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관광산업에서 한국관광객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만큼 일본여행을 자제하면 일본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일본여행 급소론'이 일파만파 퍼지고 있다. 그러나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도리어 애꿎은 국내 여행사에 피해가 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서울 중구에 위치한 일본정부관광국의 모습. /중구=임세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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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사∙항공사 예약률 '급감'..."아베 정부에 타격 주기는 역부족" 의견도
[더팩트 | 신지훈 기자] "예약률이 눈에 띄게 둔화됐다", "예정됐던 전세기를 취소했다", "일본 패키지 상품 판매를 중단했다" 등등.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여행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이른바 '일본여행 급소론'이 대두됐기 때문이다. '일본여행을 자제하는 것'이야 말로 아베 정부는 물론 일본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여론이 15일 현재 확산 중이다. 반면 일각에서는 일본여행 급소론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의견도 나온다. 일본경제에 미칠 영향이 그다지 크지 않은 데다 국내 여행사와 항공사만 애꿎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래저래 여행업계만 '날벼락'을 맞았다.
'일본여행 급소론'이 제기된 배경은 이렇다. 한국관광공사 및 일본정부관광국에 따르면 지난해 방일 한국관광객은 750만 명으로 6조4000억 원을 썼다. 반면 방한 일본관광객은 295만 명으로 2조6000억 원을 썼다. 한국관광객의 숫자나 소비액이 일본의 2배를 넘어가는 것이다. 일본 내 외국인관광객 중 한국인이 차지하는 비중도 약 24%로 중국인에 이은 2위다.
더불어 일본 법무성 출입국통계자료를 보면 일본의 항 및 공항별 입국자 중 한국인 비중이 90% 이상을 차지하는 곳이 있을 만큼 한국관광객들은 중∙소도시에 몰리는 경향이 있다. 2017년 기준 대마도 이즈하라·히타카츠항, 후쿠오카 하카타항과 시모노세키 칸몬항 등은 입국 외국인 중 한국인 비중이 90% 이상을 차지한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관광객이 일본여행을 가지 않게 되면 최소한 중∙소도시 지자체 경제에 큰 타격을 주게 될 것이며, 아베의 참의원 선거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물론 아베 행정부에도 큰 부담요인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일본여행 급소론' 확산으로 하나투어의 일본여행 신규 예약률이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하나투어 관계자는 "7월 첫 주에는 예약과 취소 모두 별다른 동향이 없었으나 둘째 주부터 신규 예약이 둔화되고 있다"면서 "(일본 정부 경제보복 전)일본 신규 예약자는 일 평균 1100~1200명 수준이었으나 8일 이후 700~800명 수준으로 약 400명 정도 감소했다"고 밝혔다.
모두투어 역시 신규 예약이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모두투어 관계자는 이날 "지난해 하루 1000명 선이던 예약이 최근 500명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일본여행 예약률이 급감하며 코리아익스프레스에어의 전세기를 이용해 일본 시마네현 상품을 판매하던 AM투어가 상품 판매를 중단했다. AM투어 측은 지금 상황에서는 전세기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사진은 코리아익스프레스에어의 ERJ-145 기종의 모습 /코리아익스프레스에어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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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기가 취소되는 상황도 벌어졌다. AM투어가 코리아익스프레스에어 전세기를 이용해 판매하던 일본 시마네현 상품 판매를 중단하고 나섰다. AM투어 관계자는 "예약률이 급감하며 무리하게 전세기를 유지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해 지난 13일부터 오는 25일까지 전세기 상품을 판매 중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분위기와 달리 일각에서는 '일본여행 급소론'에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일본 여행 자제 운동이 아베 정부에 치명타를 안기면 좋겠지만 과거 정치∙역사적 갈등으로 한일관계가 악화됐을 때 일어난 일본 불매운동이 흐지부지된 선례가 많았던 데다, 일본여행 자제로 아베 정부에 타격을 입히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과거 일본 불매운동이 일어날 때면 일시적으로 예약률이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으나, 일본 여행수요가 줄어들면 상품가격이 하락하게 되고, 그러면 다시 수요가 회복되는 패턴을 보여왔다"며 "지금도 마찬가지다. 일본여행 상품 프로모션이 쏟아진다면 아무일 없었다는 듯 수요가 회복될 수 있다. 실제로 '프로모션 진행 계획은 없냐'는 문의가 오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지금의 분위기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 여부"라고 말했다.
현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일본 여행업계도 우려하는 모습을 보이고는 있으나 심각한 상황으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중국관광객과 동남아관광객 비중이 갈수록 늘고 있어 한국관광객이 빠져나간 자리를 충분히 메울 수 있다는 것이다.
여행업계 관계자들은 과거 일본여행 불매운동이 흐지부지 된 경우가 많았던 데다, 일본 정부가 한국관광객 수치가 줄어드는 것을 크게 신경쓰지 않을 것이라며 '일본여행 급소론'에 회의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더팩트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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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일본여행 급소론’이 아베 정부에 타격을 줄 수 있을 것이란 것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목소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지금 한국과 일본 간의 마찰은 단순히 여행객의 수치가 얼마냐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더 큰 경제적 가치가 충돌하고 있어 일본 정부가 한국관광객 수치가 줄어드는 것을 신경이나 쓰겠냐는 것이다.
학계의 한 관계자는 "일본 정부가 우리나라에 경제보복을 행하고 나서며 자신들 또한 아무런 타격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일본여행 수요가 당분간 감소할 것이라는 것도 충분히 예상했던 시나리오였을 것이다. 단순히 한국인이 일본여행을 가지 않는다고 해서 일본 정부에 타격을 입히기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국내 여행업계만 된서리를 맞을 수 있다는 지적도 많다. 국내 여행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여행사들의 일본 상품 비중은 30% 정도로 동남아지역 다음으로 높은 편"이라며 "일본여행 수요 이탈을 최소화하기 위해 동남아 또는 중국지역으로 목적지 변경을 유도하고 있다. 성수기를 앞둔 상황이라 여행지 분산이 수월한 편이지만 지금의 분위기가 성수기 이후로도 지속된다면 이마저도 어려워지게 될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국내 저비용항공사 한 관계자도 "7월과 8월 불패신화로 불렸던 홋카이도 패키지 및 전세기 운영이 굉장히 어려워진 상황"이라며 "내부적으로도 특가 프로모션을 진행해도 당분간 어려울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이 같은 분위기가 지속된다면 분명히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적반하장' 격인 아베 정부의 무역 보복조치로 국내 여행업계의 피해만 늘고 있다.
gamja@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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