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오후 국회 의안과 앞에서 자유한국당 의원, 보좌진과 국회 직원들 간에 몸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모습. /국회=이원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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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당한 보좌진은 무슨 죄' 성토 …"세상 어디도 이런 국회 없을 것"
[더팩트|국회=문혜현 기자]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는 말이 있죠. 영감님(국회의원)들 싸움에 보좌진 등만 터지는 게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우리 보좌진도 의지를 가지고 당과 나라를 위해 싸우는 것까지는 맞다고 봅니다. 그런데... 솔직히 말해 몸싸움, 고성, 욕설의 선두에 우리 보좌진들이 있는데 나중에 몸빵한 우리들만 수사받고 재판받고 빨간 줄 생기는 건 아닌지 가족들은 매일같이 걱정합니다.
#정치는 영감님들이 하지만 재판은 정무직도 실무자도 동일하게 받습니다. 어르신들이야 더 이상 아까울 것 없겠지만 젊으신 분들, 빨간 줄 하나에 인생이 발목 잡힙니다…(중략) 정의를 지키기 위한다고 하지만 제 미래를 지켜줄 사람은 아무도 없죠.
#주말 출근에 국회 인턴까지 나오라니... 의원님들 정말 너무들 하시네요... 보좌진은 무임금으로 왜 광장에 나가야 하나요. 수당 주세요. 차비 주세요. 생수 값 주세요. 왜 보좌진들이 사비 들여 일을 해야 하나요... (중략)... 이 정도면 조폭 아닌가요? 정당을 막론하고서요.
'여의도 옆 대나무숲'이라는 국회 보좌진 익명 커뮤니티에 '동물 국회'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직원 인증'을 거친 보좌진들은 저마다 '영감님'(자신이 보좌하는 의원을 이르는 속어)들의 투쟁에 대한 생각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지난 26일과 27일 국회에선 선거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검·경 수사권 조정을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에 상정하기 위해 사법개혁특별위원회와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열려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이를 저지하려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물리적 충돌이 발생했다.
처음 회의장 문을 막고 논쟁하던 수준의 갈등은 시간이 지나며 점점 거칠고 폭력적인 몸싸움으로 번져갔다. 민주당과 한국당 모두 당직자·보좌진들이 동원돼 스크럼을 짜고 밀치는 등 아비규환 사태가 벌어졌다.
지난 26일 새벽까지 이어진 민주당, 한국당 양측의 몸싸움은 전쟁을 방불케 했다. 사진은 한 보좌진이 몸싸움에서 넥타이를 잡힌 채 괴로워 하는 모습. 바로 옆 김명연·김도읍 자유한국당 의원의 모습이 함께 담겼다. /문혜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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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까지 이어진 몸싸움 끝에 곳곳에선 부상자가 발생했고, 보좌진들과 의원들은 모두 땀에 젖은 모습이었다. 옷이 찢어진 사람들도 다수 있었다. 이날 이후 민주당은 한국당 의원 18명을 비롯한 보좌관 1명, 비서관 1명까지 총 20명을 국회법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주말 동안도 대치 상황은 이어졌다. 물리적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양당 모두 비상 대기조를 편성해 시간대별로 근무에 나섰다. 한국당은 토요일 장외 집회를 열고 대규모 규탄 시위를 진행했다.
양측의 강 대 강 갈등 상황에 국회를 향한 비난 여론은 빗발치고 있는 가운데 충돌과 시위·농성에 동원된 보좌진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당장 자신의 고용권을 쥔 의원의 명령에 따르지 않을 수도 없고, 막상 나섰다가 형사 처벌을 받기라도 하면 더 큰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의견이 나왔다. 또 정치적 결사체로서 주어진 보좌진의 역할이 있다는 견해가 맞섰다.
지난 26일 새벽 격렬한 몸싸움 가운데 여성 보좌진들이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둘러싸고 있다. 나 원내대표는 연신 "다친다. 그만하라"고 외쳤다. /문혜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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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남성 보좌진 A씨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솔직히 다 같은 마음일 거다. 의원들이야 그게 일이니까 상관없지만, 얼마 전에 두 명 보좌진이 고발당했다. 그들은 무슨 죄인가"라며 "정당을 떠나서 다 그렇게 생각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이어 주말 동안 이어진 양당의 갈등 정국과 관련해선 "보여주기 쇼 같다. 몸으로 막는다고 해서 막아지는 건가"라며 "세상 어디에도 이런 국회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매번 부딪히며 의견을 맞춰가는 의원들과 달리 각 상임위에서 타당과 '협업'을 이어가야 하는 보좌진의 특성상 이번 갈등이 나중에도 어려움이 될 거라고 보는 시각도 있었다.
20대 여성 보좌진 B씨는 "의원들은 당을 대변하는 입장이니 보여지는 공간에서 대립하는게 맞다고 보지만, 보좌진끼리는 다투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한 보좌진이 일을 처리하러 갔다가 소속 당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빨리 나가세요', '오지 마세요'라는 말을 들어 불쾌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서로 감정만 상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보좌진도 당과 지지자들의 입장을 대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지난 충돌 이후 허벅지 곳곳에 멍이 들었다는 20대 남성 보좌진 C씨는 "사실 모든 행사에 '강제로 참석하라'는 말은 없다. 다만 의원들이 인사결정권을 갖고 있어서 의원실 분위기에 따라 좌지우지될 뿐"이라며 "당직자도 그렇지만 당 보좌진이라 함은 의원과 가치관을 같이 하기 때문에 현안이 있으면 참여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국회에서 극심한 충돌 사태가 벌어진 것과 관련해선 "아쉽다. 공격이든 방해든 누구 하나가 덜 과격하게 했으면 괜찮았을 거다"라며 "웬만한 당직자들은 사명감을 갖고 나갔다고 본다. 의원들과 함께 생각하는 지향점이 있다. 국민의 세금을 받는 보좌진으로서 당과 지지자들의 입장을 대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29일 자유한국당 김재원 의원으로부터 민주당의 회의실 진입 시 행동 요령 등 방어 등 대응을 듣는 보좌진들의 모습. /국회=문혜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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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남성 보좌진 D씨의 생각도 비슷했다. 그는 통화에서 "국회의원 보좌진이란 직장 이전에 정치적 결사체"라며 "근로 조건, 수당 등도 배려되면 좋겠지만, 근본적으로 정치적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모여 정치적인 행위를 하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의원의 소모품이다, 수당을 달라, 휴가를 달라 등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그러한 문제는 의원에게 직접 이야기해야 된다. 익명 게시판에 그러한 얘기를 하는 건 적절하지 못하다"고 일부 보좌진들의 성토를 비판했다.
말단 보좌진으로 무력감을 느끼는 이들도 있었다. 20대 여성 보좌진 E씨는 "정말 힘들고 이게 무슨 일인지 잘 모르는 경우도 있는데 직급이 높지 않아서 선택권이 없다"며 "어쩌겠는가. 하라니까 하는 거다. 안 하고 싶다고 안 할 수도 없다"라고 털어놨다.
여야의 몸싸움은 지난 주말 일단락됐지만, 여전히 회의장 앞엔 보좌진과 당직자들로 구성된 조들이 비상 대기하고 있다. 40대 보좌진 F씨는 이를 두고 "강요된 공범"이라고 했다. 그는 "대부분 국회 선진화법상 불법인 걸 너무나도 잘 알지만, 일이라서 어쩔 수 없는 상황일 것"며 "특히 선진화법은 반의사불벌죄나 친고죄 조항이 없어 고소고발이 들어가면 나중에 정치적 합의가 있더라도 수사가 진행된다. 그렇기 때문에 답답하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이어 "주말 내내 나와 있었고 지금도 상황을 주시하며 지원하고 있다"며 "바른미래당이 입장을 빨리 정해서 책임감있게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본다"고 토로했다.
moon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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