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북미 관계가 사실상 교착상태에 머물고 있는 상황에서 '대북 인도적 식량 지원'이 국면을 타계할 해결책이 될 지 이목이 쏠린다. 13일 정부서울청사 통일부 장관실에서 세계식량계획(WFP)의 데이빗 비즐리 사무총장과 김연철 통일부 장관.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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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정부 "공론화" vs 북한매체 "우롱" vs 미국 "최대압박"
[더팩트ㅣ박재우 기자] 남북·북미 관계가 사실상 교착상태에 머물고 있는 현 상황에서 '대북 인도적 식량 지원'이 이 국면을 타계할 수 있는 해결책이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인도적 지원은 정치적 고려 없이 진행돼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현재 한반도에 흐르는 기류가 심상치 않다. 대북 인도적 식량 지원에 대해 우리 정부와 북한 그리고 미국의 입장이 미묘하게 엇갈리면서 지원 실행 여부가 불확실해지고 있다.
앞서, 북한 식량 상황은 지난 10년 동안 최악이라고 알려졌다. 최근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식량계획(WFP)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인구의 40%인 1010만 명이 식량 부족 상황에 처해 있고 긴급하게 상황을 해결하려면 136만 톤의 식량이 필요 한 상황이다.
데이비드 비즐리 WFP 사무총장이 한국을 방문해 문재인 대통령, 강경화 외교부 장관, 김연철 통일부 장관 등 정부 주요 인사들을 만나면서 대북 식량 지원 성사가 가시화 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상황은 간단해 보이지 않는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북 인도적 식량지원의 필요에 언급하면서 "국민의 공감과 지지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 9일 열린 단독대담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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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인도적 지원 필요…여론수렴 '필요'"
대북 인도적 식량 지원이 현 교착상태를 풀 수 있는 '지렛대'로 사용한다는 방안은 사실상 어렵게 됐다. 최근 이뤄진 북한의 두 차례 미사일 발사 때문에 상황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9일 KBS와 진행한 단독 대담에서 "북한 동포들의 심각한 기아 상태를 겪고 있기 때문에 동포애나 인도적 차원에서라도 북한에 식량 지원할 필요 있다"면서도 "그 이후 또 발사가 있었기 때문에 이점에 대해서는 국민의 공감과 지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조사 따르면 대북 인도적 지원 사업에 대한 여론이 반대 여론보다 더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일연구원이 13일 발표한 'KINU 통일의식조사 2019' 결과에 따르면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지속해야 한다'는 의견이 45.4%로 지난해 보다 4.6%p 늘었고, 대북 인도적 지원에 대한 부정적 응답은 26.3%로 작년(26.7%)과 별 차이가 없었다.
통일연구원(KINU)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5∼25일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1천3명을 대면면접 방식으로 조사한 'KINU 통일의식조사 2019' 결과(표집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를 13일 공개했다.
하지만, 이는 북한의 두차례(지난 4일, 9일)의 미사일 발사 이전에 실행된 조사이고,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여론 수렴 절차에 들어갔지만 일각에서는 대북 지원 찬성 단체만 불러 '여론 만들기용'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북한은 식량지원의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남측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 위원장이 군사훈련을 지도하고 있는 모습. (=노동신문 캡쳐)/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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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벼랑 끝 전술…"개성공단 재개"
북한은 '벼랑 끝 전술'(협상을 막다른 상황으로 몰고 가 강수를 두는 일종의 배수진)을 통해 식량지원의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북한 대외선전매체 '메아리'는 지난 12일 우리 정부의 대북 인도적 식량지원 추진에 대해 '인도주의로 생색내기', '겨레의 염원에 대한 우롱'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한, 같은날 북한 선전매체 '조선의 오늘'은 개성공단 재개를 촉구하면서 미국의 승인 눈치를 보고 있다고 우리 정부에 대해 힐난했다.
전문가들은 우리 정부의 인도적 대북 식량 지원 결정 대해 '북한의 자존심을 건드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준형 한동대학교 교수는 10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식량 지원은 물밑에서 협상해야지 수면 밖으로 드러내면 북한 자존심을 건드리는 것"이라며 "지금 서로 북한과 미국 사이에 기싸움하고 있는데 (식량 지원을) 던져주는 건 북한으로서는 받기 힘들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태영호 전 주영국 북한대사관 공사도 14일 자신의 블로그에서 북한 매체들의 대남비난에 대해 "최근 우리 정부에 대한 비난과 불만수위가 높아지고 있다"며 "식량을 주겠으면 빨리 주면 되는 것이지 시간만 끌면서 준다고 소문만 내 '북한을 약자로 남한을 강자로' 보이게 하는 구도를 만들지 말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북한 내부에서 쌀 가격이 하락했다는 북한전문매체 NK뉴스의 보도가 나오면서 북한 상황이 최악의 상황은 아니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미국은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북한에 대해 최대압박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한편, 인도적 지원에 대해 존중한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국빈 방한 중에 트럼프 대통령의 국회 연설 모습. /공동사진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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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북한선박 압류로 '최대압박' 기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8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대북 식량지원에 대해 지지의사를 밝혔지만 '선 비핵화 후 제재해제'라는 협상기조를 바꾸지 않고 있다. 또한, '최대압박'이라는 메시지를 강조하고 있다.
특히, 지난 9일 미국 정부는 대북제재 위반혐의로 북한의 '와이즈 어니스트호'를 압류조치를 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미국이 북한의 해상무역 봉쇄 의지를 국제사회에 밝힌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이 외무성 성명을 발표하며 이에 대해 비난했지만, 미국 국무부는 송환요구에 대해 직접적인 대응을 피하고 있는 상황이다.
남성욱 고려대학교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하노이 회담 이후 미국의 전략에 대해 "압박을 앞에 내세우고 한편으로는 관리도 병행을 하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 정권에 자금줄이 되는 선박 환적은 철저히 차단하면서 인도적 지원을 포기하지않는 이중적인 방식"이라며 "압박만 갖고는 협상 궤도에서 이탈할 수 있으니 (인도적 지원으로) 함께 관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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