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의 은밀한 탈선 장소로 떠오른 룸카페' 청소년들의 성경험 연령이 점점 낮아지고 있는 가운데 이들의 탈선을 조장하는 룸카페가 독버섯처럼 번지고 있다. /이새롬 · 이선화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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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관계 시작 평균 연령은 만 13.6세.' 다소 충격적일 수 있는 이 수치는 교육부ㆍ보건복지부ㆍ질병관리본부가 2018년 청소년 6만 4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제14차(2018년) 청소년 건강행태조사 통계’에서 드러난 것이다. 이처럼 청소년들의 성경험 연령이 낮아지고 있는 가운데 청소년들의 은밀한(?) 일탈 행위를 방조하는 장소의 난립은 사회적 문제를 더 키우고 있다. 최근 청소년 탈선의 온상으로 지목되고 있는 룸카페가 바로 그곳이다. <더팩트> 취재진은 6월 초부터 보름 여 동안 젊은 층이 많이 찾는 서울 홍대와 건대 일대에 위치한 룸카페를 찾아 청소년 출입 실태와 제도적 문제를 집중적으로 점검했다.<편집자 주>
일반음식점 등록 자유업, 피임기구 발견도...제재·관리 부처 없는 '맹점'
[더팩트ㅣ이새롬 · 이선화 기자] 최근 충북 청주에서 여중생 2명에게 술을 먹인 뒤 집단 성폭행하고 촬영까지 한 고등학생 4명이 구속됐다. 충북 제천에서도 한 고등학생이 다른 학생들로부터 집단 폭행과 유사 성폭력에 시달렸다는 내용이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오르기도 했다. 또 인천광역시 한 아파트에서도 중학생을 성폭행한 고교생 2명이 구속되는 등 청소년들의 성폭력이 사건이 나날이 늘어가고 있다. 생리적 성숙의 가속현상과 사회적 성숙의 지연현상이 나타남으로써 심신발달의 불균형이 현저한 청소년기의 성범죄는 사회적 환경에서 기인하는 부분을 무시할 수 없다.
◆룸카페가 일반음식점?...청소년 탈선의 온상
'한 건물 건너 하나' 건대 인근 유흥거리에는 한 건물 건너 하나에 룸카페가 위치해 있다. 룸카페와 같은 건물에는 술집 등 청소년 유해업소도 함께 자리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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룸카페는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유흥 거리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건물 건너에 하나씩, 한 건물에 두 군데의 룸카페가 영업을 하는 곳도 있다. 일부 룸카페는 술집이나 유흥업소 등 청소년 유해업소와 같은 건물에 자리하기도 했다.
취재진은 취재 첫날부터 교복 차림의 남녀 학생들이 룸카페로 들어가는 모습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사복 차림이지만 청소년으로 추정되는 앳된 얼굴의 남녀 커플도 상당수였다. 이들을 따라 들어간 룸카페 입구에는 목욕탕, 찜질방 등에서 보이던 신발보관함이 마련돼 있었다. 보관함에 신발을 넣고 카운터에서 인원에 맞게 비용을 지불하면 방을 배정받는다.
방들은 좁은 복도 사이로 다닥다닥 붙어있다. 흡사 고시원이나 독서실을 연상케 한다. 모든 방은 잠금 장치가 없는 문으로 누구나 쉽게 열고 닫을 수 있지만, 창문이 없거나 있어도 불투명처리가 돼 내부를 볼 수 없다. 평일 오후 시간대에도 빈 방은 많지 않다. 교복 차림의 학생들이 종종 복도를 활보하는 모습이 보였다. 카운터 앞에는 간단한 음료와 다과가 마련돼 있어 수시로 이용할 수 있지만, 음식을 가지러 나오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일반음식점으로 둔갑한 룸카페' 룸카페는 일반음식점으로 분류돼 구청 신고 만으로 영업이 가능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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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방처럼 편안하게' 룸카페 출입구에는 입간판이나 광고물을 부착해 내부의 모습을 촬영한 사진과 함께 ‘청소년 출입 가능’, ‘청소년 할인’ 등의 문구를 내걸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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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원 이하 비용의 룸카페, 외부 시선 피해 시간제한 없이 이용
대부분의 룸카페는 만원 이하의 1인 비용(7천원~9천원)을 지불하면 시간제한 없이 이용이 가능해 스스로 퇴실하지 않는 이상 점원의 눈을 피해 방에서는 무슨 일이든 가능하다. 점원은 카운터에서 손님에게 방을 안내하고 음식을 준비하거나 손님들이 떠난 방을 치우는 일 등을 했지만, 이용객들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건대 인근에서 3년째 룸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정 모(30)씨는 청소년 출입과 관련해 "청소년 출입 시간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밤 10시 전에는 거의 다 나가고, 술도 판매를 하지 않아서 그런 것(청소년 일탈 행위)을 본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청소년 출입에 긍정적 반응을 보이며 "지금 물가가 비싸다. 만약 하루 용돈이 만 원이라고 하면 만 원을 가지고 밥 먹고 영화관 가는 게 쉽지 않다. 꼭 룸카페라서 청소년들이 일탈을 하는 게 아니라, 일탈을 하려면 어떤 방법으로도 일탈을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청소년 출입이 자유로운 룸카페' 교복 차림의 청소년을 비롯한 남녀 학생들이 룸카페에 출입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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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른 이름은 '청소년 모텔' 룸카페는 중고등학생들 사이에서 '청소년 모텔'로 불리기도 한다. 적은 비용으로 둘 만의 시간을 아무 간섭없이 보낼수 있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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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울 자리 깔아준 룸카페' 누울 자리를 마련해 놓은 룸카페 내부의 모습. 1인 비용(7천원~9천원)을 지불하면 시간제한 없이 이용 가능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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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청소년 이용...피임기구 발견도
또 "전에 하던 알바생은 다른 방 손님으로부터 소리가 들린다는 민원을 받은 적이 있다"며 "청소년들이 들어오는 건 괜찮지만 다른 사람도 함께 쓰는 공간에서 자기들만 위해서 굳이 그런 행위를 하는 손님들은 안 왔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밀실로 내부가 보이지 않는 룸카페' 밀실 내부 벽에는 TV가 설치돼 있고 매트와 방석이 놓여 있다. 작은 탁상이 마련돼 있으나, 성인 2명이 누울 공간은 충분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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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결혼했어요?' 한 룸카페 내부 벽에는 '저스트 메리드(Just Married)'라는 문구를 장식해 연인들의 공간을 암시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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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음식점 서류만 갖추면 허가...제재·관리 부처 없는 게 문제
룸카페 대부분이 일반음식점으로 둔갑해 청소년들이 자유롭게 출입한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이지현 마포구청 위생과 주무관은 룸카페 영업허가와 관련해 "업체에서 룸카페를 하겠다고 신고하는 것이 아닌 이상 룸카페를 파악할 수 없다"며 "일반음식점으로 서류만 잘 갖추면 영업 신고증을 드리고, 한 달 정도 뒤 시설 확인을 나간다. 최근에 업소 확인을 나가서 룸카페를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여성가족부의 제2013-52호, 청소년 출입고용금지업소 결정 고시에는 밀실이나 밀폐된 공간 또는 칸막이 등으로 구획하거나 이와 유사한 형태로 운영되는 영업을 ‘청소년 출입․고용금지업소’로 지정하고 있다. 하지만 규정과 현실은 다르다.
'어두운 밀실, 과감한 청소년들' 초저녁 무렵 룸카페를 찾은 교복 차림의 남녀 학생 방 문을 살짝 열어보니, 어두운 밀실에서 진한 스킨십을 나누고 있었다. 열린 문에도 아랑곳하지 않던 이 학생들은 밤 10시가 넘어서까지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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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현석 여성가족부 청소년보호환경과 사무관은 <더팩트>에 룸카페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면서도 "룸카페나 성인용품점이 일반음식점이나 간이음식점, 휴게음식점 등 자유업으로 등록을 하면 영업을 할 수 있는 형태인데, 이를 제재할 수 있는 소관부처가 없다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청소년 유해행위 금지 30조 8호가 청소년을 남녀 혼숙하게 하는 등 풍기문란하게 하는 영업행위를 하거나 이를 목적으로 장소를 제공하는 행위다. 결국 영업주들이 위법을 알고도 청소년을 출입시켰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처벌이 가능한데 룸카페에 들어오면서 '이성친구와 성관계할거니까 방 좀 내주세요' 하고 오지 않지 않는가. 누군가 투고를 하면 수사할 수 있겠지만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게 입증이 돼야 처벌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청소년들이 밤늦은 시간에 오면 돌려보내도록 홍보캠페인을 하고 있다. 대부분 룸카페가 법망을 피해 기기장치를 갖추지 않고 단지 룸만 대여하는 형태로 변하고 있어 단속할 수 있는 법률이 이달 안에 나올 예정이다. 7월부터는 점검단속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10대 청소년들의 놀이 문화가 된 룸카페' 청소년들이 건전하게 놀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나, 학생들에게 유해함을 알면서도 돈 벌이로만 생각하는 업주들도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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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여성가족부가 전국 초중고 학생 1만 565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8 청소년 매체이용 및 유해환경 실태조사'에서 14.6%가 룸카페나 멀티방을 이용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미 10대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광범위하게 퍼진 '놀이 문화'의 하나인 룸카페다. 룸카페는 이렇듯 청소년 탈선의 온상이 되고 있지만, 취재 중 만난 몇몇 경찰관들은 룸카페의 존재조차 알지 못했다. 룸카페의 단속에 대해 묻는 기자의 질문에 한 경찰관 김 모(38)씨는 오히려 "그게 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청소년들이 건전하게 놀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고 어른들의 눈을 피해 이곳을 찾는 학생들도 문제지만, 어린 학생들을 돈 벌이로 생각하고 탈선행위를 묵인하는 업주들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교묘히 법망을 피해 청소년 탈선 '사각지대'에 놓인 룸카페. 사회적 관심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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