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8일 청와대 인왕실에서 임명장 수여식을 마친 후 신임 장관들과 함께 환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왼쪽부터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 노영민 비서실장, 김연철 통일부 장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문 대통령, 정의용 안보실장,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청와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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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정상회담 집중…주무부처 수장 공백 장기화 우려한 듯
[더팩트ㅣ청와대=신진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8일 일부 야당이 강력하게 반대했던 김연철 통일부·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포함, 진영 행정안전부·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 등 5개 부처 신임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지난달 8일 7명의 장관 후보자를 지명한 뒤 꼭 한 달 만이다.
이로써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문재인 정부 2기 내각 구성이 사실상 완료됐다. 청와대는 국토교통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임 인선에 대한 과제가 남았다. 이번 국회 검증 과정에서 부동산 투기 의혹이 불거진 최정호 국토부 장관 후보자와 외유성 출장 등 논란에 휩싸인 조동호 과기부 후보자가 낙마했기 때문이다.
이번 '3.8 개각'은 우여곡절 끝에 이뤄졌다. 국회 인사 검증 과정에서 장관 후보자들의 각종 의혹과 논란이 불거지면서 청와대도 인사 검증에 실패했다는 거센 비판을 받아왔던 터다. 문 대통령이 임명식을 마친 뒤 신임 장관들과 환담 자리에서 축하에 이어 "아주 험난한 인사청문회 과정을 겪은 만큼 이를 통해서 행정 능력, 정책 능력을 잘 보여주길 당부한다"고 언급했을 정도이다.
물론 문 대통령이 야당의 반발 속에 김연철·박영선 장관을 임명했다고 해서 모든 일이 일단락되는 것은 아니다. 장관 임명 이후 자유한국당은 논평을 통해 "자질 부족, 명분 실종으로 점철된 대통령의 인사 전횡이 독선을 넘어 만행 수준으로 치닫고 말았다"면서 "한국당은 결코 문재인 정권의 일방적, 독자적인 밀어붙이기식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후속 공세를 예고했다.
정부·여당과 야당의 대립 관계는 더 심화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다. 이로 인해 4월 국회는 파열음을 내며 공전할 가능성이 커졌다. 청와대가 추진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과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 등 각종 개혁 법안 처리도 더 불투명해졌다. 여기에 여야의 극한 대치로 각종 민생·경제 법안들도 뒷전으로 밀릴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후 청와대에서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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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이 이를 감수하면서까지 개각을 매듭지은 배경은 오는 10일부터 1박 2일 동안 미국 워싱턴DC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 일정에 집중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지난 2월 말 하노이 회담이 결렬된 이후 북미 관계가 급격히 재경색되면서 문 대통령의 중재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이 한반도 정세를 가를 중대 분수령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또한, 주요 국정과제의 성과를 내야 하는 집권 3년 차 시점에서 정부 주무부처의 수장을 비워둘 수 없다는 판단도 깔렸다. 문 대통령은 애초 7명을 후보자로 지명했던 이번 인사에서 진영·박영선 장관을 제외하고 모두 해당 분야의 전문가 및 관료 출신을 중용했다. 청와대는 지난달 8일 장관 인사를 발표하면서 "이번 개각은 문재인 정부의 중반기를 맞아서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내는 게 중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문 대통령은 그동안 한반도 평화 문제와 혁신성장 문제를 각별히 신경 써왔다. 따라서 두 부처를 이끌 수장의 공백이 장기화되면 안 된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환담 자리에서 각각 김·박 장관에게 "기대가 크다", "성과를 보여 달라"고 직접 당부한 것도 이를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가뜩이나 2기 내각 과정에서 문 대통령은 이번 정부 들어 처음으로 조동호 후보자를 지명 철회했다. 사실상 인사 검증 실패를 인정한 셈이었고, 이로 인한 비판 여론에 직면하기도 했다. 설상가상 조국 민정수석과 조현옥 인사수석의 책임론이 거세게 일면서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
이런 가운데 야당이 강하게 반대해온 김연철·박영선 장관이 낙마한다면 문 대통령은 상당히 부담스러운 상황에 놓이게 되는 점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또, 시간을 끌면 끌수록 정부를 향한 비판 여론이 확산할 것으로 판단, 정부를 향한 여론 악화를 막기 위한 계산이 깔린 것으로도 풀이된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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