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통합설이 나오는 가운데 중진 이혜훈 바른미래당 의원은 "보수와 극우부터 먼저 구분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14일 국회 정보위원장실에서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한 이 의원. /국회=남용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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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원동 사고 인재(人災),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총력"
[더팩트ㅣ국회=이원석·박재우 기자] 이혜훈 바른미래당 의원은 보수통합에 대해 묻는 질문에 "원칙은 변하지 않았다. 먼저 보수가 개혁돼야 한다"고 단호히 말했다. 최근 바른미래당 내부 상황이 혼란스럽고, 총선이 다가오니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갈라졌던 보수가 일단 합쳐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에 답한 것이다.
이 의원은 거듭 통합은 필요하지만 국민들이 아직 한국당을 비롯한 보수가 개혁되지 않았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보수가 상당히 혼란스럽다. 보수와 극우부터 먼저 구분해야 한다"고 개혁의 지향점을 강조했다.
<더팩트>는 14일 국회 정보위원장실에서 이 의원을 만나 약 60분가량 인터뷰를 가졌다. 이 의원은 정보위원장으로서 대북 문제에 대한 평가를 비롯해 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바른미래당 내부 상황, 보수통합, 지역구에서 벌어진 잠원동 철거 건물 붕괴 사고 등에 대해 견해를 밝혔다.
이 의원은 먼저 최근 자신의 지역구인 잠원동에서 벌어진 안타까운 사고와 관련한 이야기가 언급되자 잠깐동안 고개를 숙이며 속상함을 감추지 못했다. 철거 중이던 건물이 갑자기 붕괴하며 도로 쪽을 덮친 해당 사고는 결혼을 앞두고 예비신랑과 함께 반지를 찾으러 가던 20대 예비신부의 목숨을 앗아갔다. 이 의원은 거듭 "분명한 인재(人災)였다"며 분노와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 의원은 재발 방지 대책이 필수적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철거 업체 등 개인의 책임 뿐 아니라 이를 사전에 제대로 제재, 감시하지 못한 관(官)에도 책임이 크고, 규제할 법에도 구멍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사고가 발생한 직후 서울시와 국토교통부, 행정안전부, 서초구청, 잠원동 주민센터 등 관계된 모든 기관에 연락해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했고, 자체적으로 이번 사고의 원인들을 분석해 재발을 막을 수 있는 법안을 발의하기 위해 준비했다고 밝혔다. 그가 내년 총선에 그대로 서초구에서 출마하려는 것도 다시는 이런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앞장서기 위함인 부분도 크다.
국회 정보위원장인 이혜훈 의원은 남북미 판문점 회동과 관련해 "진전이 없다면 오히려 없느니만 못한 이벤트"라며 비핵화 진전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남용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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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또 국회 정보위원장으로 한반도를 둘러싼 남북관계, 북미관계 등과 관련한 문제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시시각각 변하는 한반도 상황에서 국회의 역할도 그 어느 때보다 엄중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그는 최근 남북미 정상의 판문점 만남에 대해서도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지나치게 들떠 있기보다는 사안을 냉철하게 볼 필요가 있다는 신중론이다. 이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에서 만난 것에 대해선 "그 장면이 역사적 의미를 가지려면 비핵화가 어떻게 진행되느냐를 지켜봐야 한다"며 "진전이 없다면 오히려 없느니만 못한 이벤트"라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손학규 대표에 대한 재신임을 묻겠다는 안이 혁신위 내에서 통과되자 이에 반대하는 주대환 혁신위원장이 사퇴와 관련 "어떤 맥락에서 (주 위원장 등의) 사퇴가 이뤄졌는지 모두가 짐작할 거라고 생각한다"며 "어떤 지도부든 정치적으로 선출된 지도부는 본인을 선출한 국민과 당원에게 본인의 신임 여부를 묻는 것을 거부하는 것은 민주적이지 않고, 상상하기 어려운 폭거"라고 비판했다.
이혜훈 의원과 인터뷰는 14일 약 60분간 다양한 주제로 진행됐다. 그는 인터뷰에서 최근 제기된 보수통합, 한반도 문제와 자신의 지역구에서 발생한 안타까운 사고와 관련한 생각을 밝혔다. /남용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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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이 의원과 일문일답이다.
-벌써 총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내년도 총선엔 출마하나. 지역구는 그대로 서초인가.
-최근 지역구인 서초구 잠원동에서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다.
너무 속상하다. 이번 사고는 분명히 인재(人災)다. 누구나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고치지 못하던 문제가 이번에 종합판으로 드러났다. 특히 철거와 감리 부분에서 문제가 많았다. 전문자격증을 가진 철거 업체도 거의 없고, 자격요건을 정하는 법적 체계도 미비하고 심지어 철거를 감독하고 견제하는 게 감리인데 사실상 둘이 짬짬이로 이뤄지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이번 일도 그랬다. 이런 부분을 규율하는 법 체계를 촘촘하게 일일이 다 손을 봐야 한다.
-책임은 어디에 있다고 보나.
이혜훈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인 서초구 잠원동에서 발생한 건물 붕괴 사고가 언급되자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남용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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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어떤 노력들을 하고 있나.
사고가 나자마자 서울시, 국토교통부, 행정안전부, 서초구청, 잠원동 주민센터 등 관계된 모든 기관과 연락해 조속한 수습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했고, 앞서 말했던 미비된 부분들을 보완할 관련 법안 발의를 준비했다. 현재도 법이 있다. 구청에서 만일 제대로 점검을 했더라면 관련 법에 의해 철거를 중단시키고 문제를 삼을 수 있다. 여러 방법을 통해 사고를 방지할 수 있었는데 결국 작동하지 않았다. 이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지자체에 책임을 묻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부분에 대해 법 개정을 준비했다. 법안은 조만간 발의될 예정이다.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달라.
이혜훈 의원은 대북 문제와 관련 우리 정부가 더 주도적으로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국민 우려가 있음을 지적했다. /남용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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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판문점에서 문재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만났다. 정보위원장으로서 어떻게 평가하나.
그 장면이 역사적 의미를 가지려면 조건이 있다고 본다. 비핵화가 이뤄진다면 역사적 의미를 갖게 되는 것이고, 비핵화에 진전이 없으면 선거용 이벤트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더 지켜봐야 한다. 중요한 건 비핵화 열매가 어떻게 맺느냐이기 때문에 아직도 갈길이 한참 멀다. 만약 비핵화 진전이 없다면 이 이벤트는 오히려 없느니만 못하다. 전세계에 북한을 정상 국가로, 김정은을 정상적 통치자로 데뷔시키는 것이 된다. 그래서 더 걱정도 있다.
-회동이 끝나고 외신 등에선 북미가 원하는 게 핵 동결(freeze)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그 부분에 대해 문재인 정부와 국정원은 강경하게 부인하고 있다. 언론이 앞서나갔다는 건데 저는 아니 뗀 굴뚝에 연기가 나겠냐는 생각도 든다. 다만 그런 사실이 없는데 언론이 앞서간 것이라고 해도 언론이 그런 견제를 해줌으로써 혹시라도 그런 방향으로 가는 걸 차단해주는 의미가 있다고 본다. 그 방향으로는 절대 가선 안 된다.
이혜훈 의원은 군에서 사고가 계속 발생하는 것과 관련 "위협이 없어진 것이 아닌데 우리 군만 주적을 없애고 왜 스스로 무장해제를 하냐"고 따졌다. /남용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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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선 '한국은 필요 없고 미국과 직접 대화하면 된다'는 한국 배제론이 나온다. 정보위원장으로서 우리 정부의 대북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나.
북한이 오만하고 무례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우리도 아쉬운 부분이 많다. 우리가 주도적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국민 불안에 근거가 있다. 하노이 회담 때도 협상이 결렬돼서 실시간 뉴스가 나오고 있었는데 정부는 협상이 좋은 결실을 맺을 줄 알고 있었다. 그런 정보력, 판단력, 여러가지 미숙함을 볼 때 마음이 불안하고 참담하다. 정부가 이러한 우려들을 불식해나가야 한다.
-군(軍)에서도 사고가 계속 터지고 안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번에 경계 실패 사고를 보니 이런 군을 믿어도 되나, 걱정이 많이 된다. 북한이란 나라가 우리 위협에서 없어진 게 아니다. 위협은 여전히 상존하고 있는데 왜 우리 군만 주적을 없애고 스스로 무장해제하나. 최근엔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허위 자수를 지시했다고 한다. 이런 일이 있을 수가 있나. 굉장히 걱정된다.
손학규 대표 재신임 여부를 묻는 것에 반발하며 주대환 혁신위원장이 사퇴한 것과 관련 이헤훈 의원은 "상상하기 어려운 폭거"라고 비판했다. /남용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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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상황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혁신위원회 안에서도 손학규 대표 재신임안을 놓고 이견을 보인 끝에 주대환 위원장이 사퇴해버렸다.
너무 안타까운 상황이다. 어떤 지도부든 정치적으로 선출된 지도부는 본인을 선출한 국민과 당원에게 본인의 신임여부를 묻는 것을 거부하는 것은 민주적이지 않고, 상상하기 어려운 폭거라고 본다.
-주 위원장이나 조용술 위원의 사퇴에 손 대표의 의중이 담겼다고 보나.
주 위원장과 조 위원은 모두 손 대표와 가깝다. 주 위원장은 지난 2012년 손학규 당시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의 핵심 멤버로도 있었고, 동아시아 미래재단에도 참여했다. 손 대표가 온 이후 당무감사 위원장도 맡아서 했다. 어떤 맥락에서 두 사람의 사퇴가 이뤄졌는지 모두가 짐작할 거라고 생각한다.
-주 위원장은 재신임 여부를 묻는 이들이 '계파 갈등을 일으킨다'고 한다.
이번 혁신안이 당장 손 대표보고 물러나라고 하는 게 아니다. 손 대표를 포함한 지도부의 거취를 어떻게 할지 당원과 국민에게 물어보자는 것인데 그것도 원천봉쇄하기 위해 이렇게 부당하게 하는 걸 보면 누가 더 부당하고, 누가 더 계파 갈등을 일으키는 것인지는 국민들이 판단할 것이다. (재신임을 묻는 데 찬성하는) 권성주·이기인 위원 등은 당권파와 비당권파가 애초 합의한 룰대로 한 것이다. 3인 이상이 요구하면 안건을 상정하기로 정했고, 겨우 상정을 했는데 (주 위원장 등 반대파가) 표결을 거부했다. 들어보니 주 위원장이 '계속 표결을 요구하면 사퇴하고 혁신위를 무산시키겠다'고 협박까지 했다고 한다. 누가 부당한 것인가.
이혜훈 의원은 "보수통합은 필요하지만 먼저는 보수가 개혁돼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남용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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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통합 이야기가 계속 나온다.
(바른정당) 창당 때부터 말했는데, 원칙은 지금도 변하지 않았다. 문재인 정권의 독주, 실정 이런 것을 견제하는 것이 보수의 책무이고 소임이다. 이를 위해 보수통합이 필요하단 것은 오히려 저희가 먼저 주장해왔다. 근데 거기엔 전제가 있다. 보수가 먼저 개혁돼야 한다. 그러나 아마 아직 국민들은 보수 개혁이 완성됐다고 보지 않으실 것 같다. 개혁도 사람이 하는 일이니 순도 100%가 되긴 어렵다. 다만 국민들이 동의하는 상황은 돼야 통합 얘기를 꺼낼 수 있다고 본다.
-바른정당 때부터 보수 개혁 조건으로 한국당에 친박(親 박근혜)계 인적청산 등을 요구했다. 지금도 그 부분이 가장 중요한가.
인적청산은 개혁이 됐을 때 결과물이 드러나는 하나의 상징이 될 수는 있지만, 그것만이 전부라고 할 수는 없다. 오히려 최근엔 보수가 목표와 가치, 정체성이 정리가 안 되고, 오히려 과거보다 더 혼란스럽다. 보수와 극우부터 먼저 구분해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이 든다. 보수가 극우에 매몰돼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되면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견제하기가 어렵다.
이혜훈 의원은 문재인 정부 경제 정책과 관련 다른 것보다도 4차 산업혁명 등에 대해 뒤쳐지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남용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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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을 이끌고 있는 황 대표가 그런 작업들을 해나가고 있다고 보나.
황 대표가 그런 혼란들을 좀 더 명쾌하고, 빠르고, 효과적으로 정리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다만 황 대표의 정체성이 어느 쪽인지 가늠이 가질 않는다. 어느 쪽으로 이념적 좌표를 잡고 있는지, 지향점이 어디인지 저도 판단이 안 되는데, 국민들은 판단이 되실지 걱정이다. 그런 면에서 황 대표가 좀 더 분명하게 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경제전문가로서 문재인 정부 경제 정책에 대한 평가를 한다면.
대한민국 경제 전반적으로 봤을 때 여러 문제가 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전세계가 변하는 단계에서 우리가 거기에 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기 좋은 조건을 다 갖췄는데 정부가 제 때 뒷받침을 못해줘서 오히려 뒤쳐질 불안감이 크다.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분배 정책이지 성장 엔진을 만드는 정책은 아니다. 소득주도성장이 의미가 없다고만 보진 않는다. 하지만 성장 엔진은 그것대로 만들고 그 과실을 어떻게 우리 안에서 분배할 것인가에 대해 소득주도성장으로 얘기해야지 성장 엔진은 안 만들고 소득주도성장만 강조하면 안 된다. 이 부분이 굉장히 안타깝다.
lws20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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