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수장, 일 수출규제 당일날에야 첫 공식 회의 주재
외교 채널, 정치권 대화채널도 꽉 막혀 정치외교적 해결도 난망
국회 외통위 주한 일본 대사 대화 요청했지만 3일 최종적으로 거절당해
일본 정부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한국 대법원의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 조치로 반도체 제조 등에 필요한 핵심 소재 등의 수출 규제 조치를 발표함에 따라 국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업계의 타격이 우려된다. 사진은 2일 오후 텔레비전 매장이 모여 있는 용산전자상가.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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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배문숙·유오상 기자]일본 정부가 국내외 비판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를 4일 예정대로 단행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실효성이 떨어지는 면피성 ‘뒷북 조치’로 대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일본의 보복조치에 대비해왔다는 말만 반복할 뿐,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일본이 수출규제를 단행한 당일에서야 통상당국의 컨트롤타워인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이 공식 회의를 주재한다는 점에서 이런 비난을 피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높다. 외교부의 대일 채널 역시 경제보복과 관련해서는 힘을 쓰지 못하고 있고, 정치권의 대화채널도 꽉 막혀 있어 외교정치적인 해결방법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유명희 본부장은 이날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한국무역보험공사에서 관계 부처·기관 및 업계 관계자들과 일본 수출규제에 대한 대응회의를 주재한다. 일본 정부의 수입규제관련 발표이후, 성윤모 산업부 장관과 정승일 차관이 관련 회의를 주재했지만 통상당국의 책임자가 전면에 나선 것은 처음이다. 이는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현 국가안보실 2차장) 재임시절과 상반된 행보로 통상교섭본부의 위상이나 역할이 쪼그라진 것이 아니냐라는 해석이 나온다.
통상당국 한 관계자는 “일본 수출규제 발표후, 본부장이 중남미 출장을 취소하고 관련 대응에 노력하고 있지만 전임인 김현종 본부장에 비해 현안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면서 “김 전 본부장시절의 통상교섭본부보다 대내외적으로 위상이나 역할이 현저하게 낮아진 증거”라고 말했다.
특히 올해 초부터 일본 정부가 수출규제에 대한 작업을 했던 것을 감지해놓고 우리 정부가 손놓고 있었다는 비난도 나온다.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는 이런 비난에 대해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올해 초부터 경제보복이 있을 수 있다는 뉘앙스가 있었고 해당 내용을 꾸준히점검해 왔다”며 “손 놓고 당한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홍 부총리는 “해외 의존도가 높은 부품·소재·장비 등을 국산화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며 “관련 예산이 필요하다면 임시국회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심의에서 반영을 논의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이와관련, 전문가들은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과정이 3~4년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 외교정치적으로 풀어야한다고 조언했다.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일본의 중국 희토류 소송처럼 WTO로 가면 이길 여지는 있다고 본다”며 “문제는 시간싸움인데 WTO 소송에서 이기기까지 3, 4년은 족히 걸릴 것이고 그동안 우리 산업계는 막심한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WTO에 이 문제를 제소할 경우 사전에 한국이 교역상대국으로서 최소한의 할 의무를 다했으며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한국 산업계가 당한 실제 피해를 입었음을 입증하는데 복잡한 절차와 함께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설명이다.
안 교수는 “미중 무역분쟁에 한국과 일본이 공동 대응해도 모자랄 판에 외교 문제로 양국 산업계가 피해를 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만큼 외교정치적으로 푸는 것이 옳다”고 지적했다.
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문병기 수석연구원은 “WTO 소송을 가면 힘겨루기식 장기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데 한일은 서로 정보기술(IT) 공급망으로 얽혀 있는 만큼 함께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면서 “양국간 협의를 통해 이해를 넓히는 방식으로 푸는 게 가장 빠른 해법”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외교정치적으로 푸는 방법도 쉽지 않는 상황이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는 일본 대사를 불러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조치에 대한 대화를 나누자고 요청했지만 지난 3일 최종적으로 거절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복수의 외통위 관계자에 따르면 외통위는 지난 1일 일본 대사관에 “무역 보복과 관련된 입장을 듣고 싶다”며 대사와의 대화를 요청했지만 만남을 거부당했다.
osky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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