. 이 단체는 앞서 지난해 12월 사육곰 ‘반이’ ‘달이’ ‘곰이’ 3마리를 먼저 농장주로부터 사들여 청주동물원과 전주동물원으로 인계한 바 있다. 이번에 구출된 수컷 ‘들이’는 이 3마리와 같은 농장에서 2014년 비슷한 시기에 태어나 함께 자랐다. 4마리의 어미가 같은 곰이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정부가 2014년 사육곰 증식 금지 조치를 내린 터라 이들은 국내에서 태어난 사실상 마지막 세대 사육곰이다.

사육곰을 받아줄 곳이 없어 3마리가 구출된 뒤 혼자 농장에 남겨졌던 곰 ‘들이’는 10개월간 농장에 머무르다 ‘반이’와 ‘달이’가 먼저 둥지를 튼 청주동물원으로 옮겨지게 됐다. 녹색연합은 사육곰 구출을 위해 지난해 9월부터 모금을 시작했으며 두 달 만에 목표액(약4,000만원)을 달성해 이번까지 4마리를 모두 구출하는 데 성공했다. ‘반이’ ‘달이’ ‘곰이’ ‘들이’는 사육곰 구출에 힘을 모은 3,600여명 시민들이 지어준 이름이다. 청주동물원은 지난해 곰 2마리를 들인 뒤 이번에 1마리를 추가로 맞으면서 콘크리트였던 바닥에 흙을 깔고, 곰의 습성을 반영한 구조물과 놀잇감을 배치하는 등 곰사를 리모델링했다.

민간에서 사육되는 곰은 1980년대 이후 웅담 채취 등을 목적으로 수입해 키워진 반달가슴곰이다. 1985년 수입이 금지된 뒤 2014년에는 증식 금지 조치까지 내려졌으나 이미 수입된 사육곰들은 웅담 채취에 이용되고 있으며 일부 농가에선 불법 증식까지 이뤄지고 있다. 현행법상 태어난 지 10년 이상 된 사육곰은 웅담 채취를 위한 도축이 가능한 탓에 사육곰들은 사실상 10년 시한부 삶을 살고 있다. 녹색연합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올 6월 기준 우리나라에 479마리의 사육곰이 남아 있다. 녹색연합은 “수입된 사육곰도 엄연히 멸종위기종 반달가슴곰인데 정부는 토종 유전자가 아니고 사유재산이라는 이유로 곰 보호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며 “잔인한 사육곰 산업이 없어질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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