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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8 (화)

태극기·성조기 든 어르신들 “언론 못 믿어 보수 유튜브만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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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무효’ 집회 현장

“이명박 관심 없다, 우린 오직 박 전 대통령 석방만 생각

자식들한테는 말 안 해…젊은 사람들과 대화하고 싶어”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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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선고 2주년을 맞은 10일, 헌법재판소, 서울역 등 서울 도심은 ‘태극기’ 물결이었다. 참가자들은 ‘박근혜 석방’을 외치는 동시, 문재인 대통령을 미세먼지에 비유하며 비판했다. ‘좌파’에 경도된 언론을 비난하며 보수 성향 ‘유튜브’만 본다는 이들도 많았다.

■ “죄 없는 박 대통령, 탄핵 선고 너무 빨랐다”

이날 오후 헌법재판소가 있는 안국역 근처에 ‘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을 외치는 이들이 모였다. 집회는 보수 성향 단체 태극기혁명운동본부, 일파만파애국자총연합, 박근혜대통령구명총연합 등이 주최했다.

오후 1시쯤 태극기를 들고 안국역을 찾은 이연수씨(64)는 2년 전부터 태극기 시위에 참여해왔다. 이씨는 “2년 전 탄핵이 잘못됐고, 너무 서둘러서 진행됐다는 생각에 참석했다”며 “매주 서울구치소 앞에서 박 전 대통령 석방 시위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이명박 전 대통령이 보석으로 풀려난 것에 대해서는 “우리는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일이 없다. 오로지 박 대통령 석방을 위해서 나왔다”고 말했다.

시위 참가자들은 박 전 대통령이 큰 잘못을 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좌파 시민단체 등의 모함으로 탄핵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김수철씨(59)는 “원래 박사모를 싫어하고 보수도 아니었는데, 탄핵은 법치주의가 아니었다”며 “박근혜가 ‘무능했다. 게을렀다’ 다 좋은데 최순실이랑 경제공동체라고 뇌물죄로 몬 것은 엮어도 너무 엮은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그는 “(박 대통령이) 무자비하게 난도질당했다”고 말했다.

박연자씨(61·가명)는 머리에 헤어롤을 달고 집회에 나왔다. 당시 이정미 헌재 소장 권한대행의 모습을 비판하기 위함이었다. 박씨는 “사람들은 우리 보고 친박의 잔재라고 하지만, 나는 탄핵이 너무 성급했다고 생각한다”며 “당시 함께 시위에 나섰던 사람들이 죽기도 했는데 그게 억울해서 나왔다”고 말했다.

이들은 태극기와 성조기가 양면으로 인쇄된 깃발을 들고 현장에 모였다. 집회 현장 근처에는 태극기, 성조기 모양의 배지를 파는 이들도 있었다. 주최 측은 박 전 대통령의 석방을 요구하며 단상에 올라 “우리의 승리가 눈앞에 다가왔습니다. 2년 전 헌재는 스스로 법을 붕괴시켰습니다”라고 외쳤다. 이에 참가자들이 “옳습니다”라고 외치며 손뼉을 치기도 했다.

■ “유튜브 보고 모여”, “젊은이들과 얘기할 기회 없어”

헌법수호단 등 일부 집회 참가자들은 이날 오전 7시 박 전 대통령이 수감돼 있는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부터 시위를 시작해 안국역까지 행진해 도착했다. 서울역 등에서도 산발적인 집회가 열렸다. 서울역 집회에 참석한 조원진 대한애국당 대표는 “가짜 촛불세력들은 가짜뉴스를 퍼트리고도 부끄러워하지 않았고, 돈 한 푼 받지 않은 대통령에게 징역 33년이라는 정치재판까지 서슴지 않았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진행자의 구호에 맞춰 “탄핵 무효”를 외쳤다. ‘무죄 석방 1000만 국민운동본부’에서는 집회 참가자들로부터 박 전 대통령 석방 촉구 서명을 받았다.

경찰은 집회가 열린 서울역, 안국역 4번 출구 등 집회 장소 근처 교통을 통제했다. 안국역 근처에 약속이 있어 방문했다는 김민혁씨(19)는 “오늘이 탄핵 2주년인지 몰랐다”며 “어르신들이 아직까지도 저렇게 모여 계시는 것이 신기하다”고 말했다.

시위 참가자들은 젊은이들의 비판적 시선에 대해서는 ‘교육’이 문제라고 말했다. 청년세대와 얘기하고 싶지만 어렵다는 의견도 냈다. 이연수씨는 “요즘 젊은 세대는 어렸을 때 전교조 교육을 받으니까 우리하고는 생각이 다를 수밖에 없다. 우리는 라면도 제대로 못 먹고 고생하며 자랐다”면서 “서른인 아들이 처음에는 내가 집회에 나오는 걸 창피해하더니 이제는 좀 이해해주는 것 같다. 대화가 잘 안되지만 얘기하고 싶긴 하다”고 말했다.

오명숙씨(67)는 “자식들과는 멀리 살아서 이런 얘기를 잘 안 한다. 명절 때는 분위기가 안 좋아지니 관련 얘기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 참가자도 “오늘 이런 자리 아니면 젊은 사람들과 얘기할 기회도 없다. 자식들에게는 얘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시위 참가자들이 집회 일정 등의 정보를 얻는 곳은 유튜브였다. 이날 집회 현장 앞에도 개인방송 촬영자 수십 명이 몰렸다. 류준희씨(63)는 “언론도 너무 잘못했다. 공정하게 보도해야 하는데, 좌파정권에만 유리하다”며 “공중파 방송 안 보고 유튜브 본다”고 말했다. 박연자씨 역시 “나오기 전에 유튜브 방송으로 헌재가 탄핵 계획을 미리 세워뒀다는 뉴스를 다시 봤다”고 말했다.

고희진·허진무 기자 go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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