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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TF초점] 경찰 '잔인한 봄'…흔들리는 수사권 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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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갑룡 경찰청장(왼쪽)이 2018년 8월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대로 대검찰청을 찾아 문무일 검찰총장을 면담한 뒤 청사를 나서며 악수를 하고 있다./이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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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닝썬부터 황하나까지…부실수사·유착 의혹에 여론 악화

[더팩트ㅣ장우성 기자] '명운'을 걸겠다며 126명의 메머드급 수사팀을 구성한 경찰의 버닝썬 수사가 지지부진하다. 황하나(31) 씨 마약 투약 의혹에도 이해하기 힘든 부실수사 정황이 드러났다. 고 장자연 사건의 증인인 윤지오(32) 씨도 경찰의 무책임한 대응을 폭로했다. 조직의 숙원인 검경 수사권 조정을 앞둔 경찰이 사면초가에 몰렸다.

경찰은 가수 로이킴을 음란물 유포 혐의로 추가 입건하는 등 불법촬영물, 성접대 수사에서는 그런대로 진척을 보인다. 반면 국민 신뢰를 회복할 핵심인 경찰유착 수사는 진도가 한참 안 나간다. 현재 버닝썬 경찰 유착 혐의를 놓고 전현직 경찰관 6명을 수사 중이다. 그중 미성년자 출입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이모 버닝썬 대표에게 2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전직 경찰 1명만 구속했다. 그나마 혐의를 완강히 부인해 수사에 속도가 나지 않는다.

버닝썬의 뒤를 봐준 '경찰총장'으로 지목된 윤모 총경 역시 요란한 수사에 견줘 진행상황은 답답하다. 가수 승리(29)에게 빅뱅 콘서트 티켓 3장을 받아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위반 혐의로 입건된 게 전부다. FT아일랜드 최종훈(29)에게 K팝 콘서트 티켓을 받았다는 윤총경의 부인 김모 경정은 혐의 입증에 어려움을 겪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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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사위원회의 활동 기한이 약 2주가 남은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에서 한국여성의전화와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등에 의한 성폭력 사건' 및 '고 장자연 씨 사건' 진상 규명 촉구 기자회견을 연 가운데 장자연 씨 사건의 증언자 배우 윤지오 씨가 구호를 외치고 있다./김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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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총장'은 또 나왔다. 마약투약 혐의를 받는 남양유업 창업주의 외손녀 황하나 씨가 "아빠가 경찰청장과 ×베프"라고 과시한 음성파일이 공개됐다. 4일 체포된 황씨는 2011년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를 받았지만 기소유예로 빠져나왔고, 2015년에는 필로폰을 공급한 혐의로 종로경찰서에 입건됐는데도 최종 무혐의 처리됐다. 경찰과 유착 의혹이 짙은 이유다.

고 장자연 사건의 증언자 윤지오 씨의 폭로도 경찰에게는 뼈아프다. 수사 초기인 2009년 신변 위험을 호소하는 윤씨에게 "키가 커서 토막살인이 힘드니 납치당할 걱정 안 해도 된다"고 대응했다는 증언이다. 지난달 30일에는 윤씨가 낸 청와대 국민청원에 하루만에 20만명이 넘게 호응하는 일도 벌어졌다. 신변위협을 느껴 경찰을 비상호출했으나 아무 보호를 받지 못 했다는 호소였다. 정의연대 등 시민단체는 윤씨의 신변보호를 맡았던 경찰관들을 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원경환 서울지방경찰청장이 나서 사과하기에 이르렀다.

김학의 사건도 경찰에게는 양날의 칼이다. 경찰은 지금까지는 청와대에 수사 외압을 당한 정황이 짙은 일종의 피해자 위치에 있었다. 그러나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 수사권고 관련 수사단'은 4일 출범 후 첫 강제수사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자택 뿐 아니라 경찰청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이 2013년 수사 당시 건설업자 윤중천 씨 관련 디지털 자료 3만여건을 넘기지 않았다는 의혹 확인도 압수수색의 이유다. 경찰이 윤중천 씨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게 뇌물을 건넨 단서를 잡고도 계좌추적이나 통신내역 조회를 하지 않았다는 의혹도 있다. 검찰의 수사 결과에 따라 경찰 수사 초기의 문제도 드러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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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성범죄 및 뇌물수수 의혹 등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 수사단이 출범 이후 처음으로 압수수색에 나선 4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의 모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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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경찰의 숙원인 검경 수사권 조정도 위태로워지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커진다. 애초 검찰은 경찰의 수사능력과 인권의식에 의문을 제기하며 수사권 조정을 반대해왔다. 검찰은 수사권 조정의 전제로 비대해지는 국가경찰을 견제하기 위한 자치경찰제 실시 또한 강조하지만 여기도 우려는 있다. 자치경찰이 지방의 토호세력과 결탁해 부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오기 때문이다. 최근 경찰의 부실수사 및 유착 논란은 이러한 견제논리에 설득력을 높여준다. 이같은 여론 악화 속에 4.3 보궐선거 이후 힘의 균형을 유지한 국회가 '패스트트랙' 논의에 포함된 검경 수사권 조정을 적극적으로 처리하기도 만무한 상황이다.

아직까지 여론은 수사권 조정에 손을 들어준다. 지난달 8일 CBS가 리얼미터에 의뢰한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 52%(표본오차 95% 신뢰수준 ±4.4%p)가 검경 수사권 조정에 찬성했다. 다만 지난해 4월 조사 때보다 5.9%p 줄어든 수치이기는 하다. 경찰과 검찰이 연루된 의혹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개혁 차원에서 수사권 조정을 차질없이 추진해야한다는 목소리도 강하다. 국회에서 처리 방향은 불가항력이더라도 민갑룡 청장의 다짐처럼 일단 경찰은 "명운을 걸고 비상한 각오로" 수사에 임해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외길 밖에 없어 보인다.

lesli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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