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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EU 압박 속 'ILO 선비준-후입법'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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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제시한 데드라인 이미 넘겨…노사정 대화 최종결렬 가능성 높아

국회서도 입법 준비 지지부진할 듯…노동계 "선비준 후입법하라" 촉구

비준 위한 국회 동의도 쉽지 않아…어떤 결론이든 국회서도 관련 논의 서둘러야

CBS노컷뉴스 김민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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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O(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노사정 합의가 사실상 실패하고, 국제사회의 압박이 거세지는 가운데 '선(先)비준 후(後)입법' 논의가 주목받고 있다.

◇ILO 협약 비준 논의시한 넘긴 경사노위…시민사회 "선비준 후입법이 대안"

민주노총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참여연대 등으로 구성된 'ILO 긴급공동행동'은 9일 "ILO 핵심협약을 조건 없이 비준하라"고 촉구했다.

그동안 노동계는 지난한 사회적 대화 및 입법 과정을 일일이 거치는 대신 최소한의 국회 동의만 받아 정부가 우선 협약부터 비준하고, 추후에 관련 법을 정비하자는 '선비준 후입법' 방식을 제안해왔다.

특히 국가인권위원회도 전날 '선비준 후입법’을 공식입장으로 내놓으면서 노동계 주장에 힘이 실렸다.

그동안 정부는 ①노사정 합의를 토대로 ②관련 법을 개정한 뒤에 ③ILO 핵심 협약을 비준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정작 노사정 대화를 이어온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산하기구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위원회는 EU(유럽연합)가 제시한 논의시한인 9일까지도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앞서 EU는 한-EU 무역위원회가 열리는 이날까지 한국 정부·국회가 ILO 협약 비준을 위한 진전된 성과를 내놓지 않으면 분쟁 해결 절차 강도를 높여 전문가패널에 회부하겠다고 경고해왔다.

다만 EU 집행위원회 세실리아 말스트롬 통상담당 집행위원은 이날 "(한국의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시한을 정해놓은 것은 아니다"라며 당장 전문가 패널 회부 절차를 밟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김학용 국회 환경노동위원장과 만난 자리에서는 "여름 전에 비준이 완료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는지 궁금하다"고 물어 ILO 설립 100주년 세계총회가 열리는 오는 6월 10일로 데드라인이 늦춰질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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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로 공 넘겨도 늦어지기는 마찬가지…"국회부터 관련 논의 서둘러야"

이런 가운데 개선위원회는 오는 12일 전체회의를 열고 일단 ILO 관련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EU의 압박이 주춤하면서 노사간 논의에 여유가 생겼기 때문에 노사정이 지금처럼 개선위원회에서 협상을 이어가거나, 경사노위 본회의 등으로 논의 테이블을 옮길 수도 있다.

하지만 지난 9개월여의 시간 동안 노사가 입장차를 전혀 좁히지 못했던 사실을 감안하면, 사실상 ILO 협약 비준을 위한 사회적 대화는 결렬 분위기에 가깝다.

이 경우 경사노위가 그동안의 논의 성과를 국회에 전달하고, 비준 준비 책임을 국회에 돌릴 수도 있다.

이미 경사노위는 탄력적 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안건을 놓고도 본회의 통과에 실패하자 국회에 논의 성과를 전달하고 공을 넘긴 바 있다.

하지만 국회는 그동안 ILO 협약에 관한 공식 논의를 시작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ILO 협약 준비가 원점으로 돌아가고 만다.

또 그동안 ILO 협약 비준의 발목을 잡았던 경영계의 강경한 요구를 보수야당이 반복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 경사노위에서 겪은 갈등이 반복될 수도 있다.

특히 노사정의 중량감 있는 합의안 없이 국회가 처음부터 재논의한다면 정치적 상황에 따라 논의가 크게 늦춰지거나, 아예 합의 내용이 크게 바뀌면서 노사 반발에 부딪힐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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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류미경 국제국장은 "법을 먼저 고치고 비준하겠다는 '선입법론'은 정부가 지난 28년간 비준을 하지 않으면서 국제사회에 내세운 변명"이라며 "경사노위 논의처럼 노조활동에 대한 추가적인 제약을 포함한 입법으로 협약을 '선위반 후비준'하겠다는 얘기"라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에 협약 비준 의지가 있다면 헌법대로 국회 동의를 얻어 먼저 비준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며 "협약의 효력은 비준 1년 후에 생기므로 그 1년 동안 협약에 맞게 법을 정비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위헌 논란에 대해서는 "만약 국회 동의 없이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협약을 체결한다면 위헌 논란이 따르겠지만, 국회 동의를 거친다면 헌법에 있는 국제조약 절차를 지키는 것"이라며 "적어도 국회의 찬반 여부만 가리면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경우에도 법 개정 못지 않게 여야가 상당한 논의를 거쳐야 하기는 매한가지라는 지적도 나온다.

제도개선위 공익위원인 이화여대 이승욱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어차피 국회가 동의하더라도 법을 개정해야 하는 마당에 국회가 실체적인 법 개정이 합의되지 않은 채 비준에 동의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내 법을 우선 개정하고 비준하는 편이 현실적이지만, 시간을 줄이려면 국내 법 개정과 비준을 동시에 처리할 수도 있다"며 "경사노위와 국회 중 어느 쪽이 관련 논의를 이어가든, 법 개정과 비준의 선후 문제가 어떠하든 결국 여야가 ILO 협약 문제에 관심을 갖고 독자적인 논의를 서둘러 시작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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