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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TF확대경] "文대통령은 김정은 수석대변인"…보수 투사 나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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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2일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외신 보도를 인용한 발언으로 여당으로부터 강력한 항의를 받았다. 나 원내대표가 연설을 마친 뒤 본회의장을 나서며 웃고 있다. /국회=이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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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분노'…한국당은 "잘했어" 찬사

[더팩트ㅣ국회=이원석 기자]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 연설이 정국의 핵으로 부상했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 등 수위 높은 표현에 청와대까지 직접 나서 나 원내대표의 사과를 요구하는 등 여권은 분노했다. 반면 보수 진영에선 나 원내대표가 투사로 떠오른 모양새다.

1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나 원내대표는 취임 이후 첫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했다. 정기국회 개의 때마다 진행되는 각 당의 대표 연설은 많은 의미에서 중요하게 여겨진다. 연설문 속엔 각 당의 국회 전략이 담겨 있고, 정국을 대하는 연설자의 입장이 드러나 있다.

나 원내대표는 약 40분 분량의 연설문에 문재인 정부 및 여권을 향한 비판을 꾹꾹 눌러 담았다. 한글 문서 32페이지로 작성된 연설문 중 약 29페이지를 정부·여당을 향한 비판 내용으로 채웠다. 나 원내대표는 시작부터 미세먼지와 일자리 부족 문제 등을 언급하며 "흔한 유감 표명도 찾아보기 힘든, 오만과 무능과 남 탓으로 점철된 문재인 정부이기에 제1야당 원내대표로서 또 대한민국의 국회의원으로서 제가 국민 여러분께 대신 사과드리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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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원내대표는 대표 연설의 대부분을 문재인 정부와 여당을 향한 비판으로 채웠다. /이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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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주도 성장론 등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에 대해선 "위헌"이라며 "대한민국 헌정 질서를 정면으로 무시하는 '헌정 농단' 경제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연금 고갈론을 언급하면서는 '먹튀 정권', '욜로 정권', '막장 정권'이라고 표현했고, 대북 정책을 비판하면서는 문재인 대통령을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고 표현한 외신을 인용했다. 이 발언 직후 여당이 크게 반발하면서 연설이 약 20분 이상 중단되기도 했다.

나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노동개혁 부진을 얘기하면서 "문재인 정부가 강성귀족노조, 좌파단체 등 정권 창출 공신 세력이 내미는 촛불청구서에 휘둘리는 심부름센터로 전락했다"고 했다. 또 "여전히 70~80년대 세계관에 갇혀 운동권식 정치, 국민 갈라치기 정치로 좌파 이념독재의 쇠말뚝을 박겠다는 심산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결국 자신들만이 오직 선이요 정의며, 모든 반대세력을 악과 불의로 규정하는 이분법과 선민의식에 찌든 정권"이라고 비난했다.

이날 나 원내대표가 연설하는 동안 본회의장에선 여야 간 고성과 비난이 쉬지 않고 오갔다. 후폭풍도 컸다. 민주당은 본회의가 끝난 직후 의원총회를 소집해 나 원내대표의 연설을 맹비난했다. 또, 국회 윤리위에 나 원내대표를 제소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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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원내대표 연설에 분노한 여당 의원들이 의장석까지 올라가 항의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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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나 원내대표의 연설을 '최악'이라고 혹평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의총에서 "국회에서 여러 이야기를 들어봤지만, 오늘 같은 일은 없었다"며 "'대통령이 김정은의 수석대변인'이라는 발언은 국가원수에 대한 모독죄"라고 지적했다.

청와대도 이례적으로 반응했다. 한정우 청와대 부대변인은 "나 대표의 발언은 국가원수에 대한 모독뿐만 아니라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는 국민에 대한 모독"이라며 "한국당과 나 원내대표는 국민들께 머리 숙여 사과하기 바란다"고 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표현의 자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정도가 있는 것 아닌가"라며 "나 원내대표가 이성적인 분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늘 연설을 듣고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너무 오른쪽으로 쏠리신 것 아니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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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섭단체 연설을 마친 후 본회의장을 나오며 동료들을 향해 '파이팅' 자세를 취하는 나경원 원내대표. /이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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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의 분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도 분노에 찬 듯하지만, 보수 진영은 오히려 나 원내대표의 연설에 찬사를 보내는 모습이다. 이날 연설 직후 한국당 의원들은 나 원내대표에게 박수를 보냈고 악수를 청하며 적극적으로 격려했다. 나 원내대표도 만족스러운 듯 본회의장을 나서며 환하게 웃었다. 두 주먹을 쥐며 '파이팅' 자세를 취하기도 했다.

한 한국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나 원내대표 연설은 정말 틀린 말이 하나도 없었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용기가 대단하다고 본다"며 "사실 당내에서도 나 원내대표가 취임 전엔 오락가락 행보로 회의적인 시각도 많았지만, 최근엔 확 달라진 모습이다. 말 안 통하는 여권을 상대로 잘 싸우고 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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