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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노숙자 쫓으려고…美공원이 무한반복 재생한 한국 음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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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아기상어. [핑크퐁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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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상어~ 뚜루루뚜루~∞"

미 빌보드 차트에 올랐던 한국 인기 동요 '상어가족'가 미국의 한 공원에서 밤새 무한 반복 재생되고 있다. 공원에서 노숙하는 부랑자들을 내쫓기 위해서다.

미 CNN등은 플로리다주 남부 웨스트팜비치의 한 공공전시장 앞 공원에서 상어가족의 영어판 '베이비 샤크'(Baby Shark)가 반복 재생되고 있다고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해안가에 있는 이 전시장과 공원은 지난해 164건의 행사가 열리는 등 시민들이 자주 이용하는 공공장소다. 하지만 최근 전시장 주변에서 노숙하는 부랑자들이 늘어나며 각종 오물이 넘쳐나는 등 비위생적 환경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이 때문에 관리자는 물론이고 시민들도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키스 제임스 웨스트팜비치 시장은 CNN과의 인터뷰 등에서 "시민들의 사용료로 운영되는 장소인 만큼 전시장 주변을 깨끗하게 유지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제임스 시장은 부랑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베이비 샤크'와 미국 동요 '레이닝타코스'를 번갈아가며 반복 재생하기로 했다. 그는 두 곡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계속 들으면 꽤 짜증 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시 당국의 이번 조처에 대해 노숙자 인권단체 등은 반발했다. '노숙자와 빈민을 위한 전미 법센터'(NLCHP)의 마리아 포스카리니스 대표는 "갈 곳 없는 안타까운 이들에게는 잔혹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미 절망적인 궁핍에 처한 노숙자의 삶을 더 비참하게 하는 것"이라며 "음악을 크게 틀어 이들을 몰아내는 건 그저 비인간적이고 정말 충격적인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BBC에 따르면 음악을 이용해 사람들을 내쫓는 방식은 과거에도 있었다. 3년 전 웨스트팜비치 인근 레이크워스비치에서는 마약상과 부랑자를 쫓으려 클래식 음악을 틀었다. 하지만 부랑자들이 클래식을 즐기며 오히려 더 움직이지 않아 실패로 돌아갔다고 BBC는 전했다.

상어가족은 국내 교육분야 스타트업인 스마트 스터디가 2015년 선보인 동요다. 유아교육 콘텐트 '핑크퐁' 삽입곡으로 북미권 구전 동요를 2분 길이로 편곡했다. 중독성 있는 후렴구와 누구나 따라부르기 쉬운 선율로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었다. 지난 1월에는 한국 동요로서는 처음으로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100'에서 32위를 기록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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